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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문사수 2010.11.25 조회 수 26563 추천 수 0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우리가 계(戒)를 받는다고 할 때, 그것은 새로운 그릇을 마련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릇을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고 새롭게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그릇을 마련하려면 반드시 그 속에 있는 지저분한 것을 다 청소해 내어야 합니다. 그것이 참회입니다. 마침 참회에 대해선 보현행원품에 잘 나와 있으니 보현행원품 통해서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남자여,
  또한 업장(業障)을 참회한다는 것은
  보살(菩薩)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모든 악업(惡業)이 한량이 없고 가없어
  만약 이 악업이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용납할 수 없으리다.
  내 이제 깨끗한 세가지 업으로
  널리 법계에 티끌 수 같은 세계에 
  모든 불보살님 앞에 두루 지성으로 참회하되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아니하고
  항상 깨끗한 계행(戒行)에 머물러 있으오리다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의 세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참회도 다하려니와
  허공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참회도 다함이 없어
  생각 생각 계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그동안에 계속 보현행원을 공부함으로써 밝혀졌듯이, 또 우리가 항상 외우고 있는 덕목과 같이 우리들 참생명은 본래 부처님생명입니다. 겉모양이 어떻게 보이든지 어떤 모습이든지 우리들 참생명은 본래부터 부처생명입니다.

  그러면 이처럼 부처생명을 살고 있는 사람에겐 당연히 행복만이 충만되어 있을 텐데 어째서 행복 아닌 일이 벌어지느냐 하는 것이 언제든지 의문으로 남게 됩니다.
  그동안 공부한 것에서 보면 이 세상 어떤 운명적인 현실이든지 자업자득(自業自得), 즉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 절대진리를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부처생명을 살고 있기 때문에, 다 행복하게 살아야 되고, 다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다 번영을 누리고 살아야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몸에 병이 있고,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고, 또 경제적으로 난관에 부딪히는 일들이 생깁니다. 그러면 이러한 것들은 왜 생기는 것인가?
  흔히들 이런 것을 운명(運命)이라고 생각해서 운명철학을 연구하는 사람까지 있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얘기입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내가 짓고 내가 받는다는 것을 몰라서 헤매는 것일 뿐입니다. 어떤 것이 내 앞에 벌어지든 지간에 그 모두는 자업자득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고난이 오고, 장애가 왔을 적에 그 현장에서 바로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 옛날 내가 저질렀던 잘못이 오늘날 이렇게 나타났구나’
  그래서 우리에게 어떤 장애로운 일이 벌어지더라도, 어떤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잘못했던 것이 드러나는 것이니까 바로 ‘참회합니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참다운 참회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서 내가 누군지 모르고 지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나라는 것은 이 몸뚱이다’라고 결정해버리니까, 이 몸뚱이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밖에서 무엇인가를 보충하려 하고, 무엇이든 긁어모아야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남들이 거기에 협조하지 않으니까 남들을 다 원수라고 여기고, 그것으로부터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바르지 못한 인생을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생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몸뚱이가 나라고 알기 때문에 탐심(貪心)을 일으켰고, 진심(瞋心)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항상 염불(念佛)하면서, ‘내 생명은 결코 육신이 아니라 부처님생명입니다’라고 외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나무아미타불 부르는 것 자체가 참회(懺悔)입니다.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는 어리석음으로 세상을 살아왔던 것이므로 그 모두를 참회하는 것입니다.

  위 경문(經文)에서 ‘내가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모든 악업이 한량없고 가없다’고 합니다.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운명적 현실이 전부 내가 과거에 지었던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의 성적표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성적표이기 때문에 빨간 글자로 나온 부분에 있어선 다시 재수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못했습니다’ 하고 참회하는 것입니다.
  몸으로 살생(殺生)이나 음행(淫行)을 하고, 입으로는 바르지 않은 말을 하고, 뜻으로는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생각 등의 악업(惡業)을 참회합니다. 그러나 악업이 진실로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탐심(貪心)·진심(瞋心)·치심(癡心)에 근거한 몸과 말과 뜻의 업이라고 하는 것의 근본은 다름 아닌 자기 생명의 인식착오에서 생긴 것입니다.
  착오란 착각입니다. 착각이란 것은 참으로 있는 게 아닙니다. 참으로 있는 게 아니라 참으로는 있지 않은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고 그릇되고 허망한 생각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몸과 말과 뜻의 업이라는 것 자체가 허망한 생각을 근거로 해서 나오는  때문에 그 업 역시 실체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죄를 지었다고 할 때, 죄가 참으로 있는 줄 알지만 지금 얘기대로 그 죄의 근본은 자기 생명에 대한 인식착오이기 때문에 허망한 것입니다. 허망이기 때문에 참으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근거가 참으로 있는 게 아니니 업으로 나타난 죄업도 참으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 눈에는 참으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죄가 참으로 있는 것이라면 영원히 없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참으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명관을 바꿀 때, 그 때 바로 모든 죄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이라는 진리로부터 바뀌는 것입니다. 즉 나무아미타불로 참 진리의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내 이제 깨끗한 세가지 업으로
     널리 법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의 불보살님 앞에
     두루 지성으로 참회하되
     이제는 다시 그런 악업을 짓지 않겠습니다.

  다시 짓지 않는다는 말은 ‘나는 부처님생명으로 살겠습니다’하는 것입니다.

  결론을 얘기하면 아무리 악업이나 죄업(罪業)이 산더미같이, 또 우주 전체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그 근본은 허망한 착각에 있었던 것인 만큼 그것만 바로잡으면, 그것으로 참회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를 받을 때도 참회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연비를 받으면서 순간적으로 생명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몸뚱이를 나로 알았던 그런 어리석음을 다 내버리고, 나의 참생명은 영원 절대인 아미타라고 생명관을 바로잡는 것으로 참회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법문들으신 소감, 댓글 환영합니다~~~    emoticon

 

1개의 댓글

Profile
김태성
2010.12.14
정말 훌륭하신 법문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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