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인의 메아리
 

어느 할머니의 시

느티나무 2010.09.14 조회 수 12347 추천 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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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의 한 정신의학잡지에 실린 어느 할머니의 시
 


얼마전 북아일랜드의 한 정신의학 잡지에 실린
어느 할머니의 시를 소개합니다.

스코트랜드 던디 근처 어느 양로원 병동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의 소지품 중
유품으로 단하나 남겨진 이 시가 양노원
간호원들에 의해 발견되어 읽혀지면서

간호원들의 가슴과 전 세계 노인들을 울린
감동적인 시입니다.
 

 
어느 할머니의 시

 
당신들 눈에는 누가 보이나요, 간호원 아가씨들...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묻고 있답니다.
당신들은 저를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저는 그다지 현명하지도 않고...
성질머리도 괴팍하고...
눈초리마저도 흐리 멍텅한 할망구 일테지요
먹을때 칠칠맞게 음식을 흘리기나 하고
당신들이 큰소리로 나에게
"한번 노력이라도 해봐욧!!" 소리질러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노인네...
당신들의 보살핌에 감사 할줄도 모르는 것 같고

양말 한짝과 신발 한짝을 잃어버리기만 하는 답답한 노인네...
목욕하라면 하고...
밥 먹으라면 먹고...
좋던 싫던 당신들이 시키는 데로
하릴없이 나날만 보내는 무능한 노인네...
그게 바로 당신들이 생각하는 "나"인가요.
그게 당신들 눈에 비쳐지는 "나"인가요.
그렇다면 눈을 떠보세요.
그리고 제발...
나를 한번만 제대로 바라봐주세요.
이렇게 여기 가만히 앉아서
분부대로 고분고분
음식을 씹어 넘기는 제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해줄께요.




저는 열살짜리 어린 소녀랍니다.
사랑스런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 언니. 동생들도 있지요.
저는 방년 열여섯의 처녀랍니다.
팔에 날개를 달고 이제나 저제나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밤마다 꿈속을 날아다니는...
저는 스! 무살의 꽃다운 신부랍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고 있는 아름다운 신부랍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 스물다섯이 되어
아이를 품에 안고 포근한 안식처와 보살핌을 주는 엄마가 되어있답니다.

어느새 서른이 되고 보니
아이들은 훌쩍 커버리고... 제 품에만 안겨있지 않답니다.

마흔살이 되니
아이들이 다 자라 집을 떠났어요.
허지만 남편이 곁에 있어
아이들의 그리움으로 눈물로만 지새우지는 않는답니다.

쉰살 이 되자 다시금
제 무릎 위에 아가들이 앉아있네요
사랑스런 손주들과 나...
행복한 할머니입니다.
암울한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남편이 죽었거든요.
홀로 살아갈 미래가 두려움에 저를 떨게 하고 있네요.
제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들이 없답니다.
젊은 시절 내 자식들에 퍼부었던 그 사랑을 뚜렷이 난 기억하지요



어느새 노파가 되어버렸네요.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네요. 노인을 바보로 만드니까요.
몸은 쇠약해가고... 우아했던 기품과 정열은 저를 떠나버렸어요.
한때 힘차게 박동하던 내 심장 자리에 이젠 돌덩이가 자리 잡았네요..

허지만 아세요?
제 늙어버린 몸뚱이 안에
아직도 16세 처녀가 살고 있음을...
그리고 이따금씩은 쪼그라든 제 심장이 쿵쿵대기도 한다는 것을...

젊은날들의 기쁨을 기억해요.
젊은날들의 아픔도 기억해요.
그리고...이젠 사랑도 삶도 ! 다시 즐기고 싶어요...
지난세월을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짧았고...
너무나도 빨리가 버렸네요.

내가 꿈꾸며 맹세했던 영원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서운 진리를
이젠 받아들여야 할때가 온것 같아요

모두들 눈을 크게 떠보세요.
그리고 날 바라 보아주세요.
제가 괴팍한 할망구라뇨...
제발...
제대로 한번만 바라보아주어요 "나"의 참모습을 말예요...



- 호스피스 아카데미 -

* 여러 손과 마음을 거쳐 제 메일로까지 전해졌네요.
따뜻한 시를 전해주신 법우님 고맙습니다...나무!

1개의 댓글

Profile
然淨
2010.09.20
노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가 생각나는 글입니다.
누가 저 글 속의 행로를 비켜갈 수 있을까요...
다만 '나는 저기에 포함되지 않을거야아'라고 도리질을 할 뿐...

최근 읽고 있는 책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입니다.
2차세계대전 나치가 행한 것 중에서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심리학적으로 풀어 쓴 책입니다.

그 책에는 수용된 유대인들에게는 이름도 없고 오직
번호로만 분류되었으며 이들에게는 번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없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해체된 아우슈비츠에서도 마음만은 자유로울 수
있었음을 안 저자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세계를 향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자신들을 이해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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