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여시아문, 이것이 인생이다.

문사수 2015.03.09 조회 수 14909 추천 수 0

 우리에게 설법을 해주시는 분을 법사라고 합니다. 당연히 최고의 법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십니다. 그런데 그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에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내가 법사로서 남들에게 이렇게 법문을 해주지만, 나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법문을 해주는 사람은 전부 여래의 방에 들어와 부처님 자리에 앉아서, 부처님의 옷을 입고서 당당하게 부처님의 법을 설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법문을 듣는 것은 누구로부터 듣는지에 관계없이 부처님으로부터 듣는 겁니다.

 금강경에서도 배웠습니다. 부처님이라고 하시는 분은 어떤 특별한 모양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특별한 모양이 없다는 이야기는 상(相)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죠. 우리가 2,500년 전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이라고 그려진 그림이나 불상을 보긴 보니까 아마도 부처님이 그런 모양으로 계시기도 했겠죠.
그렇지만 또 이렇게 한탑스님 같이 못난 얼굴로 나타날 때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럴 때 나타난 모습을 가지고 ‘저 사람은 한탑스님이다.’ 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부처님의 방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자리에 앉아서, 부처님의 옷을 입고 설법을 하는데 부처님 말고 다른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부처님은 법문해주시는 분’ 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만들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법화경을 공부하면 아주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법문이라 하겠습니까? 법문의 내용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너는 중생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은 다 법문입니다. 그런데 ‘너는 중생이 아니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여기 법사뿐만이 아니에요.
시어머니가 이야기하는 것도 가만히 들어보니까 나보고 ‘너는 중생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길에서 만난 거지가 나보고 돈 달라고 하는 것도 가만히 듣고 보니까 ‘너는 중생이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있는 거예요. ‘너는 남한테 자꾸 주는 사람이야!’ 라는 법문을 주는 겁니다. 문사수법회에서 법사라고 품수 받은 사람만 법사가 아니라, 가만히 보니까 이 세상사람 전부가 다 법사라는 말씀입니다.
 
 유마경에도 이와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너에게 자꾸 돈을 달라고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거지로 보지 말고 관세음보살로 보아라.”라는 법문이 있습니다.
왜 관세음보살입니까? 남한테 자꾸 보시를 해야 탐심을 없애는 공부가 되는데 보시를 안 하고 있으니, 너로 하여금 보시를 하게 하려고 거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돈을 달라고 하는 거니까, 보시 잘하라고 일러주는 그 훌륭한 법사가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는 그런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만일 나한테 욕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너는 원래 이런 욕을 들어도 잘 참을 수 있는데, 참지 않고 화를 내려고 하니까, 화내는 것 참으라고 공부를 시키는 사람인 겁니다. 그러니까 나를 약 올리고, 내 속을 썩이고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들 모두가 법사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온천지에는 오로지 부처님만 계신 겁니다. 그렇죠? 

  요약하면 법회에서 법문을 해주시는 법사님도 부처님이고, 특히 나를 거슬리고, 나를 못살게 굴고, 나를 속상하게 하는 온 천지의 모든 사람들이 다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 청담스님은 그런 사람들을 역행보살(逆行菩薩)이라고 했어요. 그 분만의 독특한 표현입니다.
역행보살! 거꾸로 가는 보살입니다. 거꾸로 가는 보살이 있어야 우리가 배운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주변사람을 다 역행보살로 볼 수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다 부처님이고 온천지가 부처님으로 꽉 차있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아! 나는 법문을 듣고 있었구나!’ 이렇게 알게 되죠.
  이렇게 법문을 듣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여시아문(如是我聞)’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는 것은 어떤 특별한 언어로,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자격을 가지고 말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온 천지가 부처님말씀 말고는 달리 없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소동파라는 유명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산중에서 공부를 해서 문득 깨쳤습니다. 깨친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깜짝 놀랄 일이 생겼습니다. 깨치기 전인 어제 봤던 산과 깨친 다음에 오늘 보는 산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산 빛이, 부처님의 청정한 몸 자체인 겁니다. (산색기비청정신, 山色豈非淸淨身) 그리고 또 시냇물소리가 졸졸졸 들리는데 어제까지는 단순한 시냇물소리였는데, 지금은 바로 부처님의 끊임없는 법문으로 들렸다는 겁니다. (계성변시장광설, 溪聲便是長廣舌)  계곡물소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타고 다니는 전철소리도 가만히 들어보면 기차가 내는 소리 같지만, 그것이 다 온천지에 꽉 차있는 부처님의 소리인 겁니다. 

