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지혜의 행, 보현행普賢行

문사수 2013.10.17 조회 수 30235 추천 수 0

   《화엄경(華嚴經)》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의 보현보살(普賢菩薩)은 우리가 이 세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를 보여주는 행(行)에 대해 말씀해 주신 분입니다. 보현(普賢)에서 ‘보(普)’는 시간이나 장소에 제약이 없음을 나타내고, ‘현(賢)’은 지혜 본연의 모습을 드러냄을 의미합니다.
불자란 부처님 되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부처님이 된다는 것은 깨달음과 같은 의미인데, 단지 나 하나 깨닫는 것으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때 그 깨달음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깨달음이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있을 때만이 비로소 사회적인 가치(價値)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육바라밀(六波羅蜜: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행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행을 가장 고귀하게 가장 진리에 맞게 해 나갈 수 있도록 원(願)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행원(行願)입니다. 그럼 무슨 원이냐? 부처님답게 살아가는 행을 닦도록 원을 세워야합니다. 그래서 행이 부처님 법에 맞도록 살고 있으면 그 사람은 이미 훌륭한 부처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후에 그 깨달으신 세계를 아무 여과 없이, 남김없이 드러낸 경전이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입니다. 이 경은 39품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마지막 부분인 「입법계품(入法界品)」이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법문인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분의 선지식(善知識)을 차례로 찾아가는 구도행(求道行)이 나옵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동자(童子)란 반드시 청년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를 구하는 사람은 영원히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동자입니다.
또한 선지식이란 우리로 하여금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도록 이끄시는 분을 말합니다. 선재동자가 만난 53분의 선지식 중에는 수행자만 있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남녀노소, 심지어는 유녀(遊女) 즉 거리의 여인들도 선지식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듣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진리를 설해주실 분들은 특정한 모습을 한 사람이 아니라, 주위의 무수한 사람들이 다 선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선재동자는 먼저 문수보살을 만나 지혜를 배우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납니다. 보현보살을 만나서 듣게 되는 법문이 ‘보현행원품’인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본래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냥 가부좌 틀고 앉아있으면서 구해야하는 깨달음이 아니라, 우리의 참생명은 본래 깨닫기 전부터 부처님생명인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부자 되는 가장 쉬운 길은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는 태어나는 즉시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이 되는 가장 쉬운 길은 부처님의 아들로 태어나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맏아들로 태어나면 그만입니다.

모든 세계 부처님의 맏아들님은 그 이름도 거룩하신 보현보살님
제가 지금 온갖 선근 회향하오니 원하오니 지혜와 행 그와 같고저
          
                                                                          <문사수법회 법요집 269쪽>

우리가 보현보살 노릇하면 바로 부처님의 아들인 겁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맏아들님이 보현보살이라고 경에 나와 있습니다. 왕의 아들이 왕이 되듯이 보현보살의 행을 닦는 자가 바로 부처님인 것입니다.

여래란 진리 자체를 생명으로 사는 분을 말합니다. 부처님은 그 여래의 법신을 깨치신 분이므로 이미 무한능력자입니다. 그런데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부처님의 공덕, 즉 불가능이 없는 부처님의 능력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가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다면 부처님의 공덕이 바로 나의 공덕이 되는 것입니다.

흔히들 입춘이 되면 절에 모여서 삼재(三災) 부적에 대한 요청이 쇄도합니다. 그런데 부처님 능력을 발휘할 사람이 사주관상을 믿으며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다면 이는 자신의 삶에 스스로 해를 끼치는 행위가 됩니다.
재미난 실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벼룩의 뛰는 능력은 자기 몸의 30배 이상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험을 위해 뚜껑이 있는 작은 병에 넣어놓았더니 몇 차례 병뚜껑에 부딪히고 나서는 정작 뚜껑이 열려 있어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더랍니다. 훨씬 높이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자신의 최대 높이를 제한한 뒤에는 그 이상 뛰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불가능하다는 한정적인 생각의 습(習)이 자신을 지배하게 되면, 본래능력이 있어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요즘 긍정의 심리학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긍정이라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병이 생겨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본래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본래 무한능력자임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입니다. 어떤 제약도 받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일깨워주는 소리가 나무아미타불입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것은 듣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내가 들을 때 그만큼 자신의 신념 즉 내가 무한능력자라는 믿음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보현행원입니다. 보현행을 하면 부처님의 맏아들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왕의 맏아들 되는 것도 좋을 수 있겠지만 부처님의 맏아들 되는 것은 그에 비할 데 없이 수승합니다.

보현행원을 실천하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까요? 경을 지니는 공덕은 경전에 설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모든 보살들이 이 모든 원을 믿고 따라 나아가면, 능히 일체 중생을 성숙하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믿고 따르게 하여, 보현보살의 한량없는 모든 행원을 원만히 성취케 한다…
…어떤 사람이 이 원왕(願王)을 한번 들은 공덕과 비교한다면, 백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내지 우바니사타분의 일에도 또한 미치지 못한다. 또 어떤 이가 깊은 신심으로 이 큰 원을 받아 가지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내지 한 게송만이라도 쓴다면, 다섯가지 무간지옥에 떨어질 업[오역죄:부모를 살해하거나 아라한을 살해하는 일, 부처님 몸에서 피가 나게 하거나 이간질로 화합대중 사이를 깨는 죄]이 속히 소멸하며…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이 칭찬하시며, 모든 인간이나 천상사람이 마땅히 예배하고 공경하며, 모든 중생이 다 마땅히 공양하리라.
                                                     
                                                                                        <법요집 251~252쪽>

이와 같은 큰 공덕이 있는 보현보살 10대행을 평상시에도 꼭 암기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며, 모든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며, 널리 공양을 닦으며, 이제까지 지은 바 모든 죄업을 참회하며, 다른 사람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하며, 부처님과 선지식께 설법해 주시기를 청하며, 부처님과 선지식께서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청하며, 부처님께서 닦은바 모든 행을 따라 배우며, 항상 중생을 따라 배우며, 지닌바 모든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회향(廻向)하는 삶을 발원하시기 바랍니다.

깨달음은 구해야 될 것이 아니라 본래 있는 것입니다. 그대로 실천하면 그 집안, 그 나라가 그대로 극락세계가 됩니다. 세상사람 모두 편안히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부처님 말씀을 믿고 그 법문대로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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