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처님생명의 탄생(誕生)
-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절대평등의 생명
부처님은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통해 강생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려와서 태어나셨다’는 뜻의 ‘강생(降生)’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는 생명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부처님께서 마야부인이라는 한 여인의 아들로만이 아닌 생명 자체로서 왔음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나셨다는 것은 생명의 평등성을 의미합니다.
당시 인도는 카스트제도에 의해 엄격한 신분계급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바라문ㆍ크샤트리아ㆍ바이샤ㆍ수드라의 네 계급으로 구분되는 카스트제도는 현재까지도 인도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네 계급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라문계급은 신의 입에서 나왔다고 하며 신과 통하는 특권계급으로 일종의 제사장을 의미합니다. 크샤트리아는 신의 몸통에서 나왔다고 하며 왕족이나 귀족과 같이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다음이 바이샤인데 이들은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계층으로 신의 다리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계급인 수드라는 신의 발바닥에서 나왔다고 하며 평생 일만 하는 노예계급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라 하여 주로 빨래와 똥치우기를 하며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나셨다고 하는 의미는, 싯달타가 왕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동시에, 비록 사회조직은 철저하게 수직적이지만 생명가치는 본래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탄생을 생명의 탄생이라기보다는 육신의 탄생으로만 여깁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내 아이를 독립된 생명으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결과 자녀의 의사에 관계없이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강요하고,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삶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람 중에 어린 자녀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오직 아이만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동시에 부모도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만 부모일 수 있기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부모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본래부터 존재하는 부모에게서 아이가 태어난다고 생각하기에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대하게 됩니다.
부모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든 태어나면서 아버지였고 어머니였고 형이었고 동생이었던 사람은 없습니다. 한 생명이 태어남으로 해서 동시에 얻게 되는 상대적 역할일 뿐입니다.
육신이 육신을 낳는 것이 아닙니다. 육신이 태어난 게 아니라, 육신을 가지고 생명이 태어난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다는 생각으로 인하여 아이에 대한 집착심과 소유의식을 갖는다면 이는 생명에 대한 철저한 모독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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