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금강반야바라밀경의 본문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1분 법회를 이루는 연유’라고 되어있는데, 원래 싼스크리트어로 되어있는 금강경 원본에는 제1분이니 2분이니 하는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 양나라의 소명태자(?-531)께서 금강경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편리하도록 32분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부처님 경전은 모든 것이 서분(序分)과 정종분(正宗分)과 유통분(流通分)으로 되어있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1분은 서분이 됩니다. ‘법회를 이루는 연유’ 즉 어떻게 해서 법회가 이루어지느냐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이를 한문으로 하면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고 되어있는데 이 글은 굉장히 뜻이 깊습니다.
역사적 사실로 보면 부처님께서 경전을 직접 저술하신 것은 없고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것을 후세에 와서 기록해 놓은 것이 부처님의 경전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모시고 지냈던 제자가 많았어도 한시도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모셨던 제자는 아난존자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은 부처님의 사촌이기도 하며 원래 총명해서 지금의 녹음기만큼 기억을 잘했다고 합니다. 녹음기는 소리만 수록하는 정도지만 이 분의 기억력은 비디오처럼 그 당시의 환경도 전부 기억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제자들이 모여 경전 결집회의가 열렸을 때 제일 많이 들었고 제일 기억을 잘하는 아난존자를 앞에 내세워 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라고 한 이후에 나오는 법문은 실제 아난존자가 말은 하지마는 ‘내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들은 것을 그대로 말한다.’는 의미로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고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기 전에 제자들이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우리가 경전을 결집할 때 어떻게 문두에 쓰면 좋겠습니까?’ 여쭈어보니 ‘그때 너희들이 결집하는 것은 너희들이 만들어서 결집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들은 대로 결집하는 것이니까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라고 앞에 쓰도록 해라’고 하셨답니다.
이것이 역사적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오는 내용의 전부가 부처님말씀을 아난존자가 들은 대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는 그런 내용입니다.
인생이란 문제해결의 연속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서 금강경공부를 하는 것은 아난존자가 들은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옛날 얘기만을 듣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을 들으려고 하는 것인가요?
우리 각자는 전부 마음속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항상 얘기를 했습니다. 문제가 곧 인생입니다. 인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 남한테 얘기도 듣고 책도 보고 해서 지식을 많이 쌓고 그 지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밖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연장선상에서 불법을 배우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불법에 들어오기 전에 가졌었던 일체 모든 지식이라든지 학식·상식·경험·판단이나 일체 모든 선입견과는 관계없이,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것이면 그 내용이 비록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일체 모든 지식체계와 반대되는 말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대로[이와 같이:如是] 저는 듣겠습니다.‘ 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금강경 본문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는 우리 상식대로 판단을 한다든지 우리가 알고 있는 학문적 견해와는 맞지 않는 얘기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에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그렇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버리고 당신께서 말씀하시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이’ 라는 뜻입니다.
그다음에 ‘들었다’라는 말은 우리들의 청각을 울리는 것을 들었다고 얘기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비디오가게나 만화 가게에 자주 갑니다. 그러면 부모가 ‘그런데 가지 말고 공부하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합니다. 그렇게 공부하라고 얘기하는데도 또 갑니다. 그렇게 몇 번 가면 부모가 뭐라고 말합니까? ‘왜 엄마가 말하는 걸 듣지 않니’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즉 청각을 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듣긴 들었어요. 그렇지만 윗사람이 얘기해준 것을 진실인 것으로 믿고 따르지 않았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진실임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듣는다는 말은 단순하게 청각을 울린다는 듣는다가 아니라, 그 가르침을 진실인 것으로 믿고 받아들인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이 ‘들었다’입니다.
금강경의 나오는 첫 구절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가 되고, 맨 뒤에는 ‘신수봉행(信受奉行)’으로 되어있습니다. 금강경 끝부분을 잠시 살펴보면 ‘부처님께서 이경을 설해 마치시니 장로 수보리와 비구비구니 우바새우바이와 일체세간에 천상·인간·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하심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신수봉행’, 이 네 글자로 귀결이 났습니다. 여시아문으로 시작해서 신수봉행으로 끝나는 것이 금강경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는 말은 지금 얘기대로 ‘지금부터 나오는 법문의 내용을 그 모든 것을 하나도 의심하지 않고, 시비하지 않고, 또 내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그대로 진리로서 인정하고 그것을 믿고 받들어 행하겠습니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온 우주의 절대시간이 ‘한 때’입니다.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대비구등 천이백오십인과 더불어 함께 계시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한때[一時]’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이 금강경은 인신년에 썼다고 하니까 인신년이나 갑술년 등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또 불기 2538년 등 이라고 나오지 않고 ‘한때’라고 했습니다. 왜 한때라고 한 걸까요?
우리나라는 단기, 다른 나라는 서기, 일본은 또 다른 연호를 씁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관념과 우리 위에 있는 28개의 하늘세계의 시간관념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28천이란 층으로 얘기하면 28층 이라는 말입니다. 28천 중에 우리 바로 위에 있는 하늘이 사왕천이라는 하늘입니다. 큰 절에 가면 큰 대문인 사천왕문을 통과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사왕천이 우리 인간세계와 제일 가까운데 사왕천만 가더라도 우리와는 시간이 달라요. 그 하늘의 하루는 우리 인간세계로 보면 50년에 해당됩니다. 또 그 위에 있는 도리천에 가면 그 하늘의 일주야가 우리 인간세계의 백년에 해당됩니다. 그러니까 도리천에 계시는 제석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하루살이입니다. 도솔천이라는 하늘의 일주야는 우리 인간세계의 4백년에 해당되어 우리가 지금 도솔천에 난다고 하면 400년 전에 이미 죽은 사람과 생일이 같게 됩니다. 우리보다 차원이 낮은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시간은 또 우리와 다릅니다. 이렇게 쭉 보게 되면, 모든 세계의 시간이 우리와 같지는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경전은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해 건지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경전이 설해질 때는 온 우주 법계의 모든 중생이 다 같이 와서 법문을 듣는데 어떤 세계의 시간을 가지고 얘기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세계의 시간이 다 들어가는 ‘한 때’라고 하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보더라도 불교의 우주관 시간관이 얼마나 광대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법문들으신 소감, 댓글 환영합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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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2010.05.10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