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계를 받는다는 것은....

문사수 2009.11.24 조회 수 27533 추천 수 0
참생명으로 돌아간다는 뜻!

 
오늘은 수계법회(受戒法會)를 봉행하는 날입니다.
일반적으로 계(戒)라고 하면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부처님께서 강제로 지키도록 강요하는 덕목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 타율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계를 받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계를 받을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얘기합니다.

그렇지만 계는 결코 그렇게 타율적인 덕목의 지킴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계란 부처님이 우리들의 참생명의 요구에 부합하는 삶을 살도록 일러주시는 덕목입니다. 다만 형식적으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것처럼 보이니까, 내 밖에 계신 성인께서 이러이러한 것을 지키라고 타율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법회에서 항상 외고 있는 것처럼, 부처님은 내 밖에 계신 어떤 특정한 성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참생명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부처님으로부터 계를 받는다는 말은 나의 참생명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덕목입니다. 다시 얘기하면 계목 하나하나는 나의 참생명인 부처님생명이 나에게 그렇게 요구해주는 사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자율행위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법우님이 몸이 불편하여 병원에 가면 의사가 약도 주지만, 일상적인 생활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는 처방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을 하십시오, 짠 거 매운 거 잡숫지 마십시오, 단 걸 너무 많이 잡숫지 마십시오, 등등 하지 말라는 얘길 많이 합니다.
이렇게 의사가 우리에게 지시를 주는 것은 우리를 구속하여 자기에게 꼭 매어서 꼼짝 못하게 하려고 지시를 주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몸의 요구가 있습니다. ‘지금 너무 단 걸 많이 먹으니까, 짜고 매운 걸 많이 먹으니까, 또 아침에 자꾸 늦잠을 자고 운동을 안하니까 몸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생활 습관을 바꾸시오’ 하면서 요구하고 있는데, 본인은 그 말을 못 알아듣습니다. 그래서 의사의 입을 빌어서 듣는 것입니다.
즉, 의사가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 몸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사실은 모두가 다 부처생명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행복하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고 부처 노릇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실제로는 중생이라고 우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 자체가 생명의 원리에 어긋나는 삶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나의 참생명인 진실생명 부처님생명이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나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태 제대로 살지 못한 결과가 여러가지 괴로움과 장벽과 장애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괴로움과 장벽과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왜 그런지 모르고, 운명 탓을 하거나 남의 탓을 합니다. 그럴 때 부처님께서 그 모든 장벽과 장애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생활 태도가 잘못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니, 잘못된 생활태도를 바꾸라고 일러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겉으로 보기에는 내 밖에 있는 부처님이 나에게 지시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참생명이 간절히 요구하고 있는 '계'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계를 받을만하다거나, 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등의 얘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나의 참생명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생을 내가 살아야겠다고 결정할 때 계를 받는 것입니다.
즉, 오늘 우리가 계를 받는 것은 이 순간이 바로 참생명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를 받는 것이 결코 타율적인 남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알고, 여태까지 가졌던 나에 대한 착각을 다 내버리고 참생명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의를 여기서 다져야합니다.

종교란 궁극의 의지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는 의지처를 찾습니다. 이 때 의지하는 목적에 따라서 의지의 대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문사수에서는 나의 참생명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의지합니다.
때문에 결코 내 밖에 어떤 특정한 존재에게 의지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사귀의품(四歸依品)을 보면,
법에 의지하고 사람에 의지하지 말아라[依法不依人]
라는 법문이 나옵니다. 참으로 의지할 대상은 법밖에 없습니다.
진리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 진리가 궁극의 의지처입니다.
그러한 진리에 의지한다고 했을 때 불교에서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의지한다고 합니다.
부처님[佛]과 부처님의 가르침[法]과 구도심[僧]에 귀의하는 것이죠.

즉, 계를 받는 근본은 내가 부처생명을 살고 있으면서도 부처생명 살고 있다는 것을 깜빡 모르고 중생이라고 우기며 살았다가, 나의 참생명이 부처생명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생명인 부처생명을 드러내면서 살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부처생명을 드러내면서 산다는 것은 밖의 것에 대해서 욕심을 낸다거나 누굴 미워하거나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참생명이 본래 부처생명이니까 아무런 욕심도 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선언을 하여도 내 마음속에는 자꾸 번뇌 망상이 들끓습니다.
그러니 그 번뇌 망상 모두를 나무아미타불 염불 여섯 글자로 정화시켜나가는 것이 우리가 계를 받는 목적입니다. 

또한 계를 받아서 지닌다는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대접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만약 내가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그것은 스스로 나를 거짓말쟁이로 대접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삼귀의계>를 받는 것은,
나 자신을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대접하겠다는 것입니다.
나를 부처님으로 대접하는 것이지, 남을 부처님으로 대접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나를 부처생명을 살고 있는 부처님으로 대접하면, 내 주변 사람이 모두 부처님으로 보이는 묘한 경지가 열리는 것입니다.
만약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 나쁜 사람으로 보인다면, 그만큼 내가 못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나를 부처님으로 대접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계(戒)를 받는 이유입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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