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인의 메아리
 

마음의 때는 어쩌고, 몸의 때만 닦나?

紫庵 2012.03.02 조회 수 5786 추천 수 0

마음의 때는 어쩌고, 몸의 때만 닦나?

 

인도의 2대 명절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홀리(Holi Festival)이다.

 

홀리는 힌두력의 12월 보름달이 뜬 뒤에 시작되는데, 태양력으로는 대개 3월중에 해당된다. 금년에는 양력 3월8일이다. 추운 계절에서 더운 계절로 바뀌는 환절기에 온 누리에서 시작되는 활기찬 생명의 대행진에 힘차게 합류하려는 인간들의 희망의 축제인 것이다.

 

축제가 임박하면 삼지사방에 물감가루장사들이 지천으로 늘어 선다. 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광란(?)의 열기에 휩쌓이는데 여기에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구분도 없다.

 

압권은 가지각색의 물감가루와 물 뿌리기. 아무에게나 물감과 물을 마구 뿌려대는 대 소동이 벌어진다. 축제가 무르익을 수록 사람들과 온 천지가 물감으로 뒤법벅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대소동을 치루고난 다음 저녁이면 가지각색으로 물들고 젖은 옷들을 한데 모아서 불을 지르고 그 주위를 돌면서 노래부르고 춤을 춘다. 기막힌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이 민속노리를 읊은 유명한 이도 시인의 글:

 

낡고 때 묻은 옷이여 안녕히 가라. 가서 아예 없어져라. 낡은 옷이여, 타는 연기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신에게 고하라. 나는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다 하고 있노라고. 그러나 사람들은 왜 때 묻은 옷은 태워 없애려고 하면서, 때 묻은 마음은 태워 없애려 하지 않는가.

 

이 사회를 더럽히는 것은 때 묻은 헌 옷이 아니고 때 묻어 더러워진 마음이다. 옷의 때를 씻어버리는 세탁소와 몸의 때를 씻어버리는 목욕탕은 많은데, 마음의 때를 씻어버리는 곳은 어디에 있는가.

 

힌두사원도 모스렘사원도, 불교사원도 아니다. 사람들이 이 같은 사원에서 때를 씻으려 하지 않고 도리어 욕망의 달성을 기구하는 것은 때를 더 묻혀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마음의 때를 씻는 곳은 없다. 그래서, 이사회는 점점 더 더러워져가기만 하는 것이다.”  (불교를 젊게 하는 길 - 서경수 저작집 I, 불교문화재단,2010.27.27, p.206)

 

이 시인의 촌철과 같은 경구를 듣고 가슴이 뜨끔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목욕이라면 로마인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로마가 망한 것은 로마인들이 너무 목욕에 탐익했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목욕이 풍기물란과 향락을 유도하고 인성을 나태로 빠지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논거다.

 

피부학계에서는 목욕을 자주 하면 피부에 해가 된다고도 한다. 그들은 그 근거로 중국 황토고원지대에 살던 혈거부족의 여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고운 살결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그 여인들은 물이 귀해서 한 평생 목욕이라는 것을 몇 번 하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옛날에는 엄동설한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름 말고는 별로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봐야 옳다. 그런데, 이제는 어지간이들 목욕을 좋아한다. 집집마다 목욕시설이 안되어 있는 집이 거의 없는데도, 싸우나, 찜질방 등을 포함한 공중 목욕장시설이 전국에 8,446개소나 된다고 한다 (2010년 통계, 통계청). 대개는 거창하고 호화판이다.

 

왜들 이렇게 껍데기만 닦아대는가?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사실은 온갖 더러운 것들을 다 담고 있는 가죽푸대라고 보기도 하지 않는가? 썩은 생선을 아무리 좋은 비단으로 쌀지라도 썩은 비린내는 드러나게 마련이고, 전단향은 아무리 허름한 삼베천으로 싼들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게 마련이다.

