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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제2법칙, 제법무아(諸法無我)_(2)

문사수 2014.05.13 조회 수 22874 추천 수 0

진정으로 내가 나로서 살려면 역설적이게도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합니다.
초등학생을 부정해야 중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을 놔야지 고등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생을 놨을 때 대학생이 될 수 있습니다.
오른 걸음을 포기했을 때 왼걸음이 나갈 수 있고, 왼걸음을 포기해야지만 오른 걸음이 나갈 수 있습니다. 숨 들이쉬는 것을 포기했을 때 내쉴 수 있고, 내 쉬는 것을 포기해야만 호흡이 가능합니다.
모든 것이 이와 같습니다.
온갖 버림 속에서 새롭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무아(無我)라고 하니까 굉장히 어려운 말 같지만, 이것이 바로 무아입니다.
어떤 것도 실체는 없습니다. 그때 상태만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들여다보면, 걷는 것, 숨 쉬는 것, 학교 진학하는 것 등 이미 우리는 진정한 생명의 법칙에 따라 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무아를 오해하면서 불교는 ‘내가 없다’고 해서 싫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가 있어야 돈 버는 재미도 있고 자식 키우는 재미도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봅시다.
지금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사람의 부모가 과연 참으로 존재합니까?
부모란 실체가 아니라 자식과의 관계성에서 드러나는 이름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식과의 관계에서 부모가 있고, 직원과의 관계에서 사장이 있습니다. 또한 학생이 있어서 선생님이 있습니다. 부모나 선생님, 사장이라는 실체가 따로 없습니다.
한정된 어떤 모습만으로 나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몸뚱이가 나다, 어떤 지위가 나다, 나이가 나다, 아버지가 나다, 형이 나다, 삼촌이 나다’ 등과 같이 관계성을 나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는 것이 고정된 실체로서의 나의 자리입니다.
바꿔 말하면 무아의 자리에 섰을 때, 무엇도 내지를 수 있는 자리가 나인 것입니다. 따라서 무아라는 것이 허무가 아니라고 자꾸 강조하는 것입니다. 다만 나라는 자가 진정으로 살려면 익숙했던 나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한걸음 나아가야 합니다.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될 때 초등학생을 버려야만 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어떤 현상도 실체는 아니지만, 어떤 것도 나타낼 수 있는 것을 참생명 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제법무아의 가르침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무아법 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때, 혹시나 단정 지었던 나 자신, 단정 지었던 관계에 의한 너에 대한 죄는 소멸되게 되는 겁니다.
죄를 소멸하려고 애쓸 것 없습니다.
내가 밝아질 때 세상이 밝아지는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면에서 이제 반전의 기회가 옵니다. 세상을 밝히려고 따로 노력할 게 없습니다. 죄가 소멸되는 순간 인연의 창조력이 드디어 갈 길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초등학생으로서의 덫이 있었다고 합시다. 내가 중학생으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시다. ‘그래, 그때는 내가 그것대로 살아왔어’라고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내가 예전 직장에서 참 못난 짓을 했구나 라고 100%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허무 따위가 개입될 틈이 없습니다. 완전한 성취라는 것이지요.
이때를 무소유(無所有)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고 주장할 바 실체가 없다.’ 결국 ‘현상에 나타난 어떠한 것도 실체로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돈이 없는 것이 자랑입니까? 지식이 없는 것이 자랑입니까? 갖고 있되 매이지 않는 것이 무소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쓰는 사람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무소유인 사람은 세상을 향해서 공양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무척이나 똑똑하고 아는 게 많다면 어떻습니까? 이것 또한 내 것이 아니기에, 나한테 머물 수 없기에, 만나는 인연들에게 베풀 수밖에 없습니다.
무소유의 입장에서 보자면, 반드시 자식을 잘 키워야합니다. 잘 키워서 사회와 동포에게 공양하는 사람이 되도록 키워야지요. 내가 받는 월급은 세상이 나에게 이 많은 월급을 가지고서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들라고 맡긴 것입니다.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양을 올려줘야지요.
몸으로 왔거나, 재능으로 왔거나, 머리로 왔거나, 돈으로 왔거나, 힘으로 왔거나 그 어떤 것도 무소유입니다. 나에게 소유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공양 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소유로 사는 것이 이상향이 되는 것입니다.
즉, 없는 것이 무소유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있게 하는 원리’가 무소유입니다.

이렇게 많은 용어를 썼습니다만, 한마디로 정리하면 생명의 근원자리에서 수많은 가능성의 세계를 펼쳐가는 것이 무아(無我)입니다. 무엇인가를 인위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무아가 성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본래 모습이 무아입니다.
식물의 성장을 살펴봅시다.
씨앗을 땅에 심습니다. 그러면 씨앗이 죽으면서 떡잎이 납니다. 또한 떡잎이 떨어지면서 줄기가 뻗습니다. 거기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앞의 단계가 부정되면서 다음 단계의 생명이 피어납니다. 생명은 이렇게 연속성을 갖고 이어집니다. 앞의 단계가 사라진다고 해서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인식을 하든 못하든 끝없는 연속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생명의 모습은 변화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명이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지, 생명자체가 그 모습에 갇힌 적은 없습니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이 무한한 성취를 해가는 것이 제법무아의 가르침입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거운 주제일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이미 제법무아로 살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진리의 제1법칙은 ‘모든 나타나는 현상은 항상 하지 않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었고, 이번에는 이러한 현상의 법칙에서 나타나는 ‘그 어떤 것도 특별히 나라고 주장할 게 없다,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이루어갈 수 있는 존재이다’는 제2법칙 제법무아(諸法無我)로 진전되었습니다.

법우님, 진리의 제1법칙에 따라 세상을 보고, 제2법칙에 의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대긍정을 하십시오. 이렇게 지혜의 주인공으로서 산다는 것, 바라보는 진리가 아닌 실현되는 진리이니 더더욱 보람찹니다.
법우님이 진리의 주인공으로서 가는 곳마다 지혜의 전파자 되니, 우리 주변이 보다 밝아지고 맑아지지 않겠습니까? 법우님으로 인해서 살만한 세상이 이제 또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 다만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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