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인욕은 보시바라밀

문사수 2012.02.14 조회 수 33369 추천 수 0

인욕바라밀을 닦게 하는 선생님
남으로부터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했을 때, 내 생활환경이 어려울 때 참는 것을 인욕(忍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참는 것은 어지간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참는다고 할 때, 참아야 하는 상황과 참는 내가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참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는 병이 나고 맙니다. 옛날 할머니들은 오십 세만 넘으면 대개 속앓이를 앓았습니다. 억지로 참으니까 병이 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욕인 것 같지만 인욕이 되지 않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억지로 누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다운 인욕을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이라고 합니다.
인욕바라밀은 ‘저 놈이 나에게 악행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남지 않는 것입니다. 저 놈이라는 생각도 없고, 나라는 생각도 없고, 악행을 저지른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즉 개별생명으로서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참으로 인욕바라밀이 됩니다. 
내 힘으로 인욕바라밀을 닦는 것이 아닙니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화를 내고 있다면, 금강경(金剛經)의 가르침을 얼른 떠올려서 남을 원망하는 ‘나’를 항복하는 마음으로 바꾸어야 됩니다. 내가 억지로 참는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원력에 맡기고, ‘나’를 항복해 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참는 것입니다. 이러한 참음이야말로 진정한 인욕바라밀이기에 무량한 공덕이 함께 합니다.
참는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몸뚱이에게 속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끔 나이 많은 분들이
“아이구, 빨리 죽지도 않으면서 자꾸 몸만 아픈데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하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땐 아픈 몸에 대해서 얼른 고맙다는 생각을 내야 합니다. 몸뚱이와 70, 80년을 같이 지내왔으니 정이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곧 있으면 몸뚱이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정든 몸뚱이를 버릴 때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그래서 몸뚱이가 아프면서 우리에게 애착을 떼어내는 교육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육바라밀(六波羅蜜) 중에서 특별히 금강경에서 인욕바라밀을 이야기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나머지 다섯 가지 바라밀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욕바라밀만은 선생님이 있어야만 됩니다.
어떤 분이 선생님입니까? 사리에 맞지 않고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사람이 선생님입니다. 이러한 선생님이 있을 때가 아니면 인욕바라밀을 닦을 수 없습니다. 좋은 선생님이란 과거에 나와 좋지 않은 인연을 맺었던 사람으로, 나를 못살게 굴어서 나로 하여금 참을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나한테 참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몸뚱이에 대한 애착을 버리게 해주니 참 고맙다는 마음을 가질 때 인욕바라밀이 됩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전생(前生)에 인욕선인(忍辱仙人)으로서 인욕바라밀을 닦고 계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인욕선인이 다른 바라밀을 모두 구족(具足)해서 이제 부처를 이룰 때가 되었는데, 인욕바라밀을 닦을 수가 없습니다. 나쁜 인연을 맺은 일이 없어서 인욕바라밀을 닦을 수 있도록 선생 노릇을 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하늘에 있는 제석천(帝釋天)이 가만히 보니 인욕선인에게 인욕바라밀을 닦도록 해줘야 하겠거든요. 그래서 제석천이 일부러 가리왕으로 몸을 바꾸어 인욕선인에게 악행(惡行)을 가하여 인욕바라밀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셨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복이 많았지만 인욕바라밀을 닦을 수 있는 선생님 만나는 복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법우님은 복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인욕바라밀을 닦게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참 많지요?

인욕은 보시바라밀
내가 나 스스로를 진단할 수 없습니다.
조금 공부가 된다 싶으면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남이 뭐라고 억울한 소리를 하면 금방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나옵니다. 그럴 때 내 마음속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이렇게 강렬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얼른 저 사람이 나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고맙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내 마음속에 아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얼른 부처님의 원력 앞에 항복해서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는 삶을 희구해야 합니다.
남편을 잘못 만나서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얼른 저 남편 때문에 내가 인욕바라밀을 닦을 수 있다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남편 때문에 내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 소진해 버릴 수 있으니, 저런 고마운 사람과 어떻게 헤어질 수 있는가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참으면 참는 것만큼 참생명이 드러납니다. 그런데 ‘내가 이만큼 참고 있다’고 하면서, 참고 있다는 것을 자꾸 드러내려고 하면 문제가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를 감인토(堪忍土)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참고 견디는 공부를 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인욕바라밀을 부지런히 닦아가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또 한편 인욕을 보시(布施)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해를 끼친 사람은 나에게 해를 끼쳤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에게 복수가 돌아올 것을 두려워합니다. 공포심을 가진 그 사람에게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해주는 보시가 바로 인욕바라밀입니다. 형상에 머물지 아니하고 항상 보시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심부름하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이익을 주고, 세상 사람이 모두 부처를 이루도록 도움을 주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금생(今生)에 이런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나온 보람이 있다고 확실히 알면 됩니다. 따라서 항상 법문 듣고 ‘나무아미타불’로 부처님의 법문을 되새기는 인생을 살아갈 때, 말할 수 없는 공덕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내 환경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아직 경전을 읽지 않고 염불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경전을 읽고 염불하는 입장에서는 내 환경을 탓하거나 주변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 없습니다.
법우님들 마음속에 혹시 억울하다든지 분하다는 생각이 들면 이것이 바로 나에게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다는 증거라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부처님의 원력에 의해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믿고 다만 염불하면 됩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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