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글자없는 책을 읽기 위하여

윤정희 2009.09.16 조회 수 3726 추천 수 0
 

 부처님 오신날.

  어머니는 절에 가시고, 여름은 성큼 다가와있습니다.

  마당 한 켠에 자리한 소나무에서 풍겨나는 솔향이 미풍에 실려 그대로 전해집니다. 거기에는 싱싱하게 살아있는 향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세월의 기억들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마냥 허전합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생명에 대한 기억이.

  떨어진 솔방울을 물고 다니기도 하고, 나무밑둥의 흙을 파헤치기도 하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물어뜯어 야단도 많이 맞았는데…

  지난 겨울 그 혹한 속에서 홍진으로 인하여 죽어 간 샛별이. 소나무를 마주한 나의 기억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 다가옵니다. 샛별이는 가고 없는데, 나는 기억을 붙들고서 샛별이를 만납니다. 내 앞에 있는 이 소나무도 지금 현재의 소나무가 아니라 샛별이와 함께 했던 기억 속의 그 소나무가 되어버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제 마당에 나갔다가 만난 소나무에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소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건만 왜 어제사 그런 만남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다른 이에게 읽혀진다는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쑥스럽습니다.


  불법(佛法)을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생각해 보면 저는 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으며, 나의 참생명에 대한 믿음 또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절로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그동안에 꾸준히 정진을 했었지만…

  법문을 듣다보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다고 배웁니다. 제가 그러한 선택 중에서 아주 잘한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컴퓨터를 배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요.

  컴퓨터를 배웠기에 그렇게 어렵다는 불법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컴퓨터를 사고, 인터넷을 배우고, 그리고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시간은 그냥 흘러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불교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동호회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던 때라 선뜻 가입은 못하고 몇 번인가를 둘러보다가,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주제방이 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교동호회 회원이 아니면 대화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가입을 희망했는데, 두번 정도를 했음에도 소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 자격 미달로 가입을 할 수가 없나보다 ’  하며 단념했었는데, 어느날 가입을 축하한다는 전자메일이 왔습니다. 그것이 작년 4월이었으니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제가 알고 있던 불교는 다신교, 우상숭배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찾아간 절에서 스님으로부터,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된다는 것이었고,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열심히 외우면 소원을 성취한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뜻도 모른 채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우다보니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은 어디론가 떠나가셨고, 절의 분위기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해서 절에 나가기를 그만 두었습니다.

  하지만, 신이 있어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끌렸음일까, 불교에 대해 더 알고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게 문사수법회 법우님께서 들려주신 말씀들,

 “ 나는 없고 부처님만 계신다 ”

 “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 ”

 “ 차츰차츰 닦아서가 아니라 단박 ”

 “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아님 ”  이라는 등의 말들이 제 머리에 남았습니다.

  이런 말씀들은 무척이나 어려웠고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다시금 생각해 보면, 그 말씀이 다 옳은 것 같아서 말씀 중에 이해 못한 것과 평소에 불교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전자메일로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인과의 대화에 무척이나 소극적인 제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것은 직접하는 대화가 아니라 컴퓨터를 통한 문자의 대화였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만남이라는 그 말씀이 정말 옳은 것 같습니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결코 부처님에 대한 믿음 또한 갖지 못하게 되었을 터이니까요.

  이제는 전과는 달리 만남의 인연에 대해 감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배울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인터넷이 있음에 감사하며, 문사수법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스승이기를 사양하셨지만, 그래도 나의 스승님!

  참생명에 대한 믿음을 갖기까지 드렸던 그 많은 질문들 때로는 되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우매한 질문들에 답답하기도 했으련만, 그 때마다 자상하고 세세한 가르침을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싫어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이 감사하는 마음보다 더 많이 들지만 언젠가 말씀해 주신, 내가 갖고 있다는 글자없는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지혜를 갖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리고 ‘나’라는 항아리가 아미타부처님에 의하여 깨뜨려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항아리를 깨뜨리지 않으면, 내용물이 바뀌었어도 소용이 없다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하니까요.


  나의 참생명 부처님생명!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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