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대승보살로 산다는 것은

문사수 2015.12.08 조회 수 11906 추천 수 0

 금강경에서는 ‘모든 중생들을 다 제도하겠습니다.’ 라는 마음이 일어났을 때 그 마음을 더 크게 발휘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하는 마음들이 자꾸 생겨날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긴 마음은 다 항복받아야 된다는 법문이 나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남들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우선 나 하나 잘되고 싶습니다.’ 하는 그 마음을 먼저 항복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금강경 첫 머리에 나오는 수보리 존자의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이 모든 중생들을 나보다 먼저 제도하겠다는 그 마음을 잘 지켜나갈 수가 있겠으며, 또 그런 마음에 반대되고 장애가 되는 마음이 불쑥 불쑥 작동될 때가 있는데 그 마음은 이제 또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 이렇게 묻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수보리존자의 질문임과 동시에 대승보살로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고민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생에서 진실로 대승보살로서의 고민을 가졌는데, ‘남들보다 내가 먼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보다 내가 먼저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도록 된 이 모든 것들이 부처님의 은혜입니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대승보살이 아닙니다. ‘나는 비록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나는 비록 구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전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라는 원을 세울 때 비로소 대승보살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남들이 잘 되기를 바라기보다 내가 더 잘 되어야겠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먼저 있습니다. 남들을 잘되게 하겠다는 마음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공부했을 때의 마음이고,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나오는 바램은 남들은 잘못 되더라도 나 하나는 우선 잘 되어야 되겠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겁니다. 그런 고민은 대승보살이 아니면 안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고민이 있을 때 부처님께 여쭤보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부처님 법문을 듣고 나니 내가 먼저 잘 살겠다는 생각, 나 혼자 먼저 구원을 받아야 되겠다는 그런 생각보다도, 남들을 먼저 구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일으켜야 된다고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습니다. 남들 잘못되는 일에는 눈을 감게 되고, 나 하나 잘못 되는 것만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남을 제도하겠다는 그런 원력이 서지 않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마음을 어떻게 항복받아야 합니까?” 그렇게 우리가 여쭤보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부처님의 법문은 세상에서 비교적 착하게 산다고 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내가 먼저 잘 살기 위해서 불교를 믿는 게 아니라, 남들을 전부 다 괴로움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그런 원력 때문에 불교를 믿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처음엔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연습을 하면 저절로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장보살님을 큰 본보기로 삼는 겁니다. 지장보살님의 원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죄업 중생들이, 다만 한 사람이라도 아직 제도 받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부터 먼저 제도하고,  더 이상 제도해야 할 사람이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제가 안심하고 성불하겠습니다.” 입니다. 이것이 대승불교인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대승불교를 흉내 내는 사람은 많지만 진실로 대승불교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무량수경에 보면 법장비구라고 하는 분이 48가지의 큰 원을 세웁니다. 그래서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극락세계에서 살게 하겠다는 발원을 합니다. 그분은 극락세계를 건설해놓으신 다음 또 원을 세웁니다. “누구라도 나의 이름을 다만 열 번 만이라도 부르면 꼭 극락세계에 태어나고, 그래서 극락세계에서 성불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렇지 않으면 저는 성불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원을 세우고 한량없는 세월을 거쳐서 수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분의 원이 성취되었습니다. 성취되었다는 말은 이제 그 분의 이름을 다만 열 번 만이라도 부르면 세상에서 아무리 죄를 많이 지은 사람도, 아무리 답답한 사람이더라도, 아무리 어둠속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모두 다 빠짐없이 극락세계 왕생하도록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48가지 원이 모두 귀중한 원이지만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원이 18번째 원입니다. 
 『제가 만약 부처가 되어서도 시방의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원해서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나무아미타불!’ 십념(十念)을 해도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방’(十方)이라는 것은 온 우주전체를 말하는 것이고 ‘저의 나라’ 는 극락세계를 말합니다. 이렇듯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나무아미타불!’ 십념(十念)을 했는데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극락세계에 왕생하지 못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원을 세우셨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중생도 다만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만 부른다는 조건을 둔 것은 누구든지 다 극락왕생이 가능하다는 길을 열어 두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사람에게는 극락세계가 완전히 보장되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일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확보되어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극락세계를 건설해서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이름을 다만 열 번이라도 부르는데도 극락세계에 가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나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원을 세운 그 법장보살, 그 분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 분은 제일 먼저 극락세계에 가 계시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남들을 다 극락세계에 보내겠다는 마음을 일으킨 사람이 법장보살이지, 남들 보다 내가 먼저 극락에 가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법장보살 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순서로 보면 법장이라고 하는 비구가 있었어요. 그 법장비구가 세자재왕(世自在王)이라는 부처님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서 법문을 듣습니다. 법문을 듣고 보니 불법이 참으로 좋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 이것이야 말로 진리다. 남들은 살리고 내가 죽는 길을 가는 것이 그것이 진리이지, 남들은 다 죽더라도 나만 살 수 있는 길을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진리이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시고 바로 출가를 합니다. 내가 임금 노릇 해봤자 결국은 생로병사에 허덕이다가 죽고 마는 것이니 이제 출가해서 진리의 길을 가야겠다고 이렇게 결심을 하고 법장비구가 되신 겁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다 안락하게 하겠다는 원을 세웁니다. 오겁이라는 한량없는 세월동안 뭘 해주면 세상 사람들을 다 건질 수 있겠는가를 사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흔 여덟 가지의 원을 세웁니다. 그 48가지 원 중에 18번째 원이 지금 소개드린 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법장비구는 아미타부처님이 되십니다. “내 이름을 다만 열 번 만이라도 불렀는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이 극락왕생하지 못한다면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누구든지 나무아미타불 열 번만 부르면 극락세계에 가는 것이 절대 틀림이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극락정토 왕생의 신앙입니다. 

