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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예불문 14] 자기로부터의 방향 전환

문사수 2015.10.08 조회 수 13097 추천 수 0

정토예불문 강의(14)


  

자기로부터의 방향 전환


지난 시간에는 승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승가는 그 구성원인 사부대중이 하나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것은 구도심(求道心)임을 알았습니다. 회피와 은둔을 위해서거나 더군다나 출세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일 수 없습니다. 우리 인생의 가장 근본 문제인 생사(生死)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 즉 궁극적인 삶의 행복을 성취하고자 부처님께 귀의한 대중들이 승가입니다.

모든 생명들은 행복을 추구합니다. 모습으로는 강도도 있고 도둑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행복을 위하여'라는 아주 소박하지만 근본적인 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지혜가 없어서 강도질과 도둑질로 행복을 찾으려는 것이 문제일뿐이지요. 이런 면에서 본다면 구도심은 모든 생명들의 공통된 지향입니다. 그래서 승가는 특정한 종교의 조직이나 단체를 뛰어넘습니다. 만 생명의 지향을 존중하고 그것의 성취를 함께 도와가는 것이 대승적인 의미에서의 승가정신인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대반열반경 서품에서 말씀하셨듯이, 법회에 동참하려는 중생들이 누에나 깔따귀 등 벌레에서부터 천인과 보살 등에 이르기까지 차별없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기 위하여 그 곳에 모여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거룩한 승가에 지심귀명례할 수 밖에요.

이제 예불문의 마지막 문단을 공부할 차례입니다.


唯願無盡三寶大慈大悲 受我頂禮 冥燻加被力

유원무진삼보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

願共法界諸衆生 同入彌陀大願海

원공법계제중생 동입미타대원해


일종의 회향게입니다. 직역하면, 오직 원하옵나니 다함없는 삼보님이시어, 대자대비로 저의 귀명례를 받으시어 은근한 가피(加被)를 내리시어, 온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다 함께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의 바다에 들어가길 원하옵니다.

불교 수행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중도(中道)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심을 잃지 않고 올곧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거문고의 줄이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안나고 그렇다고 너무 조이면 끊어지니, 적당하게 조여서 긴장되어야 맑은 소리가 나는 것처럼 수행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설법도 마찬가지로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법을 설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법을 설할 때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행위 전반에 적용되어야할 지침의 말씀이겠지요. 수행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불교는 억지로 몰아붙이기 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고 거스르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실제로 불교사에 있어서 제바닷다(부처님의 제자, 사촌)가 엄격한 계율주의를 부르짖으며 다섯 가지 조항을 관철해 줄 것을 요청하며 교단을 분열시켰을 때에도 부처님은 각 조항의 최소한의 통제만을 말씀하시고 자율을 더 중시하시며 거절하셨습니다.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참으로 정치(精緻)하면서도 일체 만물을 아우릅니다. 감히 개인적으로 표현컨데 참 멋지고 정말 아름다운 종교입니다. 특히 회향(廻向)이라는 말의 의미는 더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어떤 성과가 생기면 그것은 내가 애써서 획득한 결과물이기에 자기 소유의 만족에 그칩니다. 내 것과 내 영역을 확실히 구분 짓는 것이 똑똑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내 것과 내 영역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아무리 울타리를 튼튼하게 치고 법적인 초치도 치밀하게 해 놓을 지라도 때가 되면 그것은 낡아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내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로 보아서 그것은 내 것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린 곧 잘 습관적으로 땅에 금을 그어놓고 내 땅이라고 우기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가만히 보면 참 안스럽습니다. 이것이 고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소유와 집착, 이것은 가장 부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부자연스러우면 힘들고 괴롭습니다. 이 당연한 이치를 알기에 불교는 자연스러움의 미덕을 존중합니다. 그것이 바로 '회향'입니다.

회향은 회전취향(廻轉趣向)의 준말입니다. 방향을 돌이켜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소위 시작에 대비되는 '끝'의 의미인데 불교에서는 끝이라 하지 않고 회향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끝을 상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시작도 없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주 만물이 언제부터 처음이고 언제가 끝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잠시 임시로 거짓으로 시작과 끝이라 표현할 뿐입니다.

우리가 옳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면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라 과보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이지요. 악인악과는 당연한 것이니 차치하고 선인선과도 또한 당연한 것이지만, 선과에 대한 집착은 도리어 악인(惡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중생심은 나쁜 짓은 숨기고 외면하고 싶고 좋은 일을 자랑하고 뽐내려고 합니다. 즉 자기에 대한 집착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래서 구도자는 악과(惡果)는 돌이켜서 참회(懺悔)하고 선과(善果)는 돌이켜서 회향(廻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보살은 지은 바 공덕을 마땅히 탐착(貪着)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하신 것입니다.

털 끝만한 공덕이 있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그대로 세상을 향해 돌이켜서 베품이 순리에 맞는 것입니다. 귀하게 쌓은 공덕이 악인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오늘 배우는 정토예불문의 마지막 문단이 회향게에 해당합니다. 팔정례(八頂禮)를 통해서 지은 예경의 공덕은 물론이고 지금껏 지은 모든 공덕이 자기 쪽이 아니고 타인에게 향하도록 방향전환을 하는 부분입니다.

예불문 시작부터 여지껏 불자가 귀의해야 할 세 가지 가치인 삼보(三寶)에 대한 구체적인 예경법에 대하여 공부해왔습니다. 대자대비는 삼보의 덕성 그 자체입니다. 모든 중생을 고통과 액난으로부터 건져주시려는 본능적인 활동을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누구든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무차별하고 무한히 베풀어지는 생명 구원의 활동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세상에는 아직도 괴로워하고 공포에 떨고 어리석음을 범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일까요?

무한한 자비로 활동하신다고 하니깐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인과법에 거스르는 것일 테지요.

무조건적인 자비란 결국 모든 존재는 이미 그 속에 있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자비 속에 있으면서 괴로워하고 자비 속에 있으면서 두려워하고 그래서 어리석은 것입니다. 즉 태양빛은 언제나 비추고 있는 데 스스로 눈감고서 어둡다고 아우성치는 격입니다. <계속>


<문사수법회 정신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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