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오직, 안심입니다

문사수 2014.11.03 조회 수 17330 추천 수 0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나서 시대의 마디마다 대단한 도인들이 출현하는데, 그중에 우바국다존자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분은 그때 당시 생전에 이미 생불(生佛)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분입니다. 이 우바국다와 같은 분은 참으로 우리한테 평범한 것 속에서 교훈을 주는데, 이분의 일대기를 다 이야기할 수는 없고 에피소드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에 이분은 불교를 무척 반대했던 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판하다가 불교를 공부하여 부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이것이 진짜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나 경제, 모든 역사와 모든 삶의 근원이 여기서부터 벌어지는 원칙을 배웠습니다.
이분이 불법(佛法)에 동의하면서 갖게 된 감사의 기쁨을 누군가한테 전해주려고 합니다. 바로 법회입니다. 워낙 도인으로 소문이 나고 이분을 얘기하는 많은 배경이 있다 보니까 사람이 모였습니다. 이분이 법회를 여는 이유는 당연히 그 안에서 법문을 들려주려고 하는 것이지요.

우바국다존자가 법회를 여는 첫날, 하늘에서 이것을 보고 있던 마왕 파순이 부처님 법을 제대로 설할 사람이 드디어 등장했음을 알고 질투의 불길을 일으킵니다. 법문이 설해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마왕은 법당에 돈을 뿌립니다. 오늘 여기 계신 법우님들이야 눈도 깜짝 안하시겠지만, 거기 모인 대중들은 돈 줍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날 법회는 완전히 망쳐버렸습니다. 법회시간 끝날 때까지 계속 돈을 뿌려대니, 명색이 법회에 참석하겠다고 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돈을 쫓아다니다가 끝나버렸습니다.
우바국다존자가 “이게 웬 조화냐?”하고 가만히 생각하니까, 마왕의 장난인 것을 알았습니다.
둘째 날 우바국다가 작심을 하고 큰 법문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 마왕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희한한 꽃을 들고 와서 꽃비를 뿌려요. 단풍구경 하기 위해 멀리까지도 가는데 이 법당에 꽃비가 내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꽃비 내리는 걸 구경하지, 법문 들으려고 하겠어요? 거기 모인 대중들도 끝까지 꽃비만 구경하다가 다 가버렸습니다. 꽃이 상징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명예입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과거급제하면 어사화를 꽂아주었지 않습니까? 물론 ‘내가’라는 자가 명예의 당사자입니다. 인정받고 싶은 거지요. 그러니 하다못해 학교 다닐 때 반장, 아니 줄반장의 경력이라도 내세웁니다. 그렇게 명예를 좇느라 바쁜 사람이 지금 법문을 들을 새가 있겠습니까? 또한 법회가 열리는 자리에 와있다고 해도 법문이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바국다존자는 둘째 날에도 설법을 못합니다.
‘내일은 잘해봐야지.’ 그러고서 3일째입니다.
3일째, 이제 오늘만큼은 잘해보려고 힘을 딱 주고 있는데, 갑자기 마왕이 법당에 코끼리를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쿵쿵거리며 돌아다니는 코끼리 때문에 사람들이 위압당해서 법문을 들을 수 없습니다. 혹시 코끼리처럼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존재 때문에 불안합니까? 이는 곧 정치적인 힘이나 사회적인 힘 그리고 경제적인 힘 등 온갖 강력한 힘들의 영향력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대적인 변수(變數)를 앞세우는 한, 갖은 계교와 술수를 떠올리며 어떻게 처신할까에 급급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와중에 법문이 들릴 리가 있겠습니까?
 결국 또 법문을 못 듣습니다. 사흘째입니다.
그 다음 날, 법회를 연 지 나흘째가 되었습니다. 무사히 법문에 들어가 대중들이 막 집중하는 순간 갑자기 기가 막힌 미인이 등장합니다. 도저히 인간 세상에 없을 미모의 아가씨가 와서는 앞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그 모습이 하도 뛰어나서 거기에 모인 대중이 정신없이 미녀 구경하느라고 또 법문이 안 들립니다. 미녀는 얼굴이나 몸매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내가 지금 주름살이 어느 정도냐, 내가 어떤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느냐, 몸의 컨디션이 어떻다 등등… 그러다가 건강 이야기만 나오면 바빠집니다. 이런저런 운동도 해야 하고, 갖가지 건강음식도 챙겨 먹어야 합니다. 요즘 건강병 환자가 엄청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일반화된 병은 건강병 같아요. 우스개소리로 세상에서 제일 인기 있을 만한 종교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돈교와 다른 하나는 건강교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이런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법문이 들리지 않습니다.
드디어 나타날 게 다 나타났어요. 누구에게? 바로 나에게 말입니다.
그때 우바국다존자가 ‘미녀여 나를 보라.’ 그러면서 신통력으로 그 미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떻게 했느냐? 순식간에 미녀가 늙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고속촬영기법을 연상하시면 될 겁니다. 기가 막힌 미인이 막 늙어가다가 결국은 해골이 됐어요. 세상에 없는 미인이라도 해골이 됐을 때, 거기에 눈길을 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미녀에 홀렸던 마음을 돌리고, 이때부터 제대로 법문을 듣기 시작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법사는 법문을 하려고 해도 대중이 법문을 듣지 못하는 사례를 왜 말씀드리느냐면, 우리의 지향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직해지자는 말씀입니다.
자기의 인생이 무엇을 향해서 가며, 무엇에서 출발하여 사는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도외시하면서 돈이 많으면 뭐합니까? 명예를 드날리면 뭐합니까? 권력을 쥐고 있으면 뭐합니까? 건강한 몸뚱이 있으면 뭐합니까? 쉴 새 없이 돈을 쫓고, 명예를 좇고, 권력을 쫓고, 건강을 쫓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에 쫓기며 살고 있는 자기를 발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쫓아다닌다고 하지만, 언제나 쫓기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쫓기며 사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우리를 쫓기게 합니까? 범인은 간단합니다. 나를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나를 앞세우면서 비교하고, 비교하기 때문에 쫓기게 되고, 쫓기기 때문에 불안한 것입니다. 사실은 나를 불안케 하는 외부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정직하게 답해야 합니다.
과연 무엇이 진짜 나를 불안하고 힘들게 하는가? 돈이? 내 자리가? 또는 내 자녀의 성적이? 또는 내가 갖고 있는 미모가?
우리는 분명히 근본자리에서부터 출발해야 되겠다는 겁니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그랬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로부터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웃거나 누구를 가지고서 비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나부터입니다. 과연 나는 진정으로 내 삶의 뿌리를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건물을 보는데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따지면 1층부터 따집니다. 중앙법당이 8층에 있는데, 우리가 이렇게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지하가 단단히 뿌리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 없이 1층부터 지어진 건물이라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지하가 튼튼하지 않은 건물이 높음을 유지할 수 없듯이, 인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금 현재 감지할 수 없는 세계 속에 바탕이 없고는 지금의 삶도 보증되지 않을뿐더러 더 이상의 기대치도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근원자리는 불안해 본 적이 없습니다.

