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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산다면

문사수 2012.03.26 조회 수 24631 추천 수 0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산다면

편작이라고 하면 중국만이 아니라, 동양의 명의(名醫)로서 못 고치는 병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이 편작에게는 언제나 구름 같은 환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편작 선생님은 하늘이 내신 분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대단하신가?”하는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이 편작은 3형제로서 두 형님을 비롯하여 편작까지 모두 의사였는데, 어떤 사람이 짓궂은 마음에 물었습니다.
 “두 형님들과 당신의 의술 중에 누가 가장 으뜸인 것 같습니까?”
 두 형은 이름조차 나와 있지 않으므로 그리 물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자 편작이 대답하기를,
 “제 생각으로는 아마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뛰어날 것입니다.”
 겸손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의외의 대답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둘째 형님이고, 그 다음이 저로서 제가 말석(末席)을 차지합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세상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통 말이 되질 않습니다.
 “당신과 같이 이름난 사람이 의술이 더 뛰어나지 무슨 말입니까?”
 “제가 그 이유를 말씀 드리죠. 제 큰 형님은 사람을 쳐다보면, 병(病)이 나기도 전에 미리 병을 치료해 버립니다. 병의 원인을 미리 제거해 버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막상 치료를 받은 당사자도 알아채질 못합니다. 따라서 고마운 마음조차 생기질 않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병이 없던 걸로 스스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둘째형은 큰형보다 못하지만, 감기나 생채기 등 작은 증상만 보아도 그것을 미루어서 큰 병을 미리 제거해 버립니다. 그런데 나는 남들이 아파 죽겠어서 못 견딜 때가 되어야만 약을 주고 침을 놓아 병을 고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절더러 잘 고친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아프기 전에 고쳐주어야 그것이 진짜 의사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게 고맙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고맙다는 얘기를 들어야 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아프기 전에 고칠 수 있는 형님들의 의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인심(人心)이라는 게 그렇지요. 당장 아프거나 위기에 닥쳤을 때 도와주는 사람을 고맙다고 하지, 어려움을 미리 알아서 막아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것이 바로 중생심(衆生心)의 정체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익의 범주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지기에 여념 없는 마음가짐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세상의 인연을 물질적인 잣대로만 파악하려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똑같은 사람이 TV에 한 번만이라도 나와 보십시오. 무릎을 맞대고 앉아 실제로 만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반가와 합니다.
 ‘야, 그 사람 이제 알고 보니 대단하구먼!’ 이러면서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은 뒤집혀져 있습니다. 실체가 아닌 것에 홀려서는 울고 웃기에 바쁩니다. 못난 짓을 하면서도 그것이 세상을 바로 보는 가치관(價値觀)이라고 단정 짓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는 펄떡이는 생명(生命)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사람을 만난다는, 그리고 내가 살아있다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삶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지금 내 옆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무덤덤하게 사는데 익숙하기에 별 감동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생명 내용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앞에 인용한 편작의 말은 정말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에만 관계된 얘기가 아닙니다. 그의 말마따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쳐가는 과정은 차라리 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도움을 받고 살려지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이 힘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물질적인 틀에 갇힐 새가 없이 공급과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지 않느냐는 심정이 되어 그 속에 담긴 은혜에 눈감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가장 먼저 고마워해야 될 사람은 평상시에 나에게 밥 한 술 떠주고, 내 옷 기워주고, 내 옆에서 정답게 얘기 나누는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큰 은인(恩人)이란 말입니다. 큰 일 닥칠 때나 체면치레하려고 겨우 잠깐 얼굴을 내미는 사람보다는, 평상시에 옆에서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사람이 참으로 고마운 사람입니다.
 은근하면서도 진실한 관심은 굳이 유난스러워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생명의 교류(交流)이기에 조건화(條件化)된 상황에 구애되지 않습니다.
 흔히 특별한 것을 좋아합니다만, 특별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엇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과 같습니다. 따라서 또 다른 특별한 것이 등장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관심은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새삼스런 관심(關心)을 너무 좋아하지 마십시오. 어느 날 갑자기 새삼스런 무관심(無關心)으로 치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때문에 평상시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이나 사건이 나에게는 가장 구체적인 은혜의 현장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로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여기서 우리는 부처님을 발견하고, 부처님의 은혜를 느껴야 됩니다. 좁게 얘기하자면 부모님의 은혜, 형제의 은혜, 친구의 은혜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특별한 것만 찾을 게 아닙니다.
 이를 평상시에 증명하는 게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로 만나서 집안일을 하다보면 대립적(對立的)인 구도를 설정하였기에 당연히 짜증이 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법우로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부처님생명끼리 나누는 법담(法談)이 될 터이니 꼬일 틈이 없습니다.
 우리 삶의 곳곳마다 부처님이 계심과 동시(同時)에 내가 자리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놓치지 마십시오. 부처님이 자리한 곳은 저쪽이고, 못난 나는 이쪽에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부처님이 말씀하고 계시고, 내가 가는 곳마다 부처님이 숨 쉬고 계시며, 내가 가는 곳마다 부처님이 걷고 계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니, 잊지 말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 우리들이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빼놓고는 부처님께 공양 올릴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참생명 가치를 아끼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절대로 어떤 비교 잣대에도 맡기지 마십시오.
 우리는 절대생명으로서 부처님생명이지, 주어진 운명에 어쩔 수 없이 딸려 가는 그런 못난 생명이 아닙니다. 혹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참생명인 부처님생명에게 오체투지(五體投地)해 보십시오. ‘어이쿠! 저 인간’ 했던 마음이 그대로 '아! 우리 부처님' 이렇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그래봐야지!’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동안 이만큼 세상에서 공양을 받을 만큼 받았으니, 이제는 토해 낼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받기만 하는 사람은 거지입니다.
 이제는 줄 때입니다.
 무량공덕(無量功德)의 주인공인 여러분들은 언제나 줄만큼 넉넉하십니다. 법우님이 있는 곳이면 부처님생명이 자리한 곳이기에 말입니다.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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