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믿어서 깨치는 도리

문사수 2014.07.29 조회 수 18616 추천 수 0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불교는 자각(自覺)의 종교입니다. 그래서 참선하는 분들은 자각의 극치로 가게 되면, 화두를 의심한다든지 해서 깨달음을 성취하려고 합니다. 그 밖에 염불이나 기도 등은 얼핏 보기에는 내 밖에 계시는 부처님이 나를 도와준다든지 혹은 이끌어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이해를 많이 합니다만, 그 근본은 역시 자각입니다.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문사수법회에서 말하는 자각은 우리가 본래부터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다는 말은 내가 그대로 부처님이라는 말이 됩니다.
 우리나라에 불교 신자가 많다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바른 의식을 가지고 불교를 믿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불교를 믿으면서도 왜 믿는지, 무엇을 믿는지 모르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 공군사관학교에 법회가 있어서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종무병 소임을 맡은 사람이 상담을 요청해서 만났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자기 집안은 000진리회를 믿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입대를 하게 되니까 할머니가 “000진리회를 믿는 종교 활동이 군대에는 없으니까 불교를 믿는 것으로 해서 불교법회에 나가거라.”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는 거지요. 아주 양심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불교 법회에 참석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꾸 꿈이 산란스럽고, 여러 가지로 곤란한 일을 꿈에서 만나게 되니까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상담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귀신도깨비가 자꾸 덤비고 하는 것은 내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도 확실히 아시기 바랍니다. 귀신이 덤빈다든지 무슨 삿된 영혼이 나에게 와서 괴롭힌다든지 하는 것은, 내가 혼란스럽고 지금 정신적으로 수준이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오는 겁니다. 정신이 정돈되어서 확실히 부처님 가르침 앞에 다이얼이 맞아 있으면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반야심경을 외우도록 가르쳐 주고 또 나무아미타불 부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얼마 후에 만났더니 그렇게 골치 아프게 굴던 귀신들이 다 없어졌다고 하면서, 삿된 신앙을 할 게 아니라 이제 정식으로 불교를 믿어야 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모두 불교를 믿으면서 뭘 믿는지를 모르고 믿는 데서 비롯된 일입니다. 

 우리는 불교를 바르게 알고 믿어야 합니다.
부처님을 믿는다고 하는데 부처님의 무엇을 믿는 것입니까? 부처님은 깨치신 분이고, 깨치셨기에 절대무한세계에 이미 이르렀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무한의 세계에 계신 부처님은 나와 따로 별개로 계신 분이 아님을 아는 것입니다. 따로따로라면 절대무한이라 할 수 없지요? 그래서 부처님생명이 바로 나의 참생명이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렇게 믿는 가운데 우리의 불교 신앙의 중심이 확립되는 겁니다.
 이렇게 바르게 믿게 되면 그것만 믿기만 해도 마음에 삿된 귀신들이나 여타 잡다한 현상이 우리를 침범하는 일은 없게 됩니다. 이렇듯이 법회에 나와서 법문을 듣는다는 것은, 내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 믿음을 다져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불교는 계속 말씀드리고 있듯이 자각의 종교입니다. 스스로 깨닫는 종교입니다.
‘깨달으면 부처다’ 그러지요? 그런데 그 깨달음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 깨달음이라는 단어의 뜻이, 없었던 것이 새로 창조된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본래부터 있어왔던 것을 모르고 지내다가 알아차린 것인가요?
 알아차린 것입니다. 알아차렸다는 말은 새삼스럽게 무엇이 나에게 더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에게 본래 있는 부처가 ‘내가 본래 부처였구나!’를 알아차리는 것이 깨달음이지, 깨달으니까 없었던 부처가 밖으로부터 나한테 보충이 되어서, 비로소 내가 부처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깨달아서 부처된다’는 말은 ‘깨닫지 않아도 이미 부처’라는 말과 같습니다. 깨닫기 전부터 이미 부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미 부처라는 사실을 믿고, 부처노릇 하며 살라는 것이 불교입니다. 부처란 절대무한자니까, 절대무한의 생명을 살고 있는 사람답게 살게 되면 그것은 깨친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절대무한인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절대무한 생명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입장에서는 아무런 장애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말로 바꿔 이야기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본래부터 절대무한 생명을 살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은, 절대무한생명 이외의 어떤 것도 나를 침범할 수 없다는 믿음입니다. 본래부터 나의 참생명은 부처님생명이고 절대무한생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삿된 것도 내 밖으로부터 나에게 침범해 들어오는 것이 있을 수가 없고, 그래서 나는 절대무한의 자유자재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들은 다 보살(菩薩)입니다.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陀)의 준말입니다.
보리는 깨달음이고 살타는 중생이라는 말입니다. 중생은 중생이지만 깨달음을 향해서 가고 있어서 ‘보리살타’입니다. 또 한편, 관세음보살이라든지 지장보살이라고 불리는 이런 보살님들은, 깨달음은 이미 다 성취하셨지만 부처세계에만 있으면 중생들과 너무 멀리 떨어지니까, 부처노릇을 그만하고 중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깨쳐줘야 되겠다.’는 원으로 중생세계로 내려와 계시는 그런 분입니다. 보리살타는 이렇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리살타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반야심경에서 명확하게 말씀해주고 계십니다.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에 의지하기 때문에 마음에 걸림이 없다.” 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다시 얘기하면 깨달음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이 되었든, 혹은 이미 깨달음을 성취했지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중생 속으로 내려와 계신 분이 되었든, 그 보리살타라고 하는 분들은 전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반야는 부처님의 지혜광명입니다. 그 지혜광명으로 비추어본 세계가 바라밀입니다. 즉 절대무한이 이미 실현되어 완성된 세계라는 뜻입니다.
 우리들의 어두운 눈으로 보면 이 세계가 아직 절대무한이 완전히 성취된 세계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깨치신 지혜의 안목을 믿는 입장에서 보게 되면, 이 세상의 상태는 반야바라밀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 세상은 이미 절대무한이 실현되어 있는 극락세계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리살타는 반야바라밀에 의지하여 그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부르는 것도 반야바라밀의 세계를 믿고 의지한다는 말인 것입니다. 

 부처님의 지혜광명으로 보니까 모든 것은 이미 완벽하게 다 제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무한세계에 이미 이르러 있습니다. 우리 눈에 어떻게 보이든 그와는 관계없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그대로 본래부터 무한절대세계라는 것, 본래부터 극락세계라는 것을 온전히 믿는 것입니다. 이 믿음이 곧 깨달음인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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