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법사님 전상서

최 홍 식 2009.09.16 조회 수 4215 추천 수 0

저는 조법우의 인도로 수련법회에 참석했던 최홍식이라고 합니다. 기억하시리라 믿고 글로나마 스님과 법사님들, 그리고 법우님들의 안부를 여쭙니다. 혹 수련법회 기간 중에 저의 잘못된 행동이나 무례함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문사수 수련법회에 참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조용준 법우의 치밀한 계획과 제 자신이 현실에서 벗어나 쉬고싶다는 안이한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래서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참석했습니다만, 수련법회의 시작부터 제게 다가오는 느낌은 ‘잘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참석 동기와 상관없이 제가 사랑하는 조용준 법우와 모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였고, 나름대로 10여 년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는 조용준 법우의 따스한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부처님께서 저의 작은 됨됨이의 그릇을 우정의 확인이라는 부끄러움으로부터 다스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연히 조용준 법우의 종교관을 이해한다고 생각한 제 자신에게 정말 부끄러움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제가 문사수법회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막연히 느낄 수는 있었기에, 제가 알고 있는 조법우 삶의 기준이 되는 종교적 입장을 다시금 깊이 통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수련법회를 계기로 조용준 법우의 삶 속에 좀더 다가갈 수 있는 행복을 얻었습니다.

 

긴 시간 서로를 사랑하고 안부를 걱정하며 지내면서도 사회생활을 핑계로 서로를 직접 느끼는 것이 늘 어려웠고, 그런 현실이 항상 아픈 탓에 모처럼 결심을 하고 가족과 떨어져 오로지 우정을 느끼기 위해 출발한 여행이었습니다. 수련법회 가는 길은 먼 거리였지만 어느 새라고 할만큼 짧게 느껴진 참으로 오랜만에 갖는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정토사의 허름한(?) 법당 앞에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가져야했고, 왠지 어색한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수련법회에 참석한 다른 법우들을 대하면서 저의 마음속에 있던 긴장감은 언제 사라졌는지, 아주 오래 전부터 제가 문사수법회의 일원인 양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법우들의 따스한 마음은 우리들을 객이 아닌 오랜 법우처럼 느끼게 만든 것입니다. 자기 소개의 어색함은 어느새 정신법사님의 농담 속에서 잊혀졌고, 종교적 절차의 엄숙함은 제가 아주 진실한 법우로 변해있게 하였습니다.

 

사실 수련법회의 시작은 이런 감정의 밑바닥에 아직은 제게 남아있는 객관적 입장의 여유가 있었기에 조금은 거리가 있었고 조망하고, 판단하는 건방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코 객관적 입장이 아님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제가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부터 불자로 살아오신 어머님의 영향과 조법우와 같은 친구들의 영향, 그리고 가끔은 자의로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 전에 예를 갖추면서 저는 아무런 갈등없이(마음의 번뇌 없이) 아주 편안하게 형식의 부처님을 모셔왔습니다. 결코 따르는 입장이 아닌 부모 공경의 방법으로서 혹은 우정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 형식적인 입장에서의 예(禮) 만을 가끔 올렸던 것입니다. - 하지만 수련법회 기간 중에 저는 참으로 깊은 갈등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고 저 자신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될 만큼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수련법회의 프로그램은 제게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제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수련법회의 프로그램 속에 제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의문과 반성의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면서 그 눈빛을 계속 마주하기에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또 그 얼굴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은 무엇인가?

정말이지 아주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한탑 스님의 설법이 갈등을 겪는 제게 편안함을 주시기도 했지만 역시 어려운 말씀은 저의 사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요구하시는 듯 했습니다. 제가 스님의 설법 내용을 이해한 폭을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받아들인 스님의 말씀은 제가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야 할 숙제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사춘기 이후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수련법회 이후 새로운 사춘기를 맞은 느낌입니다. 사춘기 경험이 한번 있었던 탓에 깊은 상념이나 고민에 빠져있지는 않지만 문사수법회의 한 점을 실마리로 제 인생의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얻은 것 같습니다.

 

수련법회 기간 중 법우님들이 보여준 따스함과 스님과 법사님들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문사수 수련법회에서 배우고, 느끼고, 만난 분들의 자세는 평생 제 마음속에서 많은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소 생각했던 대로 믿음을 갖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많은 탓에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 두서없는 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제 삶 속에서 스님과 법사님들과 법우님들의 삶을 생각하며 저를 다스릴까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여러 법우님들께도 안부 전해주십시오.

늦은 시간 속 정토사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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