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아문
 

6월 3째 주 대중 법회

허시파피 2012.06.20 조회 수 31407 추천 수 0

최초의 한 걸음은 최후의 한 걸음이다.

법문 : 여여 법사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익숙함은 참으로 경계해야 될 현상입니다.

익숙함이란 내가 인식한 범주 내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규정의 결과일 뿐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상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규정해 버림으로서 항상 살아있는 생명의 새로움은 어느새 사라져 버립니다.

처음의 설레임이 어느새 지겨운 반복으로 변해 버리는 일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되는 일입니다.

부처님이 출가할 때 마부로서 수행(隨行)했던 ‘찬나’ 라는 인물의 사례는 익숙함이 얼마나 무섭게 우리를 법문으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 줍니다.

법문 듣는 삶이란 변화의 주체로서 항상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삶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생명은 어느새 물질화 되고, 소통이 멈추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돼지는 피부에 땀샘이 없어서 몸을 식히기 위해서는 몸을 벽에 비벼댑니다.

익숙함에 갇혀 마음에 소통이 없는 사람의 모습이 이와 같습니다.

구도자로서 생명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익숙함으로 굳어지는 일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찬나는 결국 고백합니다.

‘지금의 사태는 저를 죽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참회 합니다.

‘대중이여 저를 처음 출가한 사람으로 대해 주십시오.’

스스로를 규정함으로써 생명의 교류가 끝나는 물질화된 모습이 바로 죽음입니다.

생명의 만남은 항상 새롭습니다.

참회를 통해서, 정진을 통해서 항상 환하게 빛나고 있는 대명천지에 눈을 뜨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보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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