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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종류의 법사

문사수 2010.11.11 조회 수 23463 추천 수 0
 다섯 가지 종류의 법사


  법화경(法華經) 법사품(法師品)에는 ‘다섯 가지 종류의 법사’에 대한 법문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부처님의 법문을 받아 지닌다’는 수지(受持)입니다.
받아 지닌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진리인 것으로 받아들여서, 생명의 중심으로 모시고 일상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권능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공부할 다섯 가지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받아 지님’입니다. 이것을 근본으로 나머지 네 개를 행했을 때 공덕이 되는 것입니다.

금강경(金剛經)에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이 다 이 경(經)으로부터 나온다.”
고 하시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 법문은 금강경을 흔들면 법화경이나 화엄경이 막 솟아져 나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금강경을 받아 지녀서, 금강경의 가르침이 내 생명의 중심에 와서 자리를 잡고 내 일상생활 모두를 주재할 수 있도록 되었을 때, 그때 부처님이 나온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금강경에 계속 이어서
“이른바 불법(佛法)이라 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니라.”
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른 바 불법[所爲佛法]’이란, ‘내 앞에 내 인식의 대상으로 있는 불법(佛法)’을 말합니다. 내 인식의 대상, 내 학식의 대상, 내 지식의 대상 등 나에게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즉, 상대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명의 중심에 불법이 자리 잡았을 때만이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금강경뿐만이 아니라 모든 경전이 마찬가지입니다. 진리라는 것은 절대 진리입니다. 절대(絶對)란 ‘대립이 끊어졌다’는 말이고, 이 말은 내가 상대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내 인식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논리화할 수 없습니다. 논리화되는 순간 이것은 내 인식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므로 진리에서 벗어난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강경에 나오는 것처럼 ‘설한 바 법’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논리화할 수 없으니 설할 수도 없지요.
부처님은 끊임없이 법문을 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설하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자신이 그대로 법(法)입니다. 또한 부처님이 보시기에 우리도 역시 법(法)입니다. 이 세상에 법 아닌 중생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중생 스스로가 착각을 일으켜 ‘나는 중생이오’라고 우기면서 중생 노릇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법화경을 수지한다고 했을 때도 내가 그대로 법화경의 법문을 내 생명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여 내가 그대로 법화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 종류의 법사’ 가운데 수지를 ‘가장 중심이 되는 행[正行]’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계속 읽는[讀]’ 것입니다.
경전을 열심히 읽으면 부처님이 경전 읽는 소리를 듣고는 나에게 특별히 복을 주시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전을 읽으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경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을 계속 읽으면 부처님의 법문을 계속 듣는 것이 되어 내 마음이 그만큼 밝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중생이오’ 하고 우겼던 마음이 점차 사라져 밝고 맑은 마음이 드러나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내 마음에 있는 중생을 없애겠다’고 하니까 중생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굳어집니다. 없앤다는 것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없앤다고 하면서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니 있는 마음이 계속 굳어질 수밖에요. 그러니 없앤다는 생각조차도 없어야 합니다. 다만 경전을 자꾸 읽다보면 내 마음이 밝아져서 ‘내가 본래부터 부처 생명을 살고 있다’는 것이 저절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꾸 읽다보면 저절로 외우게[誦]’ 됩니다. 이것이 세 번째 법사입니다.
보통은 독송(讀誦)을 붙여서 말하지만, 법화경에서는 ‘읽는 것(讀)’과 ‘외우는 것(誦)’을 구분했습니다. 정말 많이 읽으면 저절로 외우게 됩니다. 법우님도 반야심경을 많이 읽으니까 저절로 외워지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저절로 외워진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의 생명 중심에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들어앉았다는 얘기입니다.

네 번째는 ‘남에게 전해주는’ 해설(解說)입니다.
남을 위해 설해주지 않으면 그건 불교가 아닙니다. 자꾸 전해줘야 합니다. 이것이 전법(傳法)입니다. 전법했을 때, 내 생명의 완성이 이루어집니다. 전법에 대해서는 항상 중요하게 강조했으니까 여기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 다음 다섯 번째가 ‘베껴 쓰는’ 서사(書寫)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베껴 쓴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부처님 법이 전해질 당시에는 인쇄된 책이 없었습니다. 종이도 없고, 패엽경이라고 해서 나뭇잎사귀에 글씨를 써서 부처님 법을 전해줬던 시대입니다. 종이도 귀하고 인쇄술도 없어서 경전을 전해주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남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베껴 쓰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인쇄된 책이 얼마든지 많으니까 남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굳이 베껴 쓸 필요가 없습니다. 있는 책으로 법보시를 많이 한다든지, 자꾸 읽어서 내가 바뀌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받아지님’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고, 맨 마지막에 있는 ‘베껴 쓰는 것’만 강조해서 베껴 쓰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법화경에는 공덕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이것은 구하지 않아도 공덕이 따라온다고 한 것이지, 공덕을 구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니 법화경을 사경하면 공덕이 있다고 하여 그 공덕을 구하는 태도는 오히려 법화경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공덕을 누리기 위해서는 밖에서 구하는 마음을 버려야 됩니다.
내 생명의 진실은 반야심경(般若心經)에서 늘 외우다시피, 새삼스럽게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느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나의 참생명은 본래부터 무한절대이기 때문입니다. 죽으려야 죽을 수 없고, 다투려야 다툴 수 없고, 부족할래야 부족할 수 없고, 어두울래야 어두울 수 없는 본래 아미타생명입니다.
이것을 모르고서 어리석게도 중생이라고 우기며 지냈으니까,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나의 참생명이 본래부터 무한절대라는 것을 그대로 믿습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일러주시는 분이 법사(法師)인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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