 

 

혜능대사께서는 “거울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먼지가 어디에 낄 것이냐?”라고 갈파하셨지만, 이는 구름위 분상의 안목이다. 구름 아래에서 헤매고 있는우리 같은 중생들로서야 우선 마음의 거울을 부지런히 닦아서 때가 끼지 않도록 해야 무상심심미묘법을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유마힐장자는 말씀하고 계시다. (無比스님 維摩詰所說經강의록 方便品에서 인용)

 

"이 몸이란 덧없고 늘 건강한 것이 아니며, 큰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단한 것도 아니며, 빨리 노쇠해가는 것이며 믿을 것도 못되고, 괴로운 것이고 시끄러운 것이며, 모든 병이 모인 것이외다. 여러분 이와 같은 몸을 지혜있는 이는 믿을 것이 없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며 이른 바 유마경 10유를 비롯한 24가지의 비유를 들어 사람 몸의 덧없고 허망함을 자세히 서명하고 있다.

 

유마힐장자는 “이몸은 깨끗지 못한 것이라 더러운 물질이 가득한 것이며, 이 몸은 허망한 것이라 목욕하고 옷 입히고 먹여 주어도 마침내 마멸돠어 없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러분 이 몸은 싫고 걱정거리라 마땅히 부처님몸을 좋아해야 할 것이입니다 (諸仁者여 此可患厭이라 當樂佛身하라)”라고 가르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마힐장자는 참으로 고구정녕하시다.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일체중생의 병을 끊고저 하거든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할 것이니라 (諸仁者여 斷一切衆生病者인댄 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할 것이니라)”고 이르고 있다.

 

가죽푸대 껍데기만 애써 닦지 말고, 마음의 때도 닦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우리도 “菩提本無樹이며 明鏡亦非臺라 本來無一物인댄 何處惹塵埃랴”의 경지에 이르도록 합시다.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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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Profile
오유지족
2012.03.11
법우님 안녕하세요?
공감의 말씀과 귀한 유마경 법문 올려주셨네요.

오직 무상정등정각을 발심하여 자신의 마음의 때를 닦아야함을 다시 결단하게 됩니다.

부정할 수 없이 인류 영웅(?!)인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소개된 그의 스승,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Zend Mind, Beginner's mind)"에서처럼
보살의 삶에 자신을 다 태워 숯만 남는 수행 정진으로
고요한 지혜와 자비의 삶으로 바로 이 세상이 정토임을 보아야겠다는 발심을요...

그리고 3월22일은 물의 날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각국마다 자신들의 오랜 문화가 있어서
인도도 그렇지만 해마다 캄보디아에서 귀한 물을 기념하려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가
사고로 인명 피해도 일어나는 반복된 소식을 들으면서 올해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한국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것도 잘 납득되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다소 걱정스럽게 목욕 문화가 발전하고 그 외에도 물질의 소중함, 자발적 검소에 무심한 대중 문화를 보면 좀 염려스런 미래를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이 끝없이 곳곳에 전해져서 지속적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길이 널리 공유되는 나로부터의 정진과 가치관의 혁명과 전법이 해법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부처님은 부처님만 보시는데, 제 마음이라고 하는 것은 저의 때와 남의 때를 보고 있네요...

이 아침 고맙습니다.

보천 합장 나무아미타불
Profile
紫庵
2012.03.21
보천법우님, 반갑습니다. 오래 동안 격조했었습니다. 저의 무딘 눈에도 법우님이 부단히 나아가고 게심이 어렴푸시 보입니다. 이제 법우님의 향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 같네요. 찬탄드립니다.

저는 캄캄한 방에 갇혀 출구를 못 찾고 있는 꼴입니다. 머리로라도 벽을 드리받아 뚫고 나아가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 봉창이라도 하나 없나 하고 벽을 더듬고 있으니, 한심하기안 합니다.

법우님, 매운 경책을 버풀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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