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모시는 범활입니다.
며칠 전 길을 가다가 아파트단지 사이에 지고 있는
해를 마주했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멋진 석양(夕陽)이였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각인될 석양을 찾아 서해바다로도 가고,
도심 속에서도 문득 멋진 석양을 만나면
한동안 바라보며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기기 위해
애썼습니다.
농사일을 하다가도 석양이 아름답게 보이면
모든 일 제쳐두고 석양이 좋은 곳을 찾아
관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석양을 마음에 새기려 하는 이유는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을 통해 부처님께서
열여섯 가지 관법(觀法)을 설하시는데,
첫 번째 관인 일상관(日想觀)을 마음으로 익히기 위함입니다.
일상관에서 말하시는 ‘서방(西方)’의 의미는
단순히 서쪽이라는 방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지는 방향으로 ‘서방’은 태양에 의지해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의 종말을 뜻합니다.
이런 상대적이고 현상적인 존재인 ‘나’가 끝남으로
그 배후에 본래 있는 근원생명인
부처님생명이 드러나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서쪽으로 지는 해를 관한다는 것은
평상시 내가 의지하고 있는 상대적이고 현상적인 세계를
명확히 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가 의지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야
허구의 세계가 벗겨질 수 있으며,
부처님의 법문이 진정 들리기 시작합니다.
지는 해를 마주하며
‘나’라고 하는 상대적이고 현상적인 존재가 끝남을 생각하며
일상관을 합니다.
이런 일상관을 통해 내가 무엇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지
스스로 정직하게 물어야 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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