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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가치관 무너진 후 열린 세계가 정토 [무량수경10]

문사수 2011.02.27 조회 수 27919 추천 수 0
무량한 행원(行願)의 주인공인 법장비구. 참으로 엄청난 삶의 진실을 품고는, 아는 그대로를 거침없이 산다. 진정한 구도자다. 그러니 그의 성불(成佛)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물음을 아난이 석가모니부처님께 여쭙는다.

“법장비구는 이미 성불하여 열반하셨습니까? 아직도 성불하지 못했습니까? 지금 현재 성불하고 계십니까?”

이런 물음 또한 생사(生死)가 역연하게 다가오는 현실의 영역에서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대신 살아주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말이다. 법장비구로 상징화한 모든 구도자들의 궁극적인 지향은 다만 오직 성불에 있을 뿐이다. 비록 법장비구에 대해서 묻지만 그것은 자신의 참생명에 대해서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은 간단하고도 명료하다.

“법장비구는 이미 성불[已成佛]하여 현재 서방에 계신다. 그 세계는 여기서 십만억(十萬億) 국토를 지난 곳에 있으며, 이름은 안락이라고 한다.”

그렇다. 법장비구가 사십팔대원(四十八大願)을 세우시고 마침내 성취하시니, 이로부터 아미타불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든 불자들의 상식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새삼 앞으로 성불하는 게 아니다. 이미 성불한 생명의 내용에 따라서 살아갈 따름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세계를 서방이라고 증언하고 계신 것이다.

떵떵거리던 큰 부자가 하루아침에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핍박을 받던 사람이 벼락같은 출세를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향해서 상대적인 가치의 잣대를 들이밀어서, 좋다거나 싫다고 단정하려는 시도는 너무나 성급하다. 세상에 드러난 현상들은 당연히 항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제행무상이라고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드러난 현상은 항상하지 않아

따라서 무상 즉 변화해가는 흐름의 측면에서 본다면, 세상살이라는 게 사뭇 흥미진진하다. 수시로 변하는 현상이 삶의 실체라면, 산다는 게 삭막함을 넘어서 암담하기만 한 게 사실이다. 더 이상 애써 노력하거나, 숨 쉬고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런데 오히려 나타난 현상이 항상 하지 않기에 살맛이 나는 법이다.

이제 서방정토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서방(西方)이란 변하는 현상 즉 무상(無常)의 현실이 실로 존재하지 않음을 마주하였을 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계를 뜻한다. 굳이 개념적으로 말한다면, 서방이란 우리들이 착각하고 사는 현상 너머의 세계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쫓고 쫓기는 현실은 도저히 믿고 의지할 바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런 현실에 안주하려는 상대적인 추구가 끝나는 데로부터 시작되는 세계가 서방이다.

단순히 동서남북과 같은 상대적인 방향 중의 하나가 아니다. 서쪽에 극락세계가 있다고 한다면, 지구(地球)는 둥그니까 제아무리 가도 결과적으로 만나는 것은 자신의 입지(立地)를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유치한 해석에 그치는 서방이 아닌 것이다.


삶의 조건들은 믿을바가 못 돼

해가 지면 사위가 어두워지며 세상 만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만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런 상태가 바로 상대적인 관점의 한계다.

마찬가지로 평소 우리가 인정하는 현상 곧 의지하고 있는 삶의 조건들이란 게 그리 믿을 바가 못된다. 끝내 무상(無常)의 법칙에 따라서 마치 물거품처럼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때부터다. 무상의 현실이 실로 존재하지 않음을 마주하였을 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절대(絶對)의 세계가 비로소 드러난다. 상대적인 가치관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삶을 살아가는 세계가 열리니, 이를 일러 서방정토이라고 한다. 나무아미타불!


여여 법사 (문사수법회 대표법사)
법보신문 900호 [2007년 05월 09일]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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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무
2020.06.30

거침없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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