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듣기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

문사수 2014.11.21 조회 수 17467 추천 수 0

  법화경의 비유품을 보면 우리는 모두 ‘불 난 집’에서 살고 있다는 비유가 나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삼계(三界) 즉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로 분류합니다. 욕심으로 사는 세계가 욕계, 그 위에는 욕심은 없어졌지만 아직 물질이 남아 있는 세계가 색계, 더 위에 올라가면 물질조차도 없는 세계가 무색계 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사는 우주 전체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예불드릴 때 부처님을 삼계도사(三界導師)라고 표현하지요. ‘삼계에 살고 있는 모든 중생을 이끌어 주시는 분’ 이 바로 부처님 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삼계를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그건 불 난 집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 난 집에 있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와야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 난 집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경전의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부처님은 아버지로 비유했고 많은 중생들은 모두 아들이라고 비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삼계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거예요. 그 아들들보고 나오라고 하시는 겁니다. “집에 불이 났다. 빨리 나와라, 빨리 나와라.” 그런데 아이들은 아버지가 소리 지르는 것이 그저 재미있기만 합니다. “아, 왜 아버지가 저러실까? 불났다는 게 뭐야? 불나면 죽는다니 죽는다는 게 뭐야?”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고 나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궁리를 합니다. 그 집은 아주 넓은데 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그 좁은 문으로 그 많은 아들들을 보따리에 싸 가지고 끌고 나가자면 그것도 문제고 또 바구니 같은 데다 담아 가지고 나오다가 떨어지면 다치는 애들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하다가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아, 그러면 이 아이들을 유인을 해서 밖으로 끌어내야 되겠다.’ 그래서 뭐라고 하였냐면, “아이들아 지금 밖에 나가면 굉장히 좋은 장난감이 많이 있다.” 양거(羊車), 녹거(鹿車), 우거(牛車)라는 장난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자동차인데, 소나타도 있고 그랜저도 있고 좋은 차들이 많으니까 어서 나와서 가지라는 겁니다. “이런 장난감들이 많이 있는데, 나와서 누구든지 먼저 잡는 사람이 주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아이들이 집에 불이 나서 나온 다기 보다는 장난감을 준다는 소리에 모두들 자진해서 뛰어나왔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불 난 집에서 모두들 안전하게 나왔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내가 자진해서 부처님을 먼저 찾아온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우리를 먼저 불러주고 계셨던 것입니다. “너 이제 이 몸뚱이를 ‘나’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살이는 그만 두어라. 네 참 생명은 본래부터 부처님생명 이니까 어서 와서 부처 노릇 해라.” 이렇게 우리를 불러주고 계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이것이 염불의 원리입니다.
그래서 ‘나무아미타불!’은 내가 먼저 부처님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우리를 불러주고 계시는 법문을 듣는 것이라고 여러 번 말씀 드렸습니다. 부처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셔서 이렇게 법회에 나와서 공부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일요일이지만 놀러 가지 않고 절에 나왔으니까 이만하면 신심이 참 장해. 난 잘났어.’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여러분들이 법회에 나오려고 그런 마음을 일으키기 전에 부처님 쪽에서 법회에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심리상태를 만들어 주셨어요. ‘법회에 나와라. 나와서 법문 들어라!’라고 불러주셔서 여기 나와 계신 것입니다.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그 불 난 집에는 문이 하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뜻이 매우 깊습니다. 문이 하나밖에 없다는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는 문은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것은 바로 ‘무아(無我)’의 문입니다. 무아! 중생인 나는 없다! 먼저 이것을 우리가 믿지 않으면 부처님 품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나’가 없다는데, 내가 없는데 무슨 소원성취를 이야기 합니까? 내가 없다는 마음을 일으켰을 적에 비로소 부처님의 가르침이 들어와서 우리의 마음을 흔듭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를 중심으로 해서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기 한량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원래는 내가 없는데 ‘나’라는 생각을 내세워서 자기중심주의적으로, 이기주의적으로 인생을 살았습니다. 참으로 잘못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난날을 다 뉘우치는 겁니다. 그래야 그때 비로소 우리가 불법의 문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불교신앙은 참회로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비유품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그래서 나오라고 했더니 다 나왔어요. 나와 보니까 장난감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불평을 합니다. “아니, 나오면 타고 놀 장난감이 그렇게 많다고 하더니 아무것도 없습니까?” 그랬더니 아버지가 “아! 약속을 그렇게 했지만 난 너희들에게 장난감 같은 조그만 탈 것을 주자고 그랬던 것이 아니야. 정말로 말할 수 없이 크고 고귀한 그런 탈 것을 줄려고 한다.” 라고 말했습니다. ‘탈 것’이란 말은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크고 고귀한 탈 것’은 대승불교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그 많은 아들들한테 큰 선물을 하나씩 줬답니다.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그런 선물인데 바로 앞에서 큰 흰 소가 끄는 큰 수레입니다. 이 큰 수레가 바로 대승입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태워서 이 괴로움의 세계로부터 저 괴로움이 없는 세계로 이끌어가는 큰 수레입니다. 그러니까 나 하나 잘살겠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아까 불 난 집에서 살던 마음은 나 하나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것은 탐심의 세계입니다. 그 욕심내는 마음으로 우리가 살았는데 그렇게 욕심을 내고 보니까 남들이 나를 협력해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나를 방해합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을 다 미워할 수밖에 없지요. 각자가 모두 자기 소원을 성취하기 바쁘니까 서로 미워하고 화를 내고 남들을 탓하고 원망하면서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게 바로 자기중심주의적인 인생이지요.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이 바로 불 난 집에서 사는 중생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나 하나 잘되겠다는 자기 중심주의적인, 자기 이익위주로 사는 그런 인생을 살면 너는 마침내 죽고 말아. 불에 타 죽고 말아.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네 주변 사람들 모두 다 같이 죽어. 그러니까 타 죽지 않으려면 그런 마음을 버려라.』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무아입니다. ‘나를 위해서 욕심을 세웠던 그런 인생을 다시는 살지 않겠습니다.’ 라는 마음을 일으키는 거지요. 그것이 바로 불 난 집에서 나오는 겁니다. 

  불 난 집에서 나왔더니 나오면 무엇도 되고, 무엇도 받고, 보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큰 수레가 되어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다 실어 날라서 전부 괴로움 없는 상태로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수레를 주신다는 거예요.
 그 큰 수레를 끄는 동물이 경전에서는 흰 소라고 했습니다. 왜 하필 소라고 했을까요? 소는 돼지처럼 밥만 먹고 자는 동물이 아닙니다. 소는 먹으면 일을 합니다. 농사철이 되면 소가 무척 고생을 많이 합니다. 덕분에 가을이 되면 여러 가지 많은 농작물이 나오지만 그 소가  이 쌀은 내가 만든 거니까 나 좀 먹어야 되겠다고 그렇게 덤비는 것 못 봤지요? 남들로 하여금 먹게 하는 존재지 내가 먹겠다고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만 욕심을 채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세상이 불 난 집이라면 거기서 뛰쳐나와서 흰 소처럼 살라는 그런 말씀입니다. 남을 위해서, 남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남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돼서, 남들이 근심걱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로 이끌어주는 게 흰 소입니다. 바로 대승보살을 일컫는 말입니다.
 당연히 우리 불자들은 흰 소로 사는 대승보살이어야 합니다. 

                                                                                           
                                                                                      <문사수법회 회주 한탑스님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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