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부처님 앞에 당당하여라
능명 정영진 법우님
어릴 때 창가에 해가 비칠 때면 두 손으로
여러 가지 그림자 놀이를 해 보았습니다.
열 손가락은 토끼가 되고, 비둘기가 되고,
예쁜 꽃도 되어 보지만, 해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면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도 이 그림자와 같습니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환영에 불과하지만,
속아서 집착하며 살기에 바쁩니다.
거울에 비친 상이 알려주듯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림자는 바로 ‘나’ 입니다.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을 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과 진리는 내 지식과 알음알이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계산 없이 그저 마주할 뿐입니다.
때가 낀 거울에는 청정한 상이 비치지 않습니다.
부처님 앞에 당당하게 선다는 것은
거울을 닦듯 깨끗하게 마음을 닦아나가며
온전한 상으로 부처님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반주삼매경의 말씀을 듣고 새기며
탐욕과 생사의 집착을 놓고
오직 경전의 가르침을 들으며
항상 부처님 앞에 바로 서는 삶을 살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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