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모시는 여여입니다.
저는 오늘도 추사의 <歲寒圖>에 들어갑니다.
자신을 병거사(病居士)라고 했던 추사. 병거사가 누구인가요?
네, ‘중생이 아프기에, 보살이 아프다!’는 사자후를 하신
저 유마거사의 별명이지요?
추사 김정희는 비록 세상에는 시서화에 능한 천재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로 그 삶의 지향은 뚜렷했습니다.
55세 나이에 병조참판의 지위에 있다가,
제주도 8년 7개월 동안 유배 생활을 하며, 그 얼마나 궁벽하고 힘들었으리요?
그런 중에도, 제주에서 1844년에 그려서,
제자 이상적에게 보낸 작품인 <세한도(歲寒圖)>.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월이 추워져봐야 소나무 잣나무가
얼마나 늦게 시들고 푸른지 알 수 있다.'
네, 고생은 고생이 아니고, 역경은 역경이 아닙니다.
온통 찬란한 생명이 그 빛을 드러낼 기회인 것이지요.
마침 오늘처럼 파란 하늘이 고마운 것은,
태풍이 지난 후라서 더욱 그러할까요?
그럴수록 그리운 법우, 당신이 또한 그립습니다.
그래서 노래합니다.
푸 르 른 날 -서정주 (1915~2000)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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