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진정한 바람

문사수 2013.02.14 조회 수 25266 추천 수 0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절대무한을 찾아간다는 마음의 공부입니다.
 그러나 절대무한이라는 것이 내 밖에 따로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무한일 수가 없습니다. 내 밖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와 대립되고 상대적으로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내 밖에서 찾을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가 입버릇처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참생명 발원문을 봉독하는 것도 참생명 그 자체가 본래부터 무한절대라는 얘기지, 참생명이 밖에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밖으로 찾아간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본래부터 무한절대가 나 자신에게 충만 되어 있듯이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도 절대무한이 갖춰져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절대무한을 찾아가는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그럼 절대무한은 어디에 있습니까?
 절대무한은 문자 그대로 대립이 없고 상대가 없으며 한계가 없습니다. 울타리가 없으므로 어느 때는 있고, 어느 때는 없고, 어디 가면 있고, 어디에는 없고, 누구에겐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나 그 위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 절대무한입니다.
 따라서 절대무한을 드러내도록 노력해 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종교생활입니다.

 우리 인생의 궁극의 목적은 자기실현입니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자나 행동과학자들이 말하는 자기실현(自己實現)의 욕구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에게
 “자기실현이라고 할 때 나라고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면 얼른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분들은 자기실현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내가 가지고 있는 천분(天分)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천분이라는 것을 근거로 해서 ‘그것이 나’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능력이라든지 천분이라든지 하는 것은 내가 스스로 그렇게 설정했을 뿐이지, 그것이 참으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거나, 또 이 몸뚱이를 버리고 하직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는 것을 자기실현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참생명의 욕구를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기실현이지, 겉에 나타나는 능력이나 인격 활동을 완성시키는 것이 자기실현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참생명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우리 참생명의 바람입니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을 부처님으로 섬기겠습니다’ 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어떤 방식으로 태어나든지, 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지 가릴 필요 없이,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도 따질 것 없이, 부처님생명 밖에 따로 있는 생명은 없으므로 모두 부처생명을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부처생명을 살고 있다는 말은 누구든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 부처라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저 사람은 인간으로 태어나긴 했어도 혈통이 시원찮다든지, 천민이라든지, 백정의 아들이라든지, 혹은 어떤 사람은 참 얼굴이 잘생겼다든지, 못생겼다든지, 혹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훌륭하다든지, 사상이 좋지 않다든지 하는 것에 속지 말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겉모양으로 나타난 현상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것과 관계없이 ‘그들의 참생명을 보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참생명은 부처님생명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차별 없이 절대 평등한 가운데 다 부처되도록 모셔라’는 것만이 내 참생명의 원(願)입니다. 그 이외의 모든 원 - 돈 벌겠다, 출세하겠다 - 은 다 쓸데없는 원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 있는 모든 중생을 부처되도록 하겠다는 것 말고 다른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지 그것을 전부 항복받으라고 하신 것입니다.

 항복받는 것을 다른 말로 한 것이 ‘나무(南無)’입니다.
 우리에게 무슨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나무(南無)해야 합니다.
 얼른 보기엔 착하고 훌륭한 생각이 난 것으로 생각 들지 모르지만, 그 역시 5분이나 10분 동안 지속되기가 어렵습니다. 가짜로 임시로 난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좋은 생각이 나더라도 얼른 나무하고,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나오더라도 나무해야 합니다. ‘저 놈이 나쁘니까 내가 저놈하고 싸워야 되겠다’는 마음이 일어나면, ‘나한테 이런 생각이 나는 것도 이게 다 가짜 생각이 나왔구나’ 하고 얼른 나무합니다. 좋은 생각이 되었든, 나쁜 생각이 되었든, 앞날이 기대되더라도, 또 앞날이 공포로 다가오더라도 그저 ‘나무’입니다. 모든 걸 항복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본래 있는 절대생명을 드러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허망한 생각을 모두 다 내버리고, 본래 그것밖에 없는 절대생명, 부처님생명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하라는 것이고, 나무아미타불 하게 되면 내 주변에 중생이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참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전에 가졌던 상념의 결과로 내 앞에 그렇게 나타났을 뿐이지, 본래는 중생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에서 세상사람 모두를 부처님으로 보면서 예배 공양하라고 배웠습니다.
 온 우주 전체에 부처님 말고는 없으니 부처님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모든 부처님을 예경한다는 말은 부처님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마음입니다.
 부처님 말고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부처님과 중생이 따로 있다는 말이 되고, 그러면 부처님도 유한존재 상대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부처님은 안계십니다. 그러니까 예경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럼 어떤 부처님이어야 합니까? 부처님밖에 없는 세계입니다. 절대무한입니다. 처음에 종교는 절대 무한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말씀드렸습니다. 절대무한을 찾아간다는 말이 바로 온 천지에 부처님밖에는 안 계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부처님 말고 많은 중생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중생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다 항복받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원래 부처님생명밖에 없는데 거기에 중생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그 중생이 있다는 착각 자체가 스스로의 무명(無明)이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므로 그대로 항복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나무'입니다. 이렇게 나무(南無)하면 저절로 아미타불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온 천지가 무량수(無量壽) 무량광(無量光) 부처님생명으로 꽉 차있음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공경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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