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출가(出家)의 진정한 의미
-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출가와 가출
일반적으로 출가라고 하면 스님의 형상을 하게 되는 것을 떠올립니다. 또 지금의 생활과 가족관계를 버리고 현재의 상황을 외면한 채,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무언가 특별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출가란, 자신이 처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생사의 문제를 전면 수용함과 동시에, 내가 익숙했던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자기 부정이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
‘출가(出家)’란 말 그대로 집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이때의 집이란 내가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들을 의미합니다. 좀 더 확장하면 내가 ‘나’라고 주장하는 모든 조건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 속에서 세상을 판단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에 앞서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해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싯달타의 출가에 대해 정반왕이 보여준 모습이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싯달타의 ‘행복’과 정반왕의 ‘행복’은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싯달타의 행복은 생사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지만, 아버지 정반왕의 행복은 세간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정반왕이 원하는 행복은 생사(生死)의 두려움을 잠시 잊게 할 수는 있지만 생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이는 어디를 가도 항상 불안하고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출가와 혼동되어서 쓰이는 말 가운데 ‘가출(家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둘은 전혀 의미가 다릅니다. 가출이란 근본적인 문제는 미뤄둔 채 단지 처해있는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입니다. 가출의 모습은 집을 나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은 또 다른 집을 찾아가는 것이기에 결코 집에서 나간 바가 없는 것이 됩니다.
다시 말해, 집이라는 것을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모든 사회적인 조건’이라고 했을 때, 출가는 스스로의 생명가치를 한정짓고 있는 집 자체를 부정하고 절대무한의 가치를 누리는 참생명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가출은 집이라고 하는 조건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오직 조건충족만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출가하지 않고 가출을 한 입장에서는 조건을 생명보다 우위에 두고 살기에 진정한 생명가치가 외면당하고 마침내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무엇이든 움켜쥐려고 안간힘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오직 돈ㆍ권력ㆍ명예ㆍ가족ㆍ건강 등에 집착하고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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