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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일대기] 유성출가상(3)

문사수 2013.03.31 조회 수 27919 추천 수 0

4. 출가(出家)의 진정한 의미
   
 - 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3


출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집 속에서 벌어지는 것은 생사(生死) 밖에 없습니다.


부처님은 세상을 등지기 위해서 출가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코자 출가하신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세상의 익숙함 속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아무리 출세를 해도, 생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왜 태어났으며, 내가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야 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따라서 이렇게만 살 수는 없다고 절박하게 느끼는 사람이 출가를 하는 것입니다. 성별(性別)이라든지 나이에 관계없이, 또한 직업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이렇게 앉아서 죽을 수는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지금 바로 출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잊어버리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 사랑하는 가족들, 지금까지 나를 유지해 주었던 지위나 명예 등… 싯달타도 아들 라훌라를 놓고 가는 심정이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아버지와 부인의 절규를 뿌리치기 또한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밤에 성을 넘어 출가를 하셨다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출가하신 것입니다. 라훌라에게 많은 재산과 부강한 나라를 남겨주는 것보다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훗날 라훌라는 부처님의 10대 제자가 됩니다. 부처님의 아들이어서가 아닙니다. 가족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려면 도반(道伴)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내 남편이나 내 아내, 내 아들이나 내 딸로만 만나다보니 나의 소유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이들이 언제나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내 기준의 테두리 속에서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남편, 나의 아내, 나의 아들, 나의 딸로서가 아니라 무엇으로도 한정지을 수 없는 생명 그 자체로 서로를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구속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면 출가한 입장에서 서로를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출가하면 구족이 하늘나라에 난다[一人出家 九族生天]’는 말이 있습니다. 엄마로서의 내가 출가하면 아이들이 자유로워집니다. 아들이 출가하니 부모가 자유로워집니다. 진정 나로부터이어야 합니다.


출가는 사찰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어디에서건 나고 죽는 문제는 늘 일어나고 있으며, 또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가는 한번으로 끝나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쉼 없는 진행형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반왕의 입장에서는 싯달타의 출가가 가출로 생각되었을 것입니다만, 부처님의 깨달음은 분명 구도심(求道心)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출가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우리에게도 싯달타와 같은 구도심이 있습니다. 구도심은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를 망설임 없이 드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싯달타의 유성출가(踰城出家), 싯달타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껴안은 것입니다.[끝]

[부처님일대기 다섯번째, 수행의 길 -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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