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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의 뜻

문사수 2011.11.22 조회 수 59119 추천 수 0

 가피의 뜻

달은 항상 밤하늘에 떠있는데 달이 뜨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그것은 반사(反射)하느냐 아니냐 하는 차이에서 말미암습니다.
결국 강강수월래(江江水月來)라는 말이 뜻하듯이 유리나 물과 같이 빛을 반사하는 것마다에는 언제나 달이 뜨겠지만, 맨땅에는 아무리해도 달의 모습이 자리하지 못합니다.
달빛만이 어둠을 흐트러뜨립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일러 가피(加被)라고 합니다.
 더할 가(加)자에 입을 피(被)자로서 빛이  나를 향해서 올 때 나는 받는 사람 입장이 되어 반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너와 내가 서로를 가피할 때, 나와 너라는 구별은 이제 더 이상의 의미도 없습니다.
비추어보아 서로가 다르지 않은 생명임을 확인하는 순간, 다만 하나의 생명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묘한 힘을 가피력(加被力)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피를 구하려는 딱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처님이시어, 가피를 내려주소서”
하고 거지같이 구걸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마치
“달님이여, 제가 당신을 볼 수 있게 하소서”
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이 언제 자기를 보지 말라고 방해한 적이 있었습니까?
부처님이 언제 우리를 향한 자비방편을 버리신 적이 계십니까?
 가피의 주체는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육신을 자기로 믿고 사는 중생생명으로서의 자기가 아닙니다.
부처님생명임을 자각하는 자기입니다.
부처님생명이 부처님생명에게 비치니, 그 부처님생명이 부처님생명으로 살아가게 되는 원리(原理)입니다.
이는 스스로를 중생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리 정성을 들여 빈다고 해서 실현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생명들은 이미 그 자체가 부처님생명의 진실상(眞實相)으로 다가오는데, 우리 쪽에서 그렇다 아니다를 논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나를 닦지 않고 저쪽을 아무리 쳐다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바다에는 달이 뜨지만 백사장에 달이 뜨지 않는 것과 같이, 가피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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