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상이 상 아님을 보면

문사수 2010.09.25 조회 수 23800 추천 수 0
상相이 상相 아님을 보면

 부처님 제자 중에 ‘바카리’라는 비구가 있었습니다.
이분이 병이 나서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분은 ‘내가 죽기 전에 공경해 모시는 부처님을 한번 뵙고, 부처님 전에 예배를 드리고 세상을 뜬다면 한량없는 행복이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이런 마음을 부처님께서 아시고 바카리 존자의 처소에 가십니다. 부처님을 뵙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처님께서 직접 오시니 얼마나 영광스럽고 기뻤겠습니까? 그래서 바카리가 다 죽어가던 몸이지만 기운을 내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려하자 부처님께서 말리십니다.
“너는 아직도 이 몸뚱이를 가지고 여래를 보겠느냐?
아무리 여래의 육신이라 하더라도 네 육신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숨이 끊어질 날이 있고,
그래서 화장터에서 태워져 재가 될 것이 분명한데 이 육신을 여래라고 보겠느냐?”
그러시면서 다음과 같은 법문을 주십니다.

법(法)을 보는 자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 법을 본다.”

여래(如來)를 본다는 것은 곧 법을 보는 것이고 진리를 보는 것입니다.
진리가 곧 여래이므로 진리를 보는 것이 여래를 보는 것이고, 여래를 보는 것이 진리를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래에게서 배운 법문(진리)을 잘 간직하는 것이 여래를 모시는 것이지, 육신을 보는 것으로 부처님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시는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을 몸 모양으로 본다면 그 즉시 절대무한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을 상대유한세계로 끌어내리는 것이 됩니다. 부처님께 의지해서 산다는 것은 진리에 의지해서 산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통해 진리를 보지 못하면 가르침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려는 원력(願力)을 갖고 당신의 몸 모양을 변화시켜서 우리 앞에 나타나신 분입니다.
부처님이라는 분은 영원생명이고 절대생명이기에 모양을 가질 수 없습니다.
모양을 가질 수 없는 분인데, 모양이 없어서는 우리가 부처님을 뵐 수 없으니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도록 우리 앞에 모양을 나투어 주십니다. 그래서 석가모니부처님이라는 육신으로 우리 앞에 나오신 것입니다. 이것을 응화신(應化身)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방편이지 그 자체가 진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몸 모양으로 볼 수 없다는 깊은 가르침을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응화신(석가모니부처님)의 모양을 모방해서 불상을 모시고 부처님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진리를 상징하는 분으로 불상을 모신 것이지 불상 자체가 부처님이 아니라는 의미를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불상이라는 물질이 부처님이 아니듯 모양이 부처님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을 모르는 분들이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합니다만, 불교는 절대로 우상숭배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 밖에 있는 외부적 존재를 숭배하고 예배하는 것조차 금지합니다. 내 밖에 부처님이 계시고 거룩한 모습이 있다고 따라가는 것은 외도(外道)입니다.

부처님은 온 우주에 일관된 진리, 영원한 생명, 절대존재입니다.
영원절대생명 이외의 ‘나’는 없으므로, 우리 모두의 참생명이 그대로 부처님입니다. 그러므로 내 밖의 특정한 존재를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가 부처님을 모신다는 의미는 우리들의 참생명을 절대존재로 인정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참생명을 내면의 세계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마치 눈동자가 세상을 다 보지만 스스로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부처님생명으로 온 세상을 보지만 부처님생명 자체인 내 참생명은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거울을 봐야 나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불상을 모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당신께서 부처이시기 때문에 온천지에 부처님밖에 없습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상숭배와는 전혀 다릅니다. 내가 당신께 예배를 드리듯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에게 예배드리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도, ‘당신이 부처님이시기 때문에 공양을 올립니다. 당신은 모양 있는 것으로 계시지 않고, 온 우주에 두루하여 계십니다. 모든 생명이 당신의 생명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모든 형제동포들에게 끊임없이 공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겠습니다’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을 전부 부처님으로 보고, 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근거가 여기에 나와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냄새 맡는 것, 혀로 맛보는 것, 신체로 촉감이 느껴지는 것, 이러한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 모두 상(相)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이 참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면서 여기에 끄달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착각하는 세계가 중생세계(衆生世界)입니다. 상에 둘러싸여 도저히 자유를 누릴 수 없는 것처럼 답답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무릇 있는바 상(相)은 다 허망하다’

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체 모든 중생적인 현상은 다 허망합니다. 허망한 것에 우리가 매달려 있습니다. 꿈속에 불을 보고 타죽겠다고 얘기하고, 꿈속에 물을 보고 물에 빠져 죽는다고 걱정하고 아우성칩니다. 그것이 우리 중생들의 생활입니다. 참으로 있지도 않은 것을 참으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집착해서 사는 것이 우리 중생입니다.
법우님 마음속에 있는 것이 모두 허망한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돈을 많이 벌까, 건강해질까, 명예를 얻을까 하는 등의 생각이 모두 상(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것을 인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꾸 중생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 내면에는 중생이어서 별 수 없다는 의식이 잠재해 있습니다. 이처럼 ‘중생세계’란 한정짓는 생각을 갖는 것입니다. ‘상’을 다르게 표현하면 ‘한정짓는 것’입니다. 중생이라는 착각 때문에 내가 중생 노릇하는 것뿐입니다.
마치 하늘의 구름이 걷히면 푸른 하늘이 드러나는 것처럼, 내가 중생이라는 생각만 버리면 거기에 본래 있던 여래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본래부터 무한능력자인데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한정짓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원리에 맞게, 모든 생명이 한 생명을 살고 있다는 진리에 입각해서 모든 형제동포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으로, 진리에 맞는 인생을 살기로 결정하면 무한능력이 마음대로 드러납니다. 여기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고, 공포나 괴로움이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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