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은 수보리 존자의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오니,
마땅히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합니까?』
불자(佛子)라면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한다는 말씀입니다.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살아감에 있어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아라는 말씀입니다. 그 목적의식이 진리(眞理)에 부합할 때 인생의 참다운 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기차를 타고 어느 절에 법문을 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연세가 조금 있어 보이는 여자 분이 저에게 과일을 주면서 “스님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절에 다니시냐고 물었더니 수원에 있는 어느 큰 절에 다닌다고 해요. 그 절에 아무개 큰스님이 계시는데 그 분에게서 좋은 법문 많이 들어서 좋겠다고 했더니, 법문은 많이 들었다 합니다.
“그러면 들으신 법문으로 세상을 살아가시면 되겠네요?”하며 찬탄을 드렸더니, 반색을 하며 “법문은 참 좋지만 그 분 말씀대로 살면 이 세상 못 살아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갸우뚱하며 어째서 못 사냐고 했더니, 좋은 법문은 좋은 법문이고 세상은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이예요. 그래서 제가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를 못살게 하는 것이 불교니까 부처님도 절도 다 필요 없겠네요?”
그 분이 오계도 받았다고 하시기에 또 이렇게 물었습니다. 오계의 첫째가 살생하지 마라인데 살생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고, 도둑질하지 마라 했는데 도둑질 안하면 살 수가 없다는 말이고, 거짓말하지 마라 했는데 거짓말 안하고 어떻게 사느냐는 말 아닙니까? 그러니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살면 우리는 전부 망하게 되는데 왜 절에 다니고 불교를 믿는다 하느냐고 했더니 대답을 못합니다.
정법(正法)대로 살면 못 산답니다. 법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으로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지금 불교계에 태반이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계는 받으면서도 계와 일상생활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기껏 절에 와서 금년 신수나 봐달라하고 사주나 보러 다니는 사람이 무슨 불자입니까?
옛날에 큰 스님한테 누가 물었습니다. “스님! 어제 법문을 들으니까 ‘거짓말을 하지마라.’ 하셨는데 저는 장사를 하는 사람입니다. 장사를 하려니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큰 스님이라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가끔 속여서 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큰 스님의 대답은 명확했습니다.
여러분들 잘 들으세요.
“아! 그러면 장사를 안 하면 되지.”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다시 물었습니다.
“장사를 안 하면 굶어 죽습니다.”
스님이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굶어 죽으면 되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까?
이것이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겁니다.
오로지 부처님법에 따라 인생을 새롭게 살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이 불자(佛子)입니다. 버젓이 절이라고 하는 곳에서 사주나 관상 보는 것은 불교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겁니다. 이런 어리석은 풍조 때문에 안타깝게도 불교가 자꾸 왜곡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에서 수보리존자의 말씀이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적어도 불교를 믿는 마음을 일으켰다는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겁니다.
‘너는 왜 불교를 믿느냐?’ 고 누가 물으면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위해서 불교를 믿는다.’ 이렇게 분명히 대답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얻어서 부처가 되신 그 깨달음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뭐예요? 그것은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겁니다. 불교는 그것밖에 없어요. 부처되는 길밖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불교(佛敎)라는 말은 부처되는 가르침입니다. 부처가 된다는 말은 온 우주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죠.
우리가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하는 것은 인생을 살되 ‘왜 사느냐’를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식당과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닙니다. 고급스런 식당에서 기름진 음식 맛있게 먹고, 그래서 화장실 잘 다니고, 그러다가 그 다음은 뭡니까? 그 다음은 죽는 겁니다. 그러면 개나 돼지와 뭐가 다릅니까? 조금은 더 오래 살고, 잘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는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하는 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세상을 바르게 못살고 비뚜로 산 세월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어도 습관적으로 자꾸 다른 마음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탑스님의 법문은 다 옳은 말이기는 한데 그 말대로 하면 세상을 못살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또 나옵니다. ‘한탑스님이 말하는 것은 스님의 이야기이고, 우리는 재가(在家)신도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따로 있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부적도 해야 된다고 부산을 떱니다.
이런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나면 즉시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는데, 그 부처되는 마음에 거역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얼른 그 마음을 항복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서 그것을 꼭 간직해서 나아가는 길인 것입니다.
정리하면, 인생의 목적은 다른 것이 없습니다. 생사(生死)에서 벗어나고 이고득락(離苦得樂)하는,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것 이외에 더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부처님이 얻어서 부처가 되신 그 깨달음이니까 결국은 ‘나도 부처되겠습니다.’라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입니다.
이와 같이 부처되겠다는 마음을 일으켜서 잘 간직해 나가야 하는데, 어렵고 방해가 되는 생각이 문득 일어날 때에는 즉시 그 마음을 항복받아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하는 것입니다.
이런 법문을 듣는 것이 절에 다니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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