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예불문 강의(5)
극락(極樂)은 즐기시고, 정토(浄土)를 누리시며,
안락(安樂)하게 사세요!
깨치신 분을 부처님이라 합니다. 무엇을 깨치셨는가? ‘진리(眞理)’를 깨치신 것입니다. 진리를 경전에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풀어서 말씀하십니다.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침’이란 뜻입니다. 소위 진리를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보편타당한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바꿔 말하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무한(無限)하다 즉 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아미타(Amita))라고 합니다만, 본래는 아미타유스(amita_yus) 즉 무한한 생명, 아미타브하(amita_bha) 즉 무한한 광명이란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우리들의 근본 스승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 첫 번째로 지심귀명례 하였습니다. 그 분의 깨침의 내용은 당연히 진리 즉 ‘아미타’입니다. 아미타를 실현한 분이 부처님이시기에 ‘아미타불’이라 칭명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석가모니부처님과 아미타부처님은 다르지 않은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역사적인 면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이시고 진리적인 면에서 보면 아미타부처님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에 물이 들어 있는 잔이 있습니다. 당연히 물잔이라 부릅니다. 만약 커피가 담겨 있다면 커피잔이 될 것이고 술이 들어 있으면 술잔이 됩니다. 컵 안에 내용물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어떤 모양의 컵이든 물이 들어 있으면 물잔이라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석가모니부처님의 내용물은 아미타이기에 아미타부처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다음 문장을 공부합시다.
지심귀명례 서방정토 극락세계 아등도사 아미타불
至心歸命禮 西方淨土 極樂世界 我等導師 阿彌陀佛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저희들을 이끌어주시는 스승이신 아미타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생명자리에 돌아가 예를 올립니다.
정토예불문의 두 번째 귀의처는 아미타부처님이십니다.
경전에서는 동남서북 상하 등 온 천지에 수많은 부처님들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방(西方)은 극락세계가 있는 방향이라고 말씀하시고, 그 세계에 계신 부처님이 아미타부처님입니다.
여기서 서방은 단순히 나침반에 표시되는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입니다. 해가 지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휴식하고 내일을 위하여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이렇듯 서쪽이라는 방향의 상징성은 돌아감, 휴식, 재충전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한편 해가 지면 어둠이 오니까 현상적으로 사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현상세계의 종말이라고도 합니다.
더 큰 의미로는 생의 최종 목적지 또는 서양학자들이 비욘드 비잉(Beyond Being)이라고 번역했듯이 존재의 이면에 있는 배후(背後)를 상징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 허공이나 물에는 그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도화지나 화선지가 필요하죠. 또 영화를 상영하려면 필름에 찍힌 그림을 허공에 비춰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꼭 스크린에 비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존재가 나타날 수 있는 배후를 의미합니다.
아미타경에 “여기로부터 서쪽으로 십만억 국토를 지난 곳에 극락세계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서쪽으로 십만억 국토를 지나서' 라는 말씀이 앞에서 얘기했던 현상적인 세계, 즉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으로 물질화 된 것, 즉 내가 가지고 있는 관념과 개념 그리고 지식 등을 지나서 있는 세계가 극락(極樂)이라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궁극적인 즐거움을 누리는 세계라는 것이죠. 우리가 사는 현상세계는 즉 물질세계는 궁극적인 즐거움을 줄 수가 없어요. 잠시잠깐 즐겁다 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고, 더 큰 즐거움을 계속 바라다보니 지금의 즐거움은 금새 시들해져서 상대적으로 불만족 상태에 빠지고 마는 그런 세계입니다.
그런데 현상세계를 지난다고 하니까 떠난다는 얘기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현상세계의 배후에 있는 세계이기 때문에 모든 현상은 거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생명은 근원 자리가 극락이라 얘기할 수 있겠지요. 그 근원으로부터 자질구레한 현상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까지 포함해서 생명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에 휘둘리지도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치에서 염불(念佛)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미타경에 말씀하시기를 ‘염불로 생명의 근원자리를 놓치지 않을 때 일심(一心)이 되고, 그러면 어지럽지 않고 휘둘리지 않는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또 극락세계는 다른 말로 정토(淨土)라고도 합니다. 깨끗한 국토라는 뜻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세계를 말합니다. 깨끗하다는 의미는 또한 더 이상 덧붙일 것 없이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세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미타경에서는 “극락세계는 온통 금, 은, 청옥, 수정 등의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되어 있으므로 극락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극락의 또 다른 이름은 안락국(安樂國)이라고도 합니다. 두려움 없이 불안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두려움 즉 공포로부터 괴로움은 더더욱 증폭됩니다. 예를 들어 산 속에서 독사와 마주치면 두려움이 생기면서 물려서 죽지나 않을까 하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힙니다. 한 번 공포심이 생기면 정신을 못 차립니다. 급기야는 독사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벌어지지도 않은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지레 겁먹고 괴로워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불보살님들은 중생들을 구제하실 때 제일 먼저 두려움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십니다. 이것을 무외시(無畏施)라고 합니다. 두려움이 앞서면 부처님도 보살님도 안중에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그렇듯이 어떤 두려움도 없는 절대 안심의 세계가 극락세계라는 말씀입니다.
어떠한 괴로움도 없이 항상 즐겁고, 아무런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어떤 두려움도 없이 안심(安心)할 세상이 곧 ‘서방정토 극락세계’인 것입니다.
이 세계에 계신 부처님이 바로 아미타부처님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아름답고 완벽하고 즐거운 그 세계에 그림처럼 떡 하니 앉아계신 분이 아미타부처님이시겠습니까? 그럴 리가 없지요.
그래서 예불문에 ‘아등도사 아미타불’이라고 그 정체를 밝혀주고 계십니다. 아등(我等)은 ‘우리들’이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즉 저희들을 이끌어주시는 스승(導師)이라는 말씀입니다. 어디로 이끌어 주시냐 하면 당연히 ‘서방정토 극락세계’로입니다.
예불문의 가장 핵심 키워드는 지심귀명례입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생명자리에 돌아가는 예를 올리는 것입니다. 특히 귀명 즉 생명자리에 돌아간다는 의미가 바로 이 아미타부처님의 세계인 극락세계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비롯됨을 알게 하시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 아미타부처님이십니다. 부처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원력에 편승하기만 하면 우리의 삶에서 극락과 정토와 안락은 실현되는 것입니다. <계속>
<문사수법회 정신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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