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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예불문 12] 달마는 동쪽으로 가셨는데 나는 어느 쪽으로 갈까나

문사수 2015.06.30 조회 수 14990 추천 수 0

정토예불문 강의(12)


  

달마는 동쪽으로 가셨는데 나는 어느 쪽으로 갈까나



오늘은 정토예불문 일곱 번째 지심귀명례 시간입니다.

지심귀명례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至心歸命禮 西乾東晋 及我海東 歷代傳燈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諸大祖師 天下宗師 一切微塵數 諸大善知識

서건동진 급아해동. 옛날에는 인도를 천축(天竺)국 혹은 서건(西乾)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기준으로 보면 인도는 서쪽에 있는 나라입니다. 동진(東晋)은 중국을 말하는데, 인도 기준으로 보면 동쪽입니다. 선(禪)의 화두 중에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달마대사는 본래 인도분이니까, 서쪽에서 동쪽에 있는 중국으로 오셔서 불법을 전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화두입니다. 이 화두를 역발상하여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한 때 유행했었습니다.

어쨌든 불법이 서쪽 인도에서 발생하여 동쪽으로 오면 중국에 이릅니다. 그 중국대륙의 동쪽 끝에서 바다를 만납니다. 그 바다가 서해(西海)인데, 그 바다 건너 동쪽 끝에 있는 나라가 바로 해동(海東)입니다. 즉 우리 나라를 일컫는 것입니다.

불법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 오는 역사적이면서 지리적인 전개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함에 있어서 구체적이어야 동감하고, 인정하게 되고, 믿는 마음이 생깁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부처님은 비교적 최근까지 신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되어 왔었습니다. 19세기 말경에 독일인 고고학자인 휘러박사에 의하여, 지금의 네팔과 인도의 국경지대 근처에서 아쇼카대왕의 석주가 발견됨으로 인해, 그곳이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이며, 석가모니 부처님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입니다. 이미 팔만대장경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경전들이 전해져 오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역사학자는 역사의 구체성을 고고학적인 유물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예수님도 역사적으로 실존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가는 물론이고 신학자 입장에서도 예수를 가공의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역사성을 띠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져 온 것은 객관적으로도 증명되어 온 사실임을 밝힌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란 말 그대로 사람들의 발자취입니다.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면면히 불법의 등불을 전해오신 주인공들이 조사(祖師)와 종사(宗師)로 대표되는 선지식(善知識) 분들입니다.

중국의 둔황 근처에 실크로드로 통하는 관문인 양관(陽關)이란 곳이 있습니다. 양관은 중국의 서쪽 국경 부분인데, 예전에는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출국 절차를 거치는 일종의 출입국사무소 같은 데입니다. 2006년 해외구도여행 때 직접 가보았는데, 사막이 시작되는 시점에 짧은 성벽과 큰 문이 있고, 그 문을 통과하면 바로 앞에 펼쳐지는 전경이 사막입니다.

끊없이 펼쳐진 모래 위에 드문드문 나있는 낙타풀이 사막을 더 황량하게 보이게 하고,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 올라 마치 푸른 바다가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사막을 지나 서쪽으로 가면, 부처님이 오셨던 천축국이 있다라는 사실만으로 목숨을 걸고, 구도의 길에 들어섰던 수많은 구법승들이 계셨기에, 내가 불법을 만나는 인연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한편, ‘그분들처럼 나도 구도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고는,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한숨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구도의 열정이 얼마나 강렬하셨기에 죽음을 무릅쓰고 이 길을 가셨단 말인가!

구법(求法)!

법을 구하고자 하는 종교적인 열정은 불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그 구법의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을 구도(求道)라고 합니다. 응당 불교도의 정체성은 구법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法) 즉 진리를 구하려는 것이 불교도이지, 부귀영화를 구하는 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전 생애에 있어서도, 전생(前生)을 포함해서, 흐르는 발자취는 구법의 발자취입니다. 부처님은 법을 구하기 위하여 몸을 버리시고, 법을 구하기 위하여 출가하시고,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고행을 하셨지, 또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신 적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구하신 법은 당신의 자족에 그친 것이 아니라, 모든 세상을 향해 전법(傳法)하시는 것, 즉 부처님의 전 생애는 구법과 전법의 역사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처럼 귀한 법이 또 다른 구도자에 의해 구하여지고 또 전해져 오는 과정이 불교사인 것입니다. 그런데 구도행 그 자체를 단순히 역사적으로 열정적인 몇몇 분들의 기행담으로 보아 넘겨서는 안됩니다. 구도란 모든 생명의 근본적인 지향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고통과 번뇌와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하기에 진리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구법과 전법의 역사 속에서 사신 분들이 조사와 종사입니다. 조사(祖師)는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구법과 전법의 상수(上首)가 되신 분들을 말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법이 전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예인데, 모든 불교 공동체에는 어른이 계셔서 지혜를 전하고 위계질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마하가섭 존자로부터 시작하여 육조 혜능대사에 이르는 분들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법의 과정은 일률적인 모습을 띠지 않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고 할 때,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고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고 심지어 걸어서 가는 방법도 있는 것입니다. 방법은 각기 달라도 목적지는 한가지인 것과 마찬가지로, 구법(求法)의 방법이 수평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을 종파(宗派)라고 합니다. 이 종파를 맨 앞서서 창시하시고 구법의 길을 가신 선지식을 종사(宗師)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선종은 초조인 달마대사가 종사가 되는 것이고, 천태종은 천태지의대사가 종조가 되고, 정토종은 혜원대사가 종조가 됩니다.

한국불교의 특징 중에 하나는 종파불교라는 것입니다. 수많은 종파가 역사적으로 명멸하였지만 서로 다툼과 어그러짐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구법과 구도의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어 기록되어진 조사와 종사님뿐만 아니라, 참으로 많은 구도자들이 계셨을 것입니다. 이분들은 이름과 구체적인 행적은 남기지 않았어도 수많은 구도자의 길잡이가 되시고, 또 고통 받는 민초들과 동고동락 하며 왕생가를 불렀을 것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선시식들이 계셨기에 구도의 도도한 흐름은 멈추지 않았던 것입니다.

<계속>


<문사수법회 정신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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