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일대기를 시작하며...
법문_여여법사(문사수법회 대표법사)
석가모니 부처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요?
삼천년 전에 인도에서 살았던 성자(聖者)로서 불교를 창시하신 분이라는 피상적인 관념에 머문다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부처님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는 누구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한시도 눈 감아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은 태어난 이후로 저마다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정을 꾸리기에 여념이 없고, 사업을 일구기에 눈코 뜰 새가 없으며, 지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건강을 추구하다가는 결국 자신의 육신이 묻힐 명당자리 찾기에 이르기까지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한가한 사람이나 하는 것인 양 끝없이 바쁘게 쫓기면서 말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의 말씀은 실로 단호하십니다.
“부처님생명을 구현하려고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것을 끊임없이 증언하고 계신 분입니다.
우리들은 여기서 “나는 왜 태어났는가?”하는 물음을 참으로 자기화하고 있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인연지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틈나는 대로 물어야 할 것입니다. 각자마다 부처님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불자(佛子)의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석가모니부처님만이 태어남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또한 태어나서 살아갈 이유가 있기에 이 육신을 받아서 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왜 태어났는가”하는 물음은 대단한 철학자나 도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나이나 입장을 불문하고, “나는 왜 태어났으며, 삶의 의미를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가?”하는 물음은 우리의 인생 전체를 걸고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변에는 대리체험(代理體驗)을 능사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은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삶 그 자체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구경꾼에 머물려고 합니다. 이는 마치 백화점에서 아무리 오래 머물며 눈요기를 한다 해도, 막상 구매(購買)를 하지 않는다면 하찮은 물건 하나라도 가질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방관자의 무책임한 구경거리가 아닐 뿐더러,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 또한 이 세상에 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부처님생명을 구현하려고 오셨다면, 우리도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이는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임을 알게 되면,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우리가 석가모니부처님의 삶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우리에게 인생살이에 있어서 실로 궁극적인 가치관은 무엇인가에 관한 해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개의 극적인 장면으로 요약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이를 팔상성도(八相成道)라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팔상성도의 여덟 장면을 따라가며 부처님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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