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2주년 기념법회 법문을 듣고...
법문을 듣는다는 것은
지효 박 매 영
선재동자는 법문을 들으러 복성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복이 넘치고 복으로써 충분한 곳이라는 복성을 뛰쳐나와
법문을 듣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법문을 듣는 구도자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 것일까?
헤르만 헤세는 소설 <싯달타>에서
뱃사공 바주데바의 경청하는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바주데바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고요하게,
마음을 툭 터놓고,
싯달타가 하는 말을
느긋하게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리는 법도 없이,
싯달타가 말하는 중에는 칭찬의 말도 꾸중의 말도 하지 않고서,
다만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만 있었다.’
바주데바는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는 법에 대해
강(江)의 소리를 듣고 배웠을 뿐이라고 말하지요.
싯달타는 바주데바에게 감동하여 뱃사공 일을 배우며 머무르다가
강물이 전해주는 가르침을 깨우치게 됩니다.
‘싯달타는
강(江)으로부터
무엇보다도 경청하는 법, 그러니까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격정도, 소원도, 판단도, 견해도 없이
귀기울여 듣는 것을 배웠다.’
강의 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강가에 앉아있는 싯달타와 바주데바를 떠올리며
나 또한 고요해지고 경건해집니다.
듣는다는 것은
뜻을 전달받아 깨우치고
그 뜻대로 사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듣는다는 것이 귀로 듣는 것이 아니고,
생명의 세계에 들어가라는,
진정한 생명의 세계에 살아가라는 뜻이라
들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 살면서
좋은 윤회를 꿈꾸고
나를 되풀이하는 한
귀는 있으되 듣지 못하고
생명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음을 들었습니다.
선재동자가 그랬듯이
나의 복성에서 나와서
고요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영혼,
활짝 열린 영혼으로
법문을 듣고 또 듣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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