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상성도의 첫 번째는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으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도솔천(兜率天)에서 호명보살(護明菩薩)이라는 이름으로 천인(天人)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다. 이 때 사바세계에 내려와 중생을 제도하실 뜻을 세우시고 부모를 고르시다가, 인도에 있는 카필라국의 왕인 정반왕과 그 부인인 마야부인을 부모님으로 정하신다.
도솔천(兜率天)에서 호명보살로 계시다
도솔래의상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전생(前生)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현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 면면히 이어 내려온 생명의 흐름을 일러 전생(前生)이라고 합니다. 전생 즉 살아온 내력이란 한 생(生)만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전생 앞에 또 전생, 그 앞에도 무수히 많은 전생들, 수많은 흐름들이 있을 것입니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현생(現生)만을 놓고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의 전생은 고등학생이었고 그 전생은 중학생, 초등학생이었습니다. 결혼해서 딸을 낳은 엄마의 전생은 친정부모님의 딸이었습니다. 주차해 두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행인의 전생은 운전수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생명의 외피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생명이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입는 것, 이것이 생명의 흐름입니다.
경전에 부처님의 수많은 전생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때는 원숭이의 왕으로 태어나시고, 어떤 때는 사슴의 왕으로, 또 어떤 때는 극악한 도적의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여러 전생을 거치신 후 도솔천에서 호명보살(護明菩薩)로 계셨다고 합니다.
도솔천을 중국 사람들은 ‘소욕지족(少欲之足)’으로 번역합니다. 적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아서 불만과 갈등이 없는 세계를 뜻합니다.
본래 생명 그 자체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모든 생명의 가치는 절대가치로서 평등하므로 비교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생명이 표현되는 조건으로서의 성별, 나이, 재산, 명예 등으로는 비교될 수 있을지 몰라도, 생명 자체는 절대가치를 지니기에 비교될 수 없습니다. 비교라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건에 의해 비교되는 세계 즉 현상계에서만 부족함이 있을 뿐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하늘나라를 동경하고 그곳에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하늘나라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 내가 추구하는 가장 편안하고 평화로운 관념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내가 만들어낸 관념의 세계이므로 하늘나라는 궁극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하늘나라 사람도 수명이 다하면 윤회(輪廻)를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멀리서 찾아볼 것 없이 현생(現生)에서의 윤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생에서 하늘나라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권력가나 대재벌과 같은 사람들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한 시대를 호령하던 사람이라 해도 지위와 권세가 항상 하는 것이 아님을 볼 수 있습니다. 생명 자체는 윤회를 하지 않지만, 생명이 표출되는 현상이 윤회를 하는 것입니다.
호명(護明)이란 밝음을 보호한다는 뜻입니다. 살다보면 슬픈 일도 생기고 기쁜 일도 생기고, 억울한 일도 당하다가 일이 잘 풀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항상 생명의 무한한 창조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을 때가 바로 ‘밝음’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특정한 조건의 틀에 갇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할 때, 이것을 어둠[無明]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어둠 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어둠 속에서의 삶을 일컬어 지옥이라 합니다.
호명보살로 계셨다는 것은 참생명의 실현을 지향하는 밝은 삶을 살았다는 의미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는 이러한 밝음을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재산, 명예, 건강 등을 지키기 위해 무척 애를 씁니다만, 이런 것들은 생명이 태어난 후에 얻어지는 조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이러한 외부적인 조건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라는 뜻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필요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며, 그 무엇도 생명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재산이 없어질 수도 있고,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도 생명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은 잊지 않아야 합니다. 설사 누구와 싸워서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근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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