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참 생명이 부처님임을 증명하는 경 [무량수경1]
자신을 여자라고만, 며느리라고만 혹은 아들이라고만, 남편이라고만 여기며 살기 바쁜 일상입니다. 그럼 이렇게 다람쥐쳇바퀴 돌 듯 하는 게 삶의 모든 것일까요? 다행스레 경전(經典)을 만날 수 있는 복(福)이 있다면, 엄청난 국면이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마치 기억(記憶)을 상실(喪失)했던 사람마냥 살다가,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眞面目)과 마주하는 격입니다.
경전은 단순한 문자(文字)의 나열이 아닙니다. 참된 생명가치(生命價値)가 무엇인지를 기록한 불변(不變)의 진리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경전을 읽는 것은 신경안정제를 먹어서 잠시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독경(讀經)을 하는 이유는 철저히 부처님의 법문(法門)을 듣고자 함입니다.
그렇다. 이제부터 우리는 무량수경(無量壽經)을 통해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습니다. 그리하여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정체(正體)를 알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알고, 마침내 아는 그대로 사는 사람을 불자(佛子)라고 이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무량수경은 불자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임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그 말씀대로 사는 길을 염불(念佛)이라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우리가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하며 염불하는 것은, 뜻도 모를 주문(呪文)을 적당히 주억거리며 신비(神秘)한 현상이나 추구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염불이란, 오직 자신의 생명가치가 아미타(阿彌陀, Amita는 상대적인 입장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다는 뜻)로서 시간적인 영원성(無量壽)와 공간적인 무한성(無量光)을 갖는 부처님생명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잠시의 꾸물거림도 용납치 않으려는 결단(決斷)입니다. 진실(眞實)이외의 그 어떠한 상대적인 추구도 의미가 없음에 동의하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배운 게 부족하다거나, 나이가 많다거나, 지난 날 많은 실패를 했다거나 하는 식의 자기한정(自己限定)을 바탕으로 하는 한, 이 또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염불(空念佛)을 하려는 사람이 어찌 하나 둘로 그치겠습니까? 비록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시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못나고 힘이 없고 실패하기를 작정하기에,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부정적인 현상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무엇을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기대한 대로 벌어지는 것이 인생입니다. 입으로 아무리 큰소리를 내며 많은 염불을 해도, 만해(卍海)의 지적과 같이 입 아프게 소리만 질러대는 호불(呼佛)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면 할수록 허망(虛妄)의 늪으로 점점 더 빠져들 뿐입니다.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스스로를 못난 중생(衆生)이라고 자처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행여 그런 태도를 겸손이라는 구실로 합리화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부처님을 욕보이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처님이 하신 증언인 경전의 말씀을 그대로 믿지 않으려는 자기식의 교만(驕慢)이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염불(念佛)한다는 것은, 염불하는 자신과 아미타불이 전혀 다르지 않은 동일생명으로서, 무량수경(無量壽經)의 말씀과 같이 ‘이미 성불(成佛)했음(已成佛)’을 믿는 것입니다. 따라서 염불행자(念佛行者)는 이미 성불이 끝났음을 믿으므로, 성불을 새삼스레 목적격(目的格)으로 삼지 않습니다. 상대적(相對的)인 가치를 바탕으로 궁극의 삶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상대적인 측정에 말미암아, 이른바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이라는 삼악도(三惡道)가 벌어짐을 알기에 그렇습니다.
염불은 자신에게 부처님의 무량공덕(無量功德)이 가득 차 있음을 믿고, 믿는 대로 몸과 말과 뜻으로 부처님의 무량공덕을 지어 가는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이렇게 “나의 참생명은 부처님생명입니다. 만나는 생명마다를 부처님생명으로 모시며 살겠습니다”하는 삶을 멈추지 않으니, 어찌 지금 여기가 극락(極樂)이 아니겠는가?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법보신문 891호 2007년 03월 06일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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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2010.01.22나무나무
2020.06.29십년전 지산법우님의 댓글을 이제야 마주하네요ㅎ
무량수경 염불 법문 잘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