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무조건 항복하니, 그곳이 극락입니다.

문사수 2014.08.28 조회 수 18319 추천 수 0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할 적에 그걸 알고 어미 닭이 부리로 톡 쪼아주는 데, 이 때 병아리는 알 껍질 안쪽을 빨고 어미닭은 껍질 밖을 쪼아 주는 시점이 꼭 같아야지만 산병아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불교집안에서 주로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공부가 무르익어졌다고 하는 순간에 스승 되는 사람이 그걸 일깨워줘서 깨닫게 해준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병아리가 제힘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미의 힘으로 나온 거지요.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을 때 광경은 참 눈물겹습니다. 여러분들은 요새 볼 기회가 없겠지만,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품고 있다가 그 어미의 부리가 톡 계란 껍질을 깨줘서 알에게 깨어나니, 가히 엄마의 은혜로 나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들 자신도 알고 보면 전부 그런 은혜 속에 살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주문도 안했는데, 온 우주에 맑은 공기와 물이 무한히 공급되어있고 태양은 찬란히 빛나지만, 그 값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또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에서 살고 직장을 다니며 살게 해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모든 것이 정말 말할 수 없는 큰 은혜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온 천지자연이 전부 날 살려주고 있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살려주고 계신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지 ‘참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나올게 없는 것입니다.

정말 우리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잘나서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 아무리 혼자 살려고 애써도 살수가 없습니다. 나를 살려주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부처님이 살려주고 계시기’ 때문에 살고 있다고 밖에 말 할 수 없습니다.
금강경에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사람이라 여래를 보지 못하리'
라고 말씀하십니다. 눈에 보이는 특별한 모양이 있는 것으로 부처를 찾거나 또 특별한 소리가 좋다고 해서 부처님을 찾거나 하는 게 전부다 삿된 것, 즉 미신이라는 말입니다. 그래가지고는 여래를 보지 못한다는 말은 다시 얘기해서 부처님은 특별한 모양으로, 특별한 형상으로 계시지 않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그럼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서 이익을 주실까요?
예를 들어 내가 목이 마릅니다. 목이 마른 자에게 어떤 부처님이 제일 고맙겠습니까?
당연히 물을 갖다 주는 것이겠지요. 목이 마르다는데 술이나 떡이나 다른 것을 갖다 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물을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한강까지 가서 직접 떠먹을 필요 없이 집안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물이 콸콸 나옵니다. 당연히 수도관을 설치하고 관리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이 분들이 다 부처님으로 나타나서 날 살려주고 계신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구체적으로 컵에 물을 담아 마심으로 갈증을 해결하게 되니, 이 컵도 단순한 물질이 아닌 것입니다. 나를 살려주시는 <화신불>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밥 먹는 것도, 길을 다니고 자동차를 타는 것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가 치과에 갔더니 다섯 살짜리 아이가 충치 때문에 와서 치료를 받더군요. 의사가 와서 아픈 이를 건드리니 굉장히 괴로워해요. 여러분들도 다 경험이 있죠? 아 그런데 요 녀석이 그냥 그 의사한테 침을 뱉어버리는 겁니다. 참, 어이없죠? 그러니까 그 다섯 살짜리가 보기에는 치과의사가 원수인 것입니다. 사실은 은인인데 말이죠. 이처럼 유치원 단계에 있는 사람은 은인을 은인으로 못보고 원수로 보는 겁니다.
그랬다가 우리 불교를 만나서 법문을 듣고 염불을 하면 지혜가 밝아집니다. 그래서 은인을 은인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금강경에서 말씀하시기를,
 ‘그 마음을 항복받아라'
라고 하셨습니다. 육조 혜능대사는 이 말씀에 대하여 뭐라고 말씀하셨느냐 하면, 그 마음을 항복받는다는 말은 일체 모든 중생을 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불교는 뭘 가장 중요시 행하는 종교입니까? 당연히 부처님을 신앙의 귀일점으로 삼고 공경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일체 모든 중생을 공경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부처님을 공경한다는 말은, 부처님이란 분이 따로 계신 게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모양으로 계시거나, 특별한 곳에 계시거나, 특별한 소리를 내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온 우주에 두루 해서 안 계신 곳이 없이 계시면서 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은혜를 주고 계신 분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혹 나에게 거칠게 대하고 못살게 굴고 날 욕하고 매질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때에, 그것은 내가 미워서가 아니라 나를 키워주기 위한 그런 자비방편이구나 라는 것을 우리가 알았을 때 무조건 항복되는 것입니다.

그런 은혜 속에 살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도록 하는 지혜의 언어가 나무아미타불입니다.
나무아미타불을 부를 적에 우리들 마음속에서 지혜의 눈이 뜨여서, 아상이 없어지고 불평불만이 없어지고 원망과 미움과 시기 질투가 없어지고 오직 '감사합니다'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이 모든 걸 다 성취시켜줄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렇죠? 이미 다 성취돼 있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무한한 은혜가 이미 충만 되어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한강에는 많은 댐들이 있습니다. 그 댐이 강물을 흐르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강물 흐르는 걸 가로막고 있으니 그 댐들은 강의 입장에서는 원수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댐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강물은 많은 양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 세상을 살다가 날 가로막고 있는 현상을 만났을 적에 나를 키워주고 나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은혜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운수가 나빠서, 재수가 없어서, 사람을 잘못 만나서 등의 핑계로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살면 온천지가 원수로 꽉차있는 세상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사는 세계를 이름 붙여서 지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옥이라고 간판 붙은 세계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또한 따로 극락세계라고 간판 붙은 데를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극락세계에는 어떻게 찾아 가야 하는 것일까요?
극락에 가기 위해서는 나를 무조건 항복하고, 내가 사는 게 아니라 정말 말할 수 없는 큰 은혜 속에 살려지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내가 잘났다는 마음 다 뽑아버리고, 남들을 무조건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은혜가 나에게 이미 충만 되어 있으니 새삼스럽게 더 얻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누구에게든지 주는 마음으로 사는 그곳에 극락세계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무아미타불로 극락왕생한다는 의미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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