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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미득도 선도타!

문사수 2014.09.24 조회 수 18521 추천 수 0

 오늘은 ‘하화중생’(下化衆生)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금강경에서 수보리 존자가 부처님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오니 마땅히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  

‘나 하나 잘되겠습니다.’ ‘나 하나 편안하고 싶습니다.’ 등의 마음으로는 종교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전부 다 항복받아야 하지 좇아가서는 안 됩니다. 불자가 끝까지 따라가야 할 등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입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따라가는 사람을 보살이라 합니다. 그 보살이 항상 하는 일이 바로 ‘하화중생’입니다. 즉 모든 중생을 다 교화하는 겁니다. 
 이 ‘하화중생’ 이라는 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자미득도선도타(自未得度先度他)’라는 한 문장입니다.  ‘나는 아직 제도를 얻지 못했지만 남을 먼저 제도한다.’는 뜻입니다.

 불교를 지혜의 종교라고 하니까 지혜를 얻기 위해서 자기 혼자만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고집해서 혼자만 제도를 받기를 바라는 공부는 ‘자미득도 선도타’가 아닙니다.  ‘자미득도 선도타’ 의 마음은 나의 지혜가 밝아지거나 안 밝아지거나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내가 불교에 의지했더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편안해졌다 또는 아니다에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고 제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것입니다. 나는 비록 아직 제도를 얻지 못했지만 남들부터 다 제도해서, 남들 모두가 먼저 괴로움의 세계를 벗어나도록 그렇게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여행을 할 때 배를 타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야 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난파가 된다던지 조난을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지면 구명보트 혹은 구명대를 나누어 줍니다. 그런데 만일 이 구명대가 물에 빠진 사람 숫자보다 적으면 어떻게 됩니까? 어떤 사람은 그걸 의지해서 살아 날 수가 있지만, 어떤 사람은 못살아 남게 되죠? 그럴 때에 ‘자미득도 선도타’ ‘나는 비록 제도를 얻지 못해도 남들을 먼저 제도 하겠습니다’라는 원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구명대를 기쁜 마음으로 남에게 먼저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바로 보살이지요.
 자기는 구명대를 받아서 살수 있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구명대를 못 가진 사람들은 빠져 죽더라도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불교는 ‘자미득도 선도타’입니다. 나는 비록 건너지 못했지만, 나는 비록 완전한 안식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남들부터 먼저 안락을 얻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에게 배당된 그 구명대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남에게 먼저 줄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대승보살입니다.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죠?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것이 종교이고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남들을 먼저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남들은 살고 나는 죽으라는 이야기인가? 나는 죽어도 그만이라는 뜻인가? 그런 종교가 어디 있는가? 이런 의문이 들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망상입니다. 남들은 빠져죽더라도 나는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못살더라도 남을 먼저 살리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정말 우리 마음속에서 가능할까?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나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내가 먼저 살아야 남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니까 나부터 먼저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구명대를 갖지 못한 사람에게 구명대를 양보하려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강경을 공부하게 되면 남을 먼저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비록 나는  빠져 죽더라도 남들에게 먼저 구명대를 주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물론 한쪽에서는 그런 마음을 방해하는 생각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때 얼른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들은 못 살더라도 나 하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일어날 때 그 마음을 항복받습니다. 
 
 앞에서 말씀했듯이 수보리존자가 ‘어떻게 머물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으오리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머물러야 합니까?’ 라는 존자의 질문은 어떤 원력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느냐고 묻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원력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게 해주겠다.』는 원력이죠. 그것이 첫째 원입니다. 그 다음은 이어서 나는 비록 완전한 해탈을 얻지 못했지만, 나는 완전히 구원을 받지 못했지만 남들부터 구원해 줄 이 구명대를 다 양보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죠. 

 ‘남들은 잘못 되더라도 나만은 잘 살아야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충족시키는 것을 불교라고 아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절에 가서 촛불을 켜더라도 남이 켠 촛불을 꺼버리고 그 자리에 자기의 촛불을 다시 꽂습니다. 내가 먼저 잘 살아야 되겠다는 마음이죠? 그렇게 자기 신심이 장하다고 주장을 합니다. 부처님에게 ‘남들보다도 내 촛불 밝히는 그런 신심을 가졌으니까 알아주십시오!’ 하는 마음인데 이런 마음은 당연히 신심도 아니고 불교도 아닙니다. 

 최근에 불교계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왜곡된 현상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8배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법우님들은 모두 부처님 전에 108배도 하고, 염불정진도 많이 하기 때문에 108배에 대해서 잘 아시겠지만 어떤 분들은 108배를 최고의 운동법으로만 삼고 있습니다. 운동법을 배우려고 법당에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절을 많이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여러 가지 우리 몸에 유익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소화불량도 없어지고, 또 척추가 삐뚤어진 것도 바로 잡히고 하는 그런 이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수행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자 일종의 부산물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겁니다.
 그건 종교가 아니죠. 종교는 내 마음 속에서 간절하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간절히 바라는 거예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평화를 누리기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건강하기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 종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이 바로 보살의 삶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보살로서 지장보살님이 계십니다.
『지장보살본원경』에 의하면 지장보살님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빠짐없이 성불을 하고 나면 그 때에야 비로소 성불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신 분입니다. 죄업중생들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지옥을 떠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조차도 다 구제해서 지옥을 완전히 떠나고, 모든 중생들을 다 성불시켜서 더 이상 중생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그때 맨 마지막으로 제가 성불하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진 분이 지장보살이십니다. 남들을 다 제도하느라고 바삐 돌아다니니까, 남들을 다 제도해서 더 이상 제도 받을 사람이 없을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거니까, 그러니 그런 날은 영원히 올 수 없다는 거예요. 내가 부처 되는 날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지장신앙을 많이 합니다만 지장신앙의 본뜻이 이와 같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미득도 선도타’의 전형입니다. 이것이 불교신앙의 목적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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