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바니 세바네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

주 신 엽 2009.09.16 조회 수 3979 추천 수 0

 

날씨가 잔뜩 흐려있기만 하고 끝내 비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가물어서 너무나 비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비는 왜이리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마음대로 비를 오게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법당을 향합니다.

얼마전 화엄경 경전강좌가 끝나고 요즘은 보현행원품 독송을 하며 법우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법당에서 만나는 모든 법우들은 하나같이 다 반갑기만 합니다. 늘 만나던 법우가 보이지 않으면 자못 궁금해지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연락을 취해보지는 않지만 다음 법회 때엔 꼭 뵐 수 있겠지 하며 그리워합니다.

 

며칠 전 문득 책꽂이에 꽂혀있는 문사수법회 법우지를 대하게 되었지요. 맨처음 받아본 법우지가 94년 6월(18호) 법우지였습니다. 제가 문사수와 인연된 것이 94년 6월이었던 것이지요.

그전에는 다른 지역에 있는 사찰에 다니고 있었는데 원당으로 이사오면서 잘 나갈 수가 없고 해서 집 근처의 어떤 법당에 간간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비구니 스님 세분이 계셨는데 정기적으로 부처님 법문을 들을 수가 없어서 항상 허전했습니다. 그 절 스님께서 법문이 듣고 싶으면 문사수법회에 가라고 일러주셔서 제가 직접 문사수법회를 찾게 되었지요.

그렇게 문사수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처음 문사수법회를 방문했을 때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기존의 사찰과는 다른 인상을 받았지만, 특별히 낯선 느낌도 없이 그냥 법문만 듣고 왔습니다. 백조부페 빌딩에 있던 그 법당은 지금보다 작고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양옆에 붙어있는 사무실에 피해줄까봐 목탁도 칠 수 없었기에,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소리와 함께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법문이 끝나면 곧 법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법우들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수가 없어서, 서로를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스스로 문사수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자리하였고 자연스럽게 나가던 사찰을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사수법회에만 나오게 되었지요.

그때는 법당에 세 분의 법사님이 계셨는데 지금보다 일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대중법회는 매주 일요일에 있었고, 목요일에 불교교양강좌가 10시 30분에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목요법회는 여성법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법우님들만 법당에 모였습니다.

그 즈음 컴퓨터 교양강좌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는 소식이 있어, 예나 지금이나 강좌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나는 컴퓨터강좌에 입문했습니다. 그때 강좌를 맡았던 법사님은 필기와 실습 위주로 두시간씩 열심히 재밌게 지도해주셨습니다. 법사실에 있던 두 대의 컴퓨터를 직접 들고나와 실습에 임하며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강좌가 끝나갈 무렵 처음 입문했던 열두세명의 법우들은 반으로 줄었지만, 조촐한 쫑파티를 열어서 수고하신 법사님과 점심공양이라도 하자고 법우들끼리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때의 법당은 지금처럼 공양간이 없었기에 공양준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법우는 직접 전기밥솥을 들고 나왔고 각자 집에서 정성껏 마련한 반찬을 한두가지씩 가져와서 법사님과 법우들이 한데 모여 처음으로 공양한 기억이 납니다. 제게는 잊을 수 없는 문사수법회에서의 첫공양이 시작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듬해 95년 주교동에 있던 법당으로 이사를 했고, 그 법당에서 저의 본격적인 문사수법우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목요일 법회는 금요일 법회로 옮겨졌으며 점점 문사수와 친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법문 때마다 한탑 스님께서는 ‘우리 불자(佛子)들은 법회에 나와서 부처님 법문을 열심히 듣고 전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그냥 들을 때 뿐이었고 왜 그래야 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법문 듣고 내가 변화하므로써 내 주변이 분명 밝아짐을 직접 느낍니다. 그리고 내가 전법한 법우님이 또 다시 변화하므로써 그 법우님의 주변이 또다시 밝아집니다. 이렇게 해서 온통 주변이 다 밝아진다는 원리를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자꾸 전법해야 되겠지요. 이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잘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여여 법사님께서는 법문 중에 늘상 혼자하는 정진도 중요하지만 꼬옥 법당에 나와서 법우들과 함께 정진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처음엔 그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한해 두해 법당을 오가며 서서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법당에 오면 법사님께서 들려주시는 부처님 법문을 통해 알 수 있는 진리도 있지만, 법우들과 법담을 하다보면 다른 법우님들을 통해 얻어지는 삶의 지혜는 생활전반에 걸쳐 큰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한분 한분의 법우님들이 정말 훌륭한 부처님이고 선지식이기 때문입니다.

법당에 모여 법문을 듣고 법우들과 함께 하는 공양과 한잔의 커피는 정말 저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래서 법우님들이 커피를 타 달라고 제게 부탁할 때는 마다하지 않고 커피를 타곤 합니다(제가 타는 커피맛이 꽤 괜찮다(?)는 것을 지면을 통해 살짝 밝혀두고 싶습니다). 물을 끓이면서 천천히 법문을 되새겨보고 법우님들을 떠올리며 찻잔을 고르고 커피의 양을 조심스레 조절하며, ‘어느 법우님은 보통 커피, 여여 법사님은 설탕을 안넣고 어떤 법우님은 커피만 살짝, 또 연세가 있으신 법우님들은 약간 달게…’ 이런 것을 생각하며 커피를 정성껏 준비합니다.

법우님들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고 생각하며 차를 준비하니 커피맛이 괜찮을 수(?)밖에 없겠지요.

법회에 나오면 법문을 들을 수 있어 즐겁기도 하지만, 법우들과 더불어 밥먹고 차마시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가볍고 새로운 마음으로 법당을 향합니다. ‘오늘도 법당에 가서 부처님 법문 듣고 법우들과 맛있는 커피도 마셔야지∼’ 하면서 말이지요.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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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무
2020.06.29

보고싶은 법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