 정토신앙에서는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극락에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극락이 왜 하필 저 멀리에 있어서 내가 가야합니까? 그렇게 따로 떨어져있는 것은 극락이 아닙니다. 사실은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내가 극락에 가는 것이 아니고, 극락이 나한테 오는 것입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나 또 극락이 새삼스럽게 오는 것도 아니죠.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더니 극락세계가 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주더라는 말입니다. 어디에 있다가 드러난 것이겠습니까? 본래 극락세계가 언제나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는 것을 몰랐다가 문사수법회에 와서 법문을 듣고 보니까 ‘아! 이곳이 극락이구나!’를 알게 되었단 이야기죠. 이것이 설법을 듣는다는 의미의 진정한 뜻입니다. 

부처님법문 말고는 이 세상에 참으로 있는 것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법문 말고 내가 인생의 괴로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습니다.
부처님 법문은 여시아문입니다. 법회에 다만 한사람만 참석해도 진정한 구도심이 있으면 그 법회는 잘되는 법회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이더라도 법화경을 베껴 쓰기만 하면 부자가 된다고 선전하는 법회는 잘못된 법회죠.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그것은 불난 집이니까 거기서 빨리 나오라고 하는 것이 법화경의 법문인데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진실로 크게 발심해서 법문을 항상 듣고 구도심을 내는 그런 법우들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이유는 법문듣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시아문!’ 이것이 내 인생입니다.
이것을 확실히 알고 공부를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0개의 댓글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대중법문] [ 종료 : 4월, 둘째주 대중법회] 불자로 살아가는 삶 - 명성 법사 문사수 2023.02.12 1763
[정토예불문 13] 불교는 구도자의 종교다 문사수 2015.10.01 13685
지금 무엇에 의지하는가! 문사수 2015.09.16 12051
자기반성의 참다운 의미 문사수 2015.09.01 13565
과거가 없는 정진과 성취 문사수 2015.08.13 13739
귀일심원하여 요익중생하라! 문사수 2015.07.23 14087
[정토예불문 12] 달마는 동쪽으로 가셨는데 나는 어느 쪽으로 갈까나 문사수 2015.06.30 14989
[정토예불문 11] 깨달음의 보편성을 증명하다! 문사수 2015.06.22 15122
종(鍾)은 누굴위해 울리나? 문사수 2015.06.17 14150
내가 절에 다니는 까닭은? 문사수 2015.05.27 14347
비우면 저절로 채워진다네 문사수 2015.05.07 14273
‘나’로부터의 해방 문사수 2015.04.20 15245
[정토예불문10] 당신이 제일(第一)입니다 1 문사수 2015.04.12 16286
[정토예불문9] 아, 보살님이시여~ 문사수 2015.04.05 16612
인과(因果)에 걸림없는 공양 문사수 2015.04.02 14597
여시아문, 이것이 인생이다. 문사수 2015.03.09 14909
좋은 윤회 또한 윤회인 것을! 문사수 2015.02.25 15274
아미타 노릇 잘 하세요! 문사수 2015.02.09 14087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를 낳고, 독사가 물을 먹으면 독을 뿜는다 문사수 2015.01.28 15446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 문사수 2015.01.19 15704
날마다 시작이고, 날마다 마지막이다 문사수 2015.01.06 16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