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나'만으로는 자기 존재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감은 '나 이외의 존재'를 통해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가 세상을 산다는 말은 '나 이외의 존재' 즉 '남'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남'이 따로라는 착각에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나 홀로' 열심히 살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의 고유한 영역을 주장하고, 그것을 고수하려고 울타리를 치고,
급기야는 ‘남’을 적대시하여 짓밟음으로서 자기 존재성을 부각하려고 애를 씁니다.
'나'의 인생은 ‘남’과의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운명지우고,
투쟁과 반목 그리고 아귀다툼으로 괴롭고 피곤한 인생을 자초(自招)하고 마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와 남이 서로[相] 대립[對]하여 살아가는 세계를 상대세계(相對世界)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는 행복을 찾아서 몸부림치며 살아가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괴로움은 점점 더해가는 세계인 것입니다.

대립하고 있으니 힘들고 괴롭습니다.
여기서 '나'의 괴로움은 다름아닌 바로 '나'로부터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괴로움의 원인인 '나'에게 행복은 실현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