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정토예불문1] 예(禮)가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문사수 2013.12.26 조회 수 28487 추천 수 0
정토예불문 강의(1)

예(禮)가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토예불문 강의 첫 시간입니다. 몇 년 전에 인도 구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참 느낀 바도 많고 또 새롭게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화자찬 같지만, 3000년 전에 부처님이 인도에 나셔서 그 깨침을 전달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가 가장 화려하게 그 맥을 잇고 있고 정수를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사실에, 새삼 인도에서 인도를 본 게 아니라 한국의 불교를 본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런 가슴 벅찬 느낌을 가지고 오늘부터 정토예불문을 법우님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법우님들에게 그 감흥이 회향되어질 줄 믿고 있습니다.

 

 

예불은 예경제불(禮敬諸佛)의 준말입니다.

화엄경의 결론인 보현행원품 십대행원 중 제일 첫 번째 나오는 행입니다. 말 그대로 모든 부처님께 예로서 공경한다는 뜻입니다.

불교는 부처님을 신앙하는 종교입니다. 부처님이라고 하는 인격적 모습 속에는 깨치신 내용으로서의 법(法)이 있습니다. 그 법의 내용이 진리이기 때문에 부처님이라고 불러 모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과 진리는 말은 다르지만 같은 뜻입니다. 진리가 인격화된 모습이 부처님이란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 예경한다라는 의미는 진리에 예경한다는 말입니다. 신앙적 대상으로서 불상을 조성해서 부처님을 상징화하고 있지만 그것은 모양을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불상은 왜 금색일까요? 아시아 사람들이 황인종이니까 황금색으로 했나요? 인도인은 인류학적으로 보면 아리안족에 가까우니까 백인처럼 얼굴이 희어야겠죠.

불상을 금색으로 장엄을 하는 이유는 금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금은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오랫동안 보존하려고 금도금을 하기도 합니다. 금의 이런 특성이 진리로 상징되고 있는 것입니다. 불상이 금색인 이유는 변화하지 않는 진리성을 보라는 얘기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불을 모신다고 하는 의미는 진리로 나투신 부처님께 예를 올린다는 의미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모시는 예불문을 오분향 예불문이라고 합니다. 더 정확히는 오분법신향(五分法身香) 예불문입니다. 법신불(法身佛)에 대한 예경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리 자체이신 부처님에 대한 신앙인 것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타종교인들이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매도하는 이유는 부처님이 누구신지 즉 법신신앙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덮어 놓고 예불 모셔서는 안되고, 부처님이 누구신가를 분명히 알아야 그런 외도들을 타파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는 여러 가지 의식과 또 규범으로서의 청규 혹은 계율이 있습니다. 출가 재가 할 것 없이 모든 불자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잊지 말고 꼭 붙들고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해놓은 것이 계율(戒律)입니다.


 경전에 말씀하시기를 계를 지키지 않으면 똥으로 향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똥으로 만든 향은 무슨 냄새가 날까요? 당연히 똥내가 납니다.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하고 모래로 밥을 짓는다 라는 표현들도 나옵니다.


 아무리 경전 공부를 많이 하고 또 법문도 많이 듣고 하더라도, 계를 지키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우리의 덕성(德性)이 피어나지도 못하고 간직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이 계율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탕이 예(禮)입니다.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예절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 가짐과 태도를 말합니다. 불자들에게 있어서 예의 궁극적인 대상은 당연히 부처님입니다. 그래서 예불(禮佛)입니다.

예를 갖춘 사람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몸 자세도 마찬가지고 마음 가짐에서도 참으로 예를 갖출 때 아름다움이 배어납니다.

예를 불교에선 굉장히 중요시 여깁니다. 형식적으로서가 아니라 수행으로서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모든 사찰에서는 기본적으로 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예불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예불문은 오분향(五分香) 예불문인데 대부분의 절에서 모시는 예불문입니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을 주불(主佛)로 모시는 대웅전에서는 오분향 예불문을 모십니다. 예불문은 본존 부처님을 어떤 분으로 모시고 있느냐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을 본존불로 모시는 문사수법회 법당과 같은 곳에서는 정토예불문을 모십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정토예불문’을 주로 하고 오분향예불문을 참고해서 예불문 공부를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서산대사의 저서 중에 선가귀감(禪家龜鑑)이라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불도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정말 귀감으로 삼아야 할 법문들을 담아놓은 책입니다. 거기에 보면 예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산대사의 법문이 있습니다. “예(禮)란 경(敬)이고 복(伏)이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모셔야 하고, 또 항복하는 마음으로 모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보통 예라고 하면 공경의 의미만 생각합니다만 서산대사께서는 항복의 마음이 빠져있으면 예경이 되지 않음을 통찰하신 것입니다. 누군가를 공경하고 존경한다 라고 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한 기준에 맞을 때만 공경한다면 그 기준에 조금만 어긋나도 언제든지 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정한 공경이 아니고 비정한 거래이겠지요. 출가자 중에는 청정비구[가정을 갖지 않고 수행하는 자]를 자처하고 그 기준으로 왈가불가 수행론을 얘기하는 자도 있습니다. 그 기준으로 치면 석가모니 부처님도 공경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처가 있고 자식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어떤 상대적인 기준을 가지고서는 참된 공경의 의미가 살아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산대사께서는 반드시 항복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공경이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무엇을 항복받느냐 하면 내 기준의 항복입니다. 즉 '나' 를 항복하지 않으면 예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계속>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정신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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