법우님, 참으로 안심(安心)하십시오.
인생은 진정 믿는 대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대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 또한 마찬가지 아닙니까? 나를 앞세워 몸뚱이의 조건들을 쫓아가지 않고, 내 삶의 근원을 찾아 법문을 듣고 있습니다.
운명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꿔야 할 운명은 간단합니다.
본래 중생이 아니었습니다. 본래 몸뚱이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부처님생명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삶의 지향은 분명합니다.
몸뚱이의 조건에 쫓기고, 지식에 쫓기고 경험에 쫓기며, 사는 게 아닙니다. 몸뚱이를 갖고, 지식을 갖고, 경험을 갖고 세상을 향하여 오직 은혜 갚는 일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은혜를 갚고, 내일도 은혜 갚고, 날마다 은혜 갚으면서 사는 것입니다. 쫓기는 삶에서 은혜 갚는 삶으로 방향이 전환될 때, 저절로 안심입니다. 우리는 모자란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불행한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것에 쫓기며 불안하게 살 사람이 아닙니다. 본래 안심의 주인공입니다.
부족한 것 쫓아가며 그것을 채우려고 하지 마시고, 은혜 갚으면서 주고 또 주고 또 주는 것밖에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삶으로 항상 빛나기를, 그 빛남이 만나는 인연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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