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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의지하지 말라!

문사수 2015.01.19 조회 수 15811 추천 수 0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얼마 전의 일입니다. 부처님을 시봉해 모셨던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여쭙니다.
‘부처님께서 저희 곁에 계실 적에는, 항상 부처님께 의지하며 살면 됐는데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고 나면 저희는 이제 무엇에 의지해야 되겠습니까?
그때 여러분이 잘 아시는 ‘자귀의법귀의 자등명법등명(自歸依法歸依 自燈明法燈明)'이라는 아주 귀한 말씀을 해주십니다. 이 말씀은 불교의 특징을 아주 단적으로 표현한 절대명언입니다.
자귀의 법귀의, 즉 자기 스스로에게 귀의할 것이고 진리에 귀의할 것이지, 남에게 귀의하거나 진리가 아닌 것에 귀의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 자기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을 것이지, 그 외에 남을 등불로 삼거나 진리 아닌 것을 등불로 삼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불교도 종교이기에 '궁극의 의지처'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궁극의 의지처가 결코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됩니다. 내 밖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때문에 참 어렵습니다. 내 밖에 있는 의지의 대상을 찾아다니는 것을 불교에서는 외도(外道)라고 합니다. 불교 이외의 딴 종교라는 의미가 외도라는 뜻이 되지만 다른 말로 하면 내 밖에서 진리를 찾고 내 밖에서 신앙의 대상을 찾고 헤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불교는 외도를 부정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칫 법(法)이 아닌 사람에 의지하려고 듭니다. 요즘 불교학회에서는 삼귀의의 세 번째 “거룩한 스님들께 의지합니다”라고 번역한 것이 잘못됐다고 해서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라 그러셨습니다.
열반경 사의품(四依品)에 '4가지 의지할 것'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데 의법불의인(衣法不依人), 법에 의지하지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꼭 외워 두십시오.
거듭 강조하지만 불교는 <자귀의 법귀의>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는 겁니다.

보통 생각하기를 세상에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 많고, 내 생명을 바쳐서 귀의할 만한 분이 많이 계시다고 보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도 우리들처럼 먹고 자고, 과식하면 설사하고 안 씻으면 지저분합니다. 특별하지가 않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줄 압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는 초등학교를 보통학교라고 그랬는데, 그때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하도 위대하고 존경스러운 분이니까 화장실도 안 가시는 줄 알았어요. 이처럼 스승이든 위인이든 연예인이든 다 그런 식으로 본다는 겁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지내는 동안에 번뇌 망상이 끊이지 않습니다. 번뇌 망상을 끊겠다고 원을 세우지만 사람으로 살고 있는 동안 번뇌 망상은 끊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번뇌 망상 들끓고 있는 그 사람에게 의지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교신자들 상당수가 사람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특히 머리를 깎았느냐 안 깎았느냐 가지고도 문제를 삼습니다. 머리 깎았다 해서 특별한 것도 없는데 머리를 깎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진원 정토사에 오시는 분들이 가끔 묻는 게 있습니다.
“여기 조계종입니까?”
요즘 하도 조계종을 선호하니까, 조계종이라는 이름을 가진 종파가 수 십 개가 넘습니다. 전부 조계종이라고 간판을 붙여요.
조계종이란 종단은 중국에 불법이 전해져서 달마대사가 주창한 선법(禪法)이 여섯 번째 조사가 되신 육조 혜능대사까지 전해졌고, 그 어른을 우리나라에서 참으로 존경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조계산에 계셨던 육조 혜능대사를 따르는 종파라고 해서 조계종이라 그런 겁니다.
1954년 이전에 대한민국의 불교는 단일 종파였습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하나밖에 없었어요. 조계종이라고 이름 붙으면 무조건 다 좋은 줄 아는 것도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조계종이라고 간판이 붙었든 안 붙었든 상관없이, 우리는 진리를 찾아야 됩니다.
진리!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 불자의 갈 길입니다.

한 십 여 년 전에 어느 법우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아들이 사업에 실패를 해서 어느 스님한테 가서 물었더니, 어머니하고 아들이 궁합이 잘 안 맞아서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니 같이 있으면 영원히 아들은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니까 떨어져 살아야 된다고 그러더라는 겁니다. 형편상 떨어져 살기가 힘든 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길래, 그런 거짓말쟁이 나쁜 사람의 말을 왜 믿느냐고 야단을 줬습니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지내는 것을 생리학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십억 년에 해당된답니다. 열 달 동안 아주 하찮은 존재로부터 완전한 인간이 되어서 나오는 과정이 십억 년에 해당된다는 거예요. 어머니 뱃속에서 십억 년 동안 자양분을 받고 어머니로부터 정신적인 교육을 받고 성장을 해서 세상에 태어났으니, 어머니하고 인연 있는 것보다 더 누구하고 큰 인연이 있겠습니까? 그런 귀한 인연인데, 어머니를 탓하면서 떨어져야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어머니하고 아들하고의 인연이라는 것은 십억 년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말할 수 없는 큰 인연이 있어서 만난 부모와 자식 간인데 거기에 어떻게 어머니와 연이 안 맞으니까 따로 살아야 된다는 말을 합니까?
머리 깎은 스님이라 그러면 덮어놓고 믿습니다. 우리 법회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법사님들이 활동하고 계시지만, 머리를 기른 사람이 머리 깎은 사람보다 못하다고들 생각하는 불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머리만 깎으면, 이발소만 갖다오면 굉장히 큰 도력이 생기는 줄 아는데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이런 것이 미신인 것입니다.

자귀의, 자기 스스로에게 귀의한다고 할 때 그 나라는 것이 뭐겠습니까?
욕심으로 살고 있고, 남들하고 다투는 마음으로 살고 있고, 남을 원망하고 탓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즉, 탐진치 삼독으로 살고 있는 그런 나에게 의지하라는 말씀인가요? 그것이 아닙니다.
탐진치 삼독은 겉으로 나타난 것이고, 그 바탕엔 부처님생명이 있으니까, 네 안에 있는 부처님생명에 의지해야지 절대 네 밖에 있는 어떤 것을 찾아선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씀해주신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떤 미신의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본래부터 무한절대생명,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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