 그런데 이제 문제가 하나 남습니다. 그러면 아미타부처님은 어떻게 되신 분이냐는 거죠. 아미타부처님은 극락세계로 남들을 보낼 수 있었지만 아미타 부처님하고 극락세계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그것도 이상한 이야기 아닙니까? 아미타 부처님이 극락세계를 세웠는데, 그래서 “극락세계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내 이름 열 번 만이라도 부르면 극락세계 간다. 못 가는 사람 있으면 나는 부처가 안 되겠다.” 이렇게까지 말씀해 주신 그 법장비구와 극락세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만약에 ‘극락세계에 자기가 먼저 가 있다.’면 아까 이야기한 원(願)의 의미에 모순이 되는 거고,  ‘극락세계에 자기는 가 있지 않으면서, 밖에서 내 이름만 부르면 극락세계 간다.’ 그러면 극락세계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거니까 또 모순이 됩니다. 그렇죠? 극락세계의 주인이 아미타부처님이신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남들을 극락세계로 먼저 보낼 때 그 사람은 이미 극락에 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은 먼저 살도록 해주고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길을 그대로 감수한다고 말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남을 극락세계에 보내고 있는 사람은 이미 극락에 왕생한 사람인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비록 살 길을 포기하고 남들부터 먼저 살려주겠다는 마음으로 구명대를 남한테 주고 있는 사람은, 얼핏 보기에는 그 사람이 죽을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에 있어서는 구명대를 가지고 사는 것보다 더 좋은, 완전하고도 영원한 그런 생명의 세계에 이미 가 있는 사람인 겁니다. 

 그러니까 극락세계에 간다는 말은 내가 극락세계에 새삼스럽게 가야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극락세계라고 하는 본래부터 있는 세계, 그 진리의 세계는 누구라도 내 이름만 부르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원이니까 그게 나를 위한 원이 아니라 남을 위한 원이 되는 겁니다. 남을 위한 원을 세웠을 적에 나는 이미 극락에 왕생을 완료한 겁니다. 우리가 이런 정토신앙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말하는 극락왕생이라는 것은, 모든 중생들을 먼저 다 극락세계에 가게하고, 그래서 더 이상 극락세계에 가야 할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에, 그 때 내가 극락에 왕생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또한 동시에 나는 비록 아직 극락세계에 못 간 것처럼, 그렇게 표현은 되지만 내가 극락에 간 것은 이미 완료 됐다는 얘기입니다. 일체 모든 중생들이 전부 빠짐없이 극락에 왕생한다는 그 말 속에 나의 왕생도 포함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미득도선도타(自未得度先度他)’  ‘나는 비록 제도를 얻지 못해도 남들을 먼저 제도하겠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중생들을 전부 다 아주 행복의 극치에 이르도록 해준 다음에 난 그 뒤를 따르겠다는 그런 마음이 바로 참다운 대승보살의 원이 되는 겁니다.

금강경에 말씀하시듯이 보살이 아상과 인상과 중생상과 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보살이 ‘나’를 내세워서 ‘나 하나 잘되겠습니다.’ 라는 그런 원을 세운다면 벌써 보살이 아니란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법회에 와서 ‘나무아미타불’ 염불법문을 배우고, 금강경도 같이 읽고 배웁니다. 그러면서 남들은 어떻게 되든지 나 하나 잘 되겠다는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대승보살이 아니란 말입니다. 대승보살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내가 이제 이렇게 금강경을 공부하고 또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니 참으로 힘이 솟는구나. 이 힘으로 이 세상에 괴로움으로 허덕이고 있는 중생들을 전부 다 남김없이 극락에 왕생하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우리 마음속에서 크게 외치는 겁니다. 이것이 대승의 신앙입니다.
모두 부지런히 정진하십시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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