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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주인공

문사수 2011.08.12 조회 수 24391 추천 수 0

빛의 주인공

 하늘이 석양(夕陽)으로 물들어 가는 광경을 한 번이라도 목도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종일토록 감히 마주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던 백색의 찬란함이, 어느새 바라볼 만큼의 눈높이와 맞춰질 때쯤에는 마치 하늘에 걸린 둥근 쟁반마냥 또렷합니다.
구름이 늘어져 있으면 늘어진 대로, 말끔한 하늘이면 맨얼굴 그대로 붉그스레 물듭니다. 이런 장관에 넋 놓고 퍼질러 있다가 퍼뜩 정신을 돌이킬라치면 제법 사위(四圍)가 으스름합니다.
마침내 해는 조금씩 지평선에 가까워지다가 어느 찰나 두 눈과 이별하더니만, “꼴깍!”하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가슴의 울림통에 남기며 저 너머로 사라집니다. 더 이상 붉게 물든 하늘을 보지 못한다는 미련마저 어둠속으로 빨려들더니, 천둥과도 같은 적막이 밀려옵니다.

무엇에 의지하고 사는가
정토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 중의 하나가 「관무량수경」입니다.
여러 가지 관법(觀法)에 관한 법문이 설해져있는데, 그 중 제일 관법이 일상(日想)관법입니다.
해를 관(觀)하는 것입니다. 언제 해를 관하는가하면 해가 질 때 즉 석양을 관하는 것입니다.
왜 굳이 석양의 빛을 관하는가?
우리가 하루 중에서 해를 직면할 수 있는 때는 아마 해 뜰 때 잠깐이고 그 이후는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석양은 오래 바라 볼 수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 지는 해를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습니다. 평상시 일상관을 가만히 해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무엇에 의지하고 사는가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평상시에 얼마나 눈에 비치는 것을 위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갖고 있는 무량한 빛의 세계가 과연 누구로부터 시작되는가?
그것은 나로부터 말미암지 않는 한, 해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해는 그냥 그대로 인데 관찰자(觀察者)가 보는 각도에 따라 석양이라고도 하고 일출(日出)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선악판단, 미추판단을 하게 되는 근거 또한 비춰진 빛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빛 자체를 본 사람이 있는가?
 비춰진 것을 보는 것과 빛을 보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늘상 무량수무량광,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합니다. 이때의 무량한 광(光)은 단순히 빛 을 뛰어넘은 공간(空間)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내 생명이 참여한 공간’, 그 자체를 보았는가?
자신에게 스스로의 ‘그 빛의 주인공으로 살았던가?’를 솔직히 물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눈앞에 나타나고 만져지고 느껴지는 모든 대상은 그 자체에 고유한 빛깔이나 형태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빛의 각도 또는 그 빛을 받아들이는 내 쪽의 참여 없이는 고유의 빛깔마저 없습니다.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이라든가, 얼굴빛이라든가 모든 것들도 빛의 쪼임과 동시에 그것이 빛깔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 자체가 빛의 실상이라는 증거는 사실 없습니다.

빛으로 태어나다
세상의 빛깔에 속지 말고 빛으로 살아야 합니다. 빛으로 태어났음을 잊지말아야합니다.
드러난 빛깔이나 모습은 삶이라는 주인의 자식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빛을 보고 참생명 자체를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생명의 모습들을 앞세우면서, 얼결에 주인으로서의 삶을 놓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역사적인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간에,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따른 현상일 따름입니다. 생명이라는 부모(父母)가 살아가며 이뤄놓은 자식 즉 결과입니다.
자식 없는 사람은 있어도 부모가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생명의 흐름상 근원적인 자기 생명의 빛은 너무나 위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내어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근원자리로부터 자기 생명가치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람은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나의 참생명은 부처님생명입니다” 이는 태어날 때 빛의 아들과 딸로 왔다는 뜻입니다.
몸뚱이는 생명의 빛이 비친 결과입니다.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 위대한 빛의 자식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날 이뤄놓은 모든 업적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습니다.
또한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결과로 나타나 있는 것이기에,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을뿐더러 굳이 잡을 이유도 없습니다.
무한 공급의 빛이 멈추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잡을 것이 없다는 것은 곧 잡지 못할 것이 없다는 얘기가 되니, 성취와 만족만이 가득한 삶을 살아갑니다.
어둠은 실재하지 않습니다.
어둠이라는 것은 빛이 나타난 순간 온 곳 없이 사라집니다. 참으로 어둠은 생명의 역사에 찰나라도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본래부터 나의 참생명 자체가 부처님생명의 빛으로 사니,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은 항상 무한광명(無限光明)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걱정하며, 무엇을 두려워하리!
다만 염불(念佛)의 위신력을 따라 무한광명의 자식으로 사는 영광된 삶을 거침없이 누려지이다.
나무아미타불!

                                                                                                                        <문사수법회 여여법사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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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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