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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품고 겉으로 참는 것은 거짓된 치장 [무량수경9]

문사수 2011.02.19 조회 수 27114 추천 수 0

법장비구는 24번째의 원에서 이렇게 결단(決斷)한다.

“만약 제가 부처가 되어서도
“그 나라의 보살들이 모든 부처님 앞에
“그 공덕의 근본을 나타내고자 하는
“공양물(供養物)을
“뜻하는 바대로 얻을 수 없다면
“저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공덕의 근본으로부터 공양물이 말미암는다. 모든 공덕의 근본은 말할 것도 없이 부처님생명을 가리킨다. 이렇게 공덕의 근본을 나타내고자 하는 공양물이라고 했지, 그냥 제 멋대로의 공양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근원에 뿌리박지 않은, 그래서 이로부터 말미암지 않은 공양물은 참된 공양물이 아닌 것이다.

자기 기준으로 본다면 좋을 것 같아도, 그것이 자기 생각에서 비롯되는 한 상대적인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부터 거북이의 털이나 토끼의 뿔이라는 역설을 입에 올린다.
묻자. 거북이 등에 털이 있는가? 물론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털이 난 거북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그것의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까?

또한 토각(兎角) 즉 토끼뿔을 얻었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당장에 반박을 할 것이다. 뿔 달린 토끼는 토끼가 아니라, 염소나 사슴과 같은 다른 동물일 것이라고 말이다. 거북이는 등에 털이 없어야 거북이고, 토끼는 머리에 뿔이 없어야지 토끼다.


얻을 것이 없으면  허망도 없어

그런데 무엇이든 자신에게 많이 붙으면 좋은 줄 아는 사람이 있으니 참으로 딱할 뿐이다. 얻을 바를 바깥에서 구하려는 사람은 끝내 허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얻을 바가 처음부터 없는 사람에게는 허망도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멍청히 앉은 채로 세상을 적당히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진정으로 구하려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상대적인 잣대가 감히 끼어들 여지도 없을 만큼 참고 기다려야 한다.

흔히들 뭔가를 참으면 바람직한 자신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는듯하다. 다시 말해서 맛난 음식 안 먹고 비싼 옷 입지 않는 것을 참는다고 여긴다. 자신을 희생하면 그에 상응한 행복이 따를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그렇다.

일반적으로 참는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오해를 한다. 해서 누가 참을성이 있다고 하면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뒤집어 보자면 독한 사람일 수 있다. 자기식의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목적을 성취하려는 사람일수도 있다. 안 그런가? 남들 앞에서 “저, 괜찮아요”하지만, 괜찮긴 뭐가 괜찮은가? 안으로는 독기(毒氣)를 품고 있으면서 그런 척 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건 아니다. 그렇게 참는 것은 거짓된 치장에 지나지 않는다.

참는다는 것은 행동을 하지 않는 차원이 아니다. 미리 작정한 결과나 상태를 바라지 않겠다고 결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준을 먼저 고정시키려는 시도 자체를 아예 갖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는 것이 참는건 아니다

염불은 별스러운 게 아니다. 생명의 근원인 공덕의 근본을 잊지 않으며, 다만“나무아미타불!”로 화답(和答)하는 것이다. 지금 법장비구의 24번째 원과 같이, 공덕의 근본으로부터 살고 있음을 언제 어디서나 잊지 않는다는 생명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염불삼매(念佛三昧) 즉 절대적인 성취가 따른다.

설령 바깥으로 드러난 상대적인 성취가 다가오더라도 앞세울 게 못된다. 그것의 참된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만, 그것은 효용가치가 있을 따름이다. 쓸 줄 모르는 사람한테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자, 이제 염불행자(念佛行者)의 선택은 명확하다. 이것저것 중의 하나가 아니다. 공양물을 얻기에 앞서서, 공덕의 근본으로부터 살면 그만이다.


여여 법사 (문사수법회 대표법사)
법보신문 899호 [2007년 05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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