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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일대기] 항마성도상(3)

문사수 2013.04.12 조회 수 39201 추천 수 0

6. 성불(成佛), 대 자유인
     - 항마성도상(降魔成道相) 3



견명성성도見明星成道





마를 항복받았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선수가 경기에 참가할 자격을 얻은 셈입니다. 마를 항복받았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이제 출발점에 섰다는 것입니다.



마를 항복받은 수행자 싯달타는 그곳에서 계속 밤부터 새벽까지 자신을 복기합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깨닫는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내가 죽음을 벗어난다는 것도 잊어버립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죽게 되어 있습니다. ‘나’가 있다고 고정짓는다면, 그 ‘나’는 끝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무아법(無我法)을 말씀하십니다. 내가 없다는 것은 허무(虛無)한 것이 아닙니다. 실체(實體)로서의 내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컵이 자신을 컵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순간부터는 죽음 밖에 기다릴 것이 없습니다. 물을 담는 컵으로서의 역할로만 한정되었기에 그 이외엔 무용지물인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컵으로 한정되기를 포기하는 순간,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맞이하게 됩니다.



싯달타는 지금까지 ‘나’를 주장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니 더 편안해집니다. 내가 있으면 결국 죽고 말지만, 나를 주장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죽을 내가 없어 행복합니다. 나의 무엇을 연장해서가 아니라, 내가 없을 때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깨달음의 모든 것이 갖추어진 시기가 시간적으로 샛별이 뜰 때입니다.
샛별을 보고 깨달으신 것이 아니라, 그때 깨달으신 것입니다. 깨달음의 시기가 충만하면 물을 마시다가도 깨달을 수 있고, 밥을 먹다가도 깨달을 수 있고, 세수를 하다가도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불가(佛家)에 내려오는 말 중에 ‘깨닫는 것은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보다 쉽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수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코를 만지지는 않습니다. 코를 만지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처님이 깨달으셨을 때의 사건을 ‘성불(成佛)’이라고 합니다. 깨달음이란 특별한 어떤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이미 와 있는 것입니다. 내가 깨달음을 성취해서 부처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부처임을 확인하는 것이 성불입니다.




따라서 성불이라는 것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한번 이루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져야 합니다. 어제의 부처가 오늘도 부처라는 증거는 없는 것입니다.



돈오(頓悟)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頓)은 순간을 말합니다. 놓치고 살다가 어느 순간에 왔다는 뜻입니다. 밥 먹는 순간에도, 길을 가는 순간에도,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깨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깨치는 순간, 그 깨침은 이미 과거의 사건이 되어버립니다.



성불은 지금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어제의 성불이 어제에는 진실이었겠지만, 오늘도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정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정진이란 어떤 특별한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임을 항상 자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끝]




[부처님일대기 일곱번째, 가르침을 전하다 -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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