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모시는 범활입니다.
그저께는 24절후(節候)의 스물두 번째 절기인
동지(12월22일)였습니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다음 날부터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의미를 지니며,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옛 어른들은 동짓날 일기(日氣)가 온화하면 이듬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해충이 적고,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습니다.
어떠한 생명이든 시련을 견뎌야 생명력이 증장되어
더 강해지는 이치일 것입니다.
겨울이 춥지 않고 온화하면 작물이 웃자라서 작
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겨울은 추워야 생명력 강한 농작물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 시골들판엔 가을걷이 끝내고 찬 서리가 내리기 전
뿌려놓은 보리가 싹트고 뿌리내려 새끼치기를 마쳤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춥고 건조한 겨울들판의 보리는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뿌리와 최소한의 잎만 남겨놓고 오그라든 마른 잎으로
땅에 바짝 붙어 최소한의 생리작용을 하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보리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잎이 움츠려 있지만
그 속에서도 계속 생명력을 증장해 갑니다.
봄기운이 더해지면 다시 잎을 틔우고 생명을 키워내
3월부터 5월까지 빠르게 자라 씨앗 맺는 힘은
겨울철 추위와 건조함속에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한 덕입니다.
더 크고 빨리 자라려고 잎을 그대로 유지했다간
말라죽고 맙니다.
우리 앞에 닥쳐온 어떤 시련이더라도 스스로의 생명력을
증장시키는 양약으로 삼아 견뎌내며,
더 큰 인연의 장에 당당히 서서,
만나는 생명마다 부처님생명으로 대하며 공양 올리는
법우 되시길 축원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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