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우리는 내가 번듯하게 살고 나서야 저쪽을 살리는 것을 당연한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실은 거꾸로 입니다.
너와 나의 경계를 나눌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습니다. 땅위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행복의 조건은 우선 나와 만나는 사람이 희망에 차야 합니다.
그래야 나를 둘러싼 희망의 싱그러움을 가슴깊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웃음이 피어나는 꽃밭을 거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이 활기에 넘칠 때, 동시에 나에게로 기쁨은 자연히 공급됩니다.
이것이 바른 법입니다.
바르다는 것이 어떤 윤리적인 잣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진정으로 잘 살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싫증을 내지 않는 자세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끝없이 변천해 가는 수많은 법칙들이 있습니다.
어느 날 뒷문으로 타던 버스가 앞문으로 타도록 바뀌기도 하고, 좌측통행이 우측통행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용하게도 사람들은 버스도 잘 타고 내리고, 길을 걸으면 부딛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때마다 만들어지는 법칙을 잘도 따라갑니다. 그 법칙에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버스 하나도 제대로 탈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칙의 정체입니다.
이런 법칙을 ‘나는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하면서 ‘나는 더 행복하다’고 한다면 몰골이 우스울따름입니다. 남자들이 귀걸이를 하는 놀랄만한 현상도 적응하면 그뿐입니다. 넥타이의 너비가 넓으면 넓은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잘도 적응하듯이 말입니다.
이게 유행(流行)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의 유행을 따르든 무시하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바깥의 변화에 상관치 않고 언제나 있는 그대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생명입니다. 어떤 시대(時代)의 옷을 입든 언제나 생명은 늘 마찬가지입니다. 늘 변화 속에 있지만 한결같은 무변의 가치가 생명입니다. 이 자리로부터 생명은 무한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법칙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삶에 싫증을 내게 되는 것은, ‘이만하면 되었지’ ‘난 착한 사람이야’ ‘난 꽤 노력했어’ 하는 식의 자기만족, 더 적나라하게 말해서 자기를 한정하는데서 말미암습니다.
우리의 삶은 무한한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것은, 생명의 무한성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행복의 원천이 됩니다. 내가 가진 게 있든 없든,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 거지의 모습이든 병자의 모습이든, 어떤 모습이든 간에 나에게 만남의 대상이 있다는 이 순간의 의미를 놓치지 마십시오.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환경이 어떠하든, 줄 대상이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행복(幸福)한 사람입니다.
행여 그 사람들이 나에게 짜증을 내면서 요청을 할지언정,
“이 인연으로 생명교류(生命交流)의 통로가 열리고 있으니, 얼마나 기쁜가? 감당할 수 있는 나이기에 이런 부탁이 오는구나. 어찌 내가 부족하다면 이런 기회가 있을 수 있겠는가? 베풀 수 있는 나의 무한한 능력에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행복한 이여...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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