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모시는 범정입니다.
며칠 전에 시작된 장마로 물이 불어난 하천을
위태롭게 건너가는 어떤 사람의 모습을 TV에서 보던 중에
문득 경전의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토끼, 말, 코끼리, 이 세 짐승이 강을 건너는데,
토끼는 발이 강바닥에 전혀 닿지 못한 채 물에 떠서 건너고,
말은 허우적거리며 발이 강바닥에 간간이 닿으면서 건너고,
코끼리는 굳건하게 강바닥을 딛고 건너간다고 하시면서,
수행의 얕고 깊음을 세 짐승이 강을 건너는 것에 비유하여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 수행의 '철저(徹底)'함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글자를 하나씩 살펴보면 ‘관통할 철(徹)’, ‘바닥 저(底)’입니다.
글자 그대로 ‘바닥까지 관통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름대로 만전을 기하느라 애쓰는 차원을 넘어서
생명의 근원자리에 발 딛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 바닥까지 관통하는 ‘철저’한 수행일 것입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 있다는 것은
인과법을 믿고 따르는 것에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즉, 벌어지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전면 수용하는 것입니다.
주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지,
손님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상계에서 무상(無常)함의 물결에 휩쓸려가지 않고,
철저하게 생명의 근원자리에 발 디딘 채,
스스로의 삶에 주인으로 굳게 서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야 할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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