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법문을 듣는다는 것

문사수 2012.01.14 조회 수 24508 추천 수 0

 법문을 듣는다는 것

   불자(佛子)란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난 사람[佛口所生]’을 말합니다.
즉,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바른 생명관을 지녀 생명의 법칙에 맞게 사는 사람입니다.
법문을 듣지 않고 무작정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께 매달린다면 불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다는 것은, 몸뚱이의 행복을 바라거나 건강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가지,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기 위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로 충만할 때, 진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불자는 영원히 법문을 듣는 이들입니다. 어느 때나, 어느 곳에 있거나, 어떤 경우에나 항상 법문을 듣는 마음가짐으로 지내야 합니다.
즉, 불자라는 말은 청법자(聽法者)라는 말과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법자의 마음가짐
이렇게 청법자, 곧 법문 듣는 사람으로 일상생활을 살아가려면, 갖추어야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리(眞理)를 구하는 구도심(求道心)에 불타야 합니다.
구도심이란 진리야말로 절대자유(絶對自由)를 누리게 하는 유일한 길임을 확신하고, 진리를 찾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는 생사(生死)에 얽매여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지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 보고 이 괴로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 그리고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도(道)의 성취(成就), 즉 진리를 찾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구도심이 없이는 법문을 들을 수 없습니다.

또한 청법자는 교만(驕慢)한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교만이란 자기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이미 스스로 자기만족에 빠져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법문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마음, 자기의 신분이 높다는 마음 등은 우리의 구도심을 해롭게 하는 독소입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계셨습니다. 이름이 나다 보니 학자들이 법문 듣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스님께서 학자들 얼굴을 보니 벌써 짐작을 하시겠거든요. 그래서 ‘여기까지 먼 길 오셨으니 법문보다도 차나 한잔 드시라’고 권했습니다. 차를 따르는데, 찻잔에 가득 찼는데도 계속 차를 따릅니다.

“아니 스님, 차가 가득 찼는데 자꾸 따르시면 어떡합니까? 넘치지 않습니까?”
“아, 그런가. 꽉 차 있으면 넘친다네.”

마음속에 ‘나는 이만큼 아는 게 많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으면 법문을 들을 수 없습니다. 좋은 물을 받으려면 그릇을 깨끗이 비워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문을 들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경(經)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는 마음자세로 법문을 들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즉, ‘법문 듣겠다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다른 말로 하면, 내 마음을 비운다는 말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설법 듣는 사람의 마음은, 그 법문으로 자기를 비추어 보는 자세이어야 합니다.
법문 한 마디 한 마디가 곧 자신의 어두움을 밝혀주는 고마운 등불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혹시라도 의심하거나, 또는 어떤 철학이나 이론을 배우는 듯한 마음가짐은 금물입니다.
부처님께서 법문주시기 전에 반드시 네 글자를 말씀하십니다.

“너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여금제청汝今諦聽].”

여기에서 자세히 들으라는 얘기는 논리적으로 잘 판단해서 뭐가 틀렸는지 발견해 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을 비우고 들으라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학문적인 지식, 경험, 판단, 상식, 그것들을 다 내어버리고, 나의 말을 진리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들어라’하는 것입니다.
조금도 의심하거나 거부하는 마음없이, ‘당신께서 주시는 모든 법문을 진리로 받아들이겠습니다’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이렇게 믿음과 공경으로 듣는 사람만이 부처님의 법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그것을 내 자신에 비추어 생각하여, 그동안 스스로 인생을 올바르지 못하게 살았던 것에 대해 수정해 나가는 것, 이것이 곧 불교 수행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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