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행의 길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1
출가한 싯달타는 당시 유명한 종교 지도자를 모두 만나고, 최고의 종교 지도자라고 하는 ‘아라다 카라마’와 ‘우드라카리마 풋트라’를 만나서 명상을 추구한다. 그 분들에게 가르침을 받던 싯달타는 얼마 배우지 않아서 스승들의 경지를 넘어버린다. 그러나 여전히 생사(生死)의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여 혼자 수행하기로 결심하고 고행(苦行)을 시작한다.
왕궁 생활을 할 때 향락생활에 빠져보았지만, 거기에도 인생의 참뜻이 없었으므로 몸뚱이를 괴롭히는 수행을 하게 된 것이다.
싯달타가 출가한 이유는 현실 도피나 특별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사는 길을 찾아 출가한 것입니다. 오늘날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조차도 다분히 현세적이고 물질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그 속에서는 생사(生死)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출가란 진정한 삶의 욕구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출가에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나 성별이나 직위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지 않는 직장인의 자리에서, 주부(主婦)의 자리에서, 내가 처한 현실 속에서 항상 출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출가란 참생명을 실현코자 하는 계속되는 지향입니다.
최고의 두 스승
출가한 싯달타가 가장 먼저 택한 수행은 명상수행인 수정주의(修正主義)입니다. 우선은 익숙한 명상수행을 택한 것인데, 싯달타도 사회적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기에 당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수정주의의 대가인 ‘아라다 카라마’를 찾은 것입니다. 그 스승의 밑에서 철저하게 수행하여 곧 바로 스승의 경지를 따라잡기에 이르자 스승은 교단을 같이 이끌어 나갈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싯달타는 그 경지에서 생사(生死)가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스승을 떠나 다른 길을 찾습니다.
두 번째로 싯달타가 찾은 스승은 ‘우드라카리마 풋트라’입니다.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 즉 선정삼매(禪定三昧)의 최고 경지를 이야기하는 스승 밑에서 싯달타는 이번에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의 단계에 다다랐고, 우드라카리마 풋트라도 자신과 함께 교단을 이끌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생사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 싯달타에게 교단의 지도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자기의 능력을 갈고 닦아 두 스승이 제시하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였지만 그곳에도 역시 생사는 역연했던 것입니다.
요즈음에도 명상은 붐을 이루며 유행하고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자아를 실현해보겠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성취감이 오기 때문입니다. 능력계발이라는 것은 나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끝없이 ‘나’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스스로를 비교하고 측정하고 고정화하는 단계가 오는데, 이것을 ‘마(魔)에 걸렸다’고 합니다.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근본적인 착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근본무명(根本無明)’이라고 합니다.
싯달타가 찾아갔던 두 분의 스승은 논리적 상태를 뛰어넘은 최상의 경지에 다다른 분들입니다. 하지만 싯달타가 그 경지에 도달했을 때, 스승들에게 던진 질문은 바로 “생사에서 벗어납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싯달타의 질문에 그때마다 스승들은 “그렇지 않다”고 솔직히 대답해 주었고, 그 대답을 들은 싯달타는 미련 없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이는 싯달타가 결코 자기 인생의 구경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인생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몫이며, 이를 대신해 